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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이 모두 끝났다.

도에 지나친 공동 수상을 남발하면서 시상식의 권위와 공정성이 땅에 떨어졌다고들 하지만, 한 해를 빛낸 스타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는 언제나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그들의 재치 있고 진솔한 수상 소감을 듣는 것은 매년 연말 시상식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올해는 어떤 '말'들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을까?

[눈물] '최연소 대상' 문근영, 감격의 눈물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문근영은 감격에 겨워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문근영은 감격에 겨워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SBS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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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살아 남아 상까지 받는 개그맨들이 느끼는 감동은 그 의미를 더한다.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여자 신인상을 받은 김경아는 "올해 3년 차인데요, 작년에는 집에서 맥주 마시면서 봤는데…"라며 서러웠던 무명 시절을 회상했다.

2007년 신인상을 받았을 때 동료 개그맨 박성광에게 사랑 고백을 하며 화제를 모았던 박지선은 2008년 여자 우수상을 받고 울먹거리며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

"아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제가 피부 트러블 때문에 화장을 못합니다. 20대 여성이 화장을 못해서 더 예뻐 보일 수 없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기 보다는, 20대 개그맨이 분장을 못해서 더 웃길 수 없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는 진정한 개그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 신부 화장보다 바보 분장 하고 싶다!"

<에덴의 동쪽>을 촬영하면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이연희도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후,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이 생각난 듯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에덴의 동쪽>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많이 힘들었지만, 따가운 질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자 파이팅'을 외쳐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노장 배우의 눈물도 인상적이었다. <전원일기>의 첫째 아들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용건은 <엄마가 뿔났다>를 통해 KBS 연기대상에서 조연상을 받은 후 눈물을 글썽거렸다.

"옷을 좀 잘 입는다 그래서 베스트 드레서 상은 몇 차례 받아 본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연기상 받아 본 것은 42년 만에 처음입니다. 오늘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눈물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역시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이었다. 문근영은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을 말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굵은 눈물을 마구 쏟아 냈다.

약 3분 정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손만 파르르 떨던 문근영은 간신히 진정을 하고 빨개진 코로 할머니를 찾았다. 이제 어느덧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됐지만, 이날 만큼은 영락없는 '국민 여동생'의 모습이었다.

[웃음] 개그맨들의 유쾌한 '수상 소감 릴레이'

KBS에서 시작된 강호동의 수상 소감은 MBC와 SBS로 전파되며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KBS에서 시작된 강호동의 수상 소감은 MBC와 SBS로 전파되며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 KBS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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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언제나 눈물로 점철되는 것은 아니다. 재치 있는 농담과 유머로 시상식장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수상자들도 있다. 특히 방송 3사 연예대상에서는 개그맨들이 '수상 소감 릴레이'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먼저 12월 27일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호동은 장난스런 표정과 말투로 대상을 놓고 경쟁했던 유재석에게 조용히 속삭였다(아다시피 강호동과 유재석은 매우 절친한 사이다).

"재석아, 이거 내가 받아도 되나?"

이틀 후, MBC 연예대상에서는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팀이 쇼/버라이어티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과거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바 있는 '맏형' 김국진은 노련하게 강호동의 수상 소감을 패러디했다.

"호동아, 이거 내가 받아도 되나?"

마지막으로 '국민MC' 유재석 차례였다. KBS와 MBC에서 연거푸 대상을 놓친 유재석은 30일 SBS 연예대상에서 <패밀리가 떴다>의 성공에 힘입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3일 동안 함께 경쟁한 강호동과 포옹을 하며 무대 위로 올라온 유재석은 강호동을 향해 한 마디를 던졌다.

"오늘은 내가 받아도 되겠나?"

SBS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받은 박상면은 "내년엔 가요대상에 도전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SBS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받은 박상면은 "내년엔 가요대상에 도전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SBS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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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라는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SBS 연예대상에서 각각 프로듀서 TV스타상과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받은 김수로와 박상면은 특유의 위트 있는 농담으로 시상식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제가 <패밀리가 떴다> 6개월 촬영하면서 '경미한 부상'과 '찰과상'만 받았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받아서 정말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김수로)

"영화 상도 받아 보고요, 연기 대상도 받아보고, 이제 연예 대상도 받았습니다. 내년에는 가요 대상에 도전해 보겠습니다."(박상면)

이 밖에 <무릎팍 도사>에서 '건방진 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유세윤은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후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2008년이 저한테는 스물 아홉이라서 '아홉 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았습니다. 몇 일 뒤면 '아홉 수'가 끝나는데, 내년이면 얼마나 잘 나갈까요? 벌써부터 귀찮아지는데요?"

[호소] 이문식-이문세-문소리, '언론노조 총파업' 지지 발언

문소리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이 '언론 총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문소리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이 '언론 총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 MBC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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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수상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지만, 때로는 수상자들이 정치적, 종교적 신념을 피력하기도 한다. 특히 2008년 시상식은 '언론 총파업'과 겹치면서, 파업을 지지하는 수상자들의 발언이 많이 나왔다.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코미디/시트콤 부문 최우수상 이문식은 "하루 빨리 방송이 정상화돼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고, MBC 연기대상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 이문세는 자신의 히트곡 <광화문 연가>의 한 소절을 부른 후 파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지금 파업중 인데요. 이 추운 겨울에 엄동설한에서 파업하시는 분들, 부디 좋은 성과 있어서 MBC를 꼭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날 여자 우수상을 받은 문소리는 아예 파업 이야기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오다 보니까 MBC 파업 때문에 촛불시위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쪽으로 가는데 마음이 더 편할 거 같았는데, 매니저가 꼭 이 쪽으로 와야 된다고…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요."

동료 배우들에게 '외로워 말라'고 전하는 배종옥의 호소는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동료 배우들에게 '외로워 말라'고 전하는 배종옥의 호소는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 MBC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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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기대상에서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배종옥은 각종 루머와 악플에 괴로워 하는 동료 배우들에게 용기를 주며 객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최진실씨가 없는 이 자리가 참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 생활 20년 넘게 하면서 저도 외롭다는 생각 많이 했거든요? 우리 배우들은 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이 아니고 동료입니다. 언제든지 자기가 외로울 때 손을 내밀면 우리는 그 손을 잡아 줄 따뜻한 마음이 있습니다. 배우를 하면서 외로워 하지 말고, 배우를 열심히 하면서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우수상을 받은 황현희는 <개그콘서트>를 '나쁜 방송'이라고 지목한 단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얼마 전에 모 단체에서 선정한 2008 나쁜 프로그램으로 <개그콘서트>가 선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걸 한 번이라도 보셨으면 이런 선택은 안 하셨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나라가 어렵고 경제가 어려울 때 진정 국민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개그맨들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다짐을 대신 전하면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제 영혼을 팔아서라도 웃겨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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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말 시상식,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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