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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인천지방검찰청에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와 관련해 형사기소된 사건 때문에 재조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60년 맞은 세계인권선언일이자 32살 생일 다음날인 11일는, 고소인측과 합의 문제로 검찰청에 또다시 가야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19일) 다시 검사로부터 대질조사를 받고 난 뒤, 블로그 게시글뿐만 아니라 관련 링크까지 삭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고소인이 다음주 월요일 이를 확인한 뒤 기소철회할 것을 합의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간격으로 3차례 집에서 인천 학익동에 있는 검찰청까지 오가는데 제 발이 되어준 자전거 바퀴가, 지난 11일부터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뒷바퀴는 별 탈 없었는데 앞바퀴는 타이어의 공기가 빠져나갔는지 그 특유의 탄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서실에 책을 부랴부랴 반납하고 동네 자전거방을 찾아가 바람을 넣고는 검찰청으로 향했습니다. 새 바람을 넣었더니 앞바퀴도 뒷바퀴처럼 괜찮아졌습니다.

 

 

11일 다시 집에 돌아와 자전거를 1층에 세워놓은 뒤, 지난 목요일(18일) 재출두하라는 검사의 전화를 받고 금요일 집을 나서는데 자전거 앞바퀴가 예전과 달리 바람이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11일 이후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않아(산책 삼아 도서실을 걸어서 오갔다.)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낭패였습니다. 검찰청까지는 자전거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데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타지 않기로 한 버스를 타고 가기도 그래서 바람 빠진 자전거를 끌고 자전거방을 찾아갔습니다.

 

타이어 펑크, 자전거방 노인의 노련한 손놀림!

 

점심시간이었는데 다행히 자전거방 주인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젊은 주인 대신 나이든 노인분이 자전거 주인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시간이 없어 노인에게 "타이어 바람이 빠진건지 펑크가 난건지 확인 좀 해주세요! 그리고 펑크가 난거면 교체해주세요!"라고 급히 말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우선 들어와요" 하면서 자전거를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는, 자전거 앞바퀴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재빠른 손놀림으로 타이어와 바퀴 프레임을 분리해 냈습니다. 속살을 드러낸 타이어는 흰줄이 "쭉쭉" 가있었는데, 그것을 노인은 꺼내 보여주며 "펑크가 났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타이어 외관도 살펴보니 가는 철사가 박혀있는 것도 발견되었습니다. 대체 어디서 철사가 박혔는지 모르겠지만, 검찰청을 오가는 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노인은 안으로 들어가 새 고무타이어를 가져와서는, 타이어 안쪽을 장갑 낀 손을 넣어 "휙휙" 돌려가며 이물질을 제거하고 고무타이어를 노련하게 껴넣었습니다. 그 뒤에는 다시 자전거 몸통과 앞바퀴를 연결하고 새 타이어에 "휘휘휙" 새 바람을 넣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보니, 옛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적 동네는 돌뿐만 아니라 못, 깨진 병조각 등 뾰족한 것들이 나뒹구는 비포장 흙길이라 타고 다니던 자전거에 펑크가 나면, 동생이 손수 고무타이어를 빼내 물에 담아 구멍을 찾아내서는 고무조각과 본드로 땜질 수리를 하곤 했었습니다.

 

암튼 노련한 자전거방 노인 덕택에 재탄생한 앞바퀴와 자전거를 타고 검찰청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땀 꽤나 쏟으며 내달려야 했지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타이어, #펑크, #검찰청,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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