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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된장마을의 메주 만들기는 우리콩을 재료로 해서 부녀회원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강진된장마을의 메주 만들기는 우리콩을 재료로 해서 부녀회원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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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과 고추장은 우리의 먹거리 가운데 가장 기본이지. 또 중요하고. 그러니까 안전해야지. 우리동네에서 난 콩으로만 메주를 만들어."

30년 넘게 전통 장류를 만들어온 전라남도 강진군 군동면 신기마을 백정자(70) 할머니의 말이다. 지난달 제13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농업정책분야 산업포장을 받기도 한 백 할머니는 된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류를 전남의 대표산업으로 육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건 없어. 옛날 우리 엄마들이 만들었던 방식대로 메주를 쑤고, 장을 담갔을 뿐인디…."

30여 년동안 전통 장류 만들기에 앞장서 온 백정자 할머니. 백 할머니가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고 있는 메주를 들어보이고 있다.
 30여 년동안 전통 장류 만들기에 앞장서 온 백정자 할머니. 백 할머니가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고 있는 메주를 들어보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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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할머니의 장 만들기는 지난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그저 집에서 쓸 것을 만드는데서 시작됐다. 20여 년 전부터는 마을의 농한기 부업거리로 발전했다. 쌀과 보리농사만으로는 먹고살기 빠듯한 시절이었다.

덜컥 마을 부녀회장까지 맡게 된 백 할머니는 콩으로 파는 것보다 메주를 만들어 팔면 살림에 다소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메주 산업화의 첫걸음인 셈이다.

'신기마을의 전통 된장·고추장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규모도 커졌다. 1991년엔 1읍·면 1특품단지로 지정돼 장류식품 생산에 탄력을 받았으며, 부녀회원 60여명이 참여하는 농촌소득 특화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강진된장마을의 장류 전시판매장 앞뜰에 줄지어 선 전통 옹기가 고향마을의 정감을 선사한다.
 강진된장마을의 장류 전시판매장 앞뜰에 줄지어 선 전통 옹기가 고향마을의 정감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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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에는 전라남도와 강진군의 지원(6억9000만원)에다 자부담을 더해 총 8억7000만원을 들여 500여㎡에 현대식 공장과 전시판매장도 갖췄다. 무형문화재 제37호인 옹기장 정윤석씨가 직접 만든 항아리 200여개도 가져다 놓고 장류를 숙성시키고 있다.

내친김에 영농법인까지 만들고 본격적인 장 만들기 사업에 들어갔다. 이 영농법인에서 지난해 늦가을부터 메주를 만드느라 쓴 콩은 40㎏들이 700포대. 올해는 지난달 중순부터 메주 만들기에 들어갔다.

메주 만들기는 콩 선별과 세척, 파쇄 공정만 기계로 할 뿐, 나머지 과정은 모두 수작업이다. 메주 빚기 등 수작업은 법인의 부녀회원들 몫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주는 발효실에서 숙성과정을 거쳐 전시판매장과 회원 가정에서 말리기 작업에 들어간다.

백정자 할머니가 장작불을 지핀 가마솥에서 익어가는 콩을 살피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부녀회원들이 메주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백정자 할머니가 장작불을 지핀 가마솥에서 익어가는 콩을 살피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부녀회원들이 메주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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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된장마을 부녀회원들이 다 만든 메주를 건조대에 걸고 있다.
 강진된장마을 부녀회원들이 다 만든 메주를 건조대에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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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메주 만들기는 새해 1월까지 이어진다. 이 작업에 들어갈 콩만도 40㎏들이 900포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콩 소비량의 절반은 동네에서 직접 생산(재배면적 10㏊)한 것을 쓴다. 나머지는 농협을 통해 사들인다. 지역에서 생산된 콩만을 쓰는 만큼 농가소득이 짭짤한 것은 당연한 일.

판로 걱정도 없다. 20여 년 전부터 직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절반이 넘는 60%가 메주 상태에서 소비자들을 찾아간다. 찬바람이 나면서 만들기 시작한 메주는 벌써 판매에 들어갔다.

나머지는 된장과 간장, 고추장으로 담가져 인터넷과 전화주문, 직판행사 등을 통해 팔린다. 따로 전문매장을 찾아가지 않지만, 전통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맛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불티가 날 정도다. 우리사회 전반에 불어 닥친 안전한 먹을거리 선호 추세와 웰빙바람을 타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백 할머니의 둘째 아들이면서 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최진호(44)씨는 "된장과 고추장은 한국사람의 먹을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만큼 안전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장작불에 콩을 삶고 절구통에 찧어 토닥토닥 메주를 직접 만들어 처마 밑에 매달아 말리는 체험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진된장마을 메주와 장류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강진된장마을 전시판매장 앞의 메주 건조대. 한옥과 어우러진 메주 건조 풍경이 옛 향수를 자극한다.
 강진된장마을 전시판매장 앞의 메주 건조대. 한옥과 어우러진 메주 건조 풍경이 옛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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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된장마을 영농조합법인 공장 전경. 지난해 전라남도와 강진군의 지원으로 건립된 것이다.
 강진된장마을 영농조합법인 공장 전경. 지난해 전라남도와 강진군의 지원으로 건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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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진된장마을, #백정자, #강진전통된장, #메주,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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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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