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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의 전통적인 파워 엘리트 집단에 엔지오 등 시민사회 그룹 등을 추가해 그들의 면모를 파악했다
▲ 우태희 저 오바마 새대의 세계를 움직이는 10대 파워 저자는 미국의 전통적인 파워 엘리트 집단에 엔지오 등 시민사회 그룹 등을 추가해 그들의 면모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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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간 나는 두권의 책을 번갈아 읽었다. 하나는 <오바마 시대의 세계를 움직이는 10대 파워>이고 다른 하나는 <2015 중국 대예측>이다. 두 책에 집중한 것은 혼돈의 시간에 세계 양대 헤게모니인 미국과 중국의 변화와 미래를 엿보기 위함이었다.

사실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그러하듯 사람들은 인문, 지리, 경제 등은 물론이고 천문을 통해서 앞날을 보고자 한다. 물론 천문이 얼마 만큼 실질적인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정보와 인간관계를 잘 읽어낸 자가 승리하는 공식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본격화된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다. 혹자는 미네르바가 그 예측을 제대로 했다고 하지만 그 역시 구조 자체를 제대로 봤다기 보단 일단 무너지기 시작한 경제 축을 바탕으로 더 큰 변화를 유추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물론 이 정도라도 읽어낸 이가 미네르바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것도 당연하다.

우선 <오바마 시대...>의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엘리트 관료로 발돋움해 UC버클리 등에서도 공부한 우태희씨다. 현재 주미대사관 상무관으로 일하는 그는 평소에 준비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바마 시대의 파워 엘리트를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치의 주역을 정치파워그룹, 경제파워 그룹, 사회파워 그룹으로 나눈다. 그 가운데 정치파워 그룹은 오바마 당선의 주역인 전통적 진보주의, 네오콘 등으로 꾸려진 온건 보수주의, 워싱턴 정가의 로비스트 그룹인  K스트리트다.

경제파워그룹은 군수산업자인 군산복합체, 유통 제약 농업 등의 다국적 기업, 이번 위기의 촉매제인 월스트리트, 에너지 그룹으로 나눈다. 사회파워그룹은 진보적 싱크탱크, 인터넷 미디어, 시민사회단체 등이다. 그의 글을 읽으며 대학 시절 후배들에게 C 라이트 밀즈의 '파워 엘리트'를 대거리하던 때가 생각났다. 사실 밀즈가 말한 그룹에서 사회파워그룹이 추가된 느낌이다.

사실 미국이 위기라고 하지만 기축통화를 갖고 있고, 절대적인 군사력을 가진 미국의 붕괴를 말하는 것은 누구라도 쉽지 않다. 결국 미국 스스로가 제대로 작동해서 조금이라도 도덕적인 매커니즘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게 세계의 바람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간 미국은 생산력 없이 금융 장사만으로 세계를 쥐락펴락했다. 이제 이 장사판의 실상이 들어난 이상 양심을 찾아가기 바라는 것인데 이게 그다지 쉽지 않다는 것도 전 지구적인 고민이다.

어떻든 저자는 오바마가 성공하려면 기존 지지층은 물론이고 지지층이 아니었던 온건 보수파나 K스트리트와 타협해야 한다는 시덥지 않은 결과를 내놓는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미 실패한 미국 정부를 보면서 제발 이번에는 성공해 주었으면 하면서 바라보는 우리의 처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바마가 생산기능이라는 본래적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자동차에서부터 관심을 쏟은 것인데, 다른 나라들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저항을 이기면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의문이다.

중국은 어떨까. 일본 최고의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노무라종합연구소가 내놓은 <2015 중국 대예측>은 선정적인 제목과 대안이 될 만한 책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들었던 책이다. 하지만 연구시점이나 분석력, 결론 모두 실망스럽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의 주제가 가치없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을 무렵인 지난 25일 필자는 언론인에서 학자로 변신한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가 <노컷뉴스>에 기고한 글을 봤다. '금융위기에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중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다. 이 책에서 그는 미국의 위기를 이용하는 중국의 힘을 주로 썼다. 심지어는 월가의 인재까지 낚아가는 중국의 힘을 칭송했다. 그의 시각이 맞는 면도 분명히 있지만 반면에 국가라기 보다는 대륙에 가까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징후에는 너무 눈감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었다.

노무라 연구소가 펴낸 이 책은 후진타오 시대의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중국의 미래를 보고 있다
▲ 노무라 연구소의 2015 중국 대예측 노무라 연구소가 펴낸 이 책은 후진타오 시대의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중국의 미래를 보고 있다
ⓒ 매경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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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노무라연구소의 일본과 중국 전문가들이 펴낸 이 책은 허시에(和諧 조화)시대의 기본 변화와 일본 기업의 대응 등에 관해서 두루두루 적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연구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제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글이라는 점이다. 미국 금융위기는 미국 내부에서의 실물경제의 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결국 미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의 위기를 부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멜라민 사태로 대변되는 중국의 사회적 무책임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뺐다. 또 한자리 숫자로 줄어든 경제성장률, 앞으로 얼마나 추락할지 모르는 중국의 경착륙이 중국 내부에 어떤 분열을 가져올지 모르는 현실을 분석요소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세계 양대 헤게모니인 두 나라를 본 궁극적인 이유는 이미 혼돈속에 빠진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고,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파악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지난 한주간 눈에 들어온 것은 꼴통보수가 주역이 된 강사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역사강의를 한다는 것이었고, 경부 대운하의 다름 아닌 '4대강 치수작업'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개인적으로 여행업을 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연말까지 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나올 수 있음에도 문광부나 관광공사는 여행수지가 개선되어서 축배를 들고 있다는 희안한 소식도 들렸다.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은 화폐가치 상승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즐겁게 쇼핑하는데, 알거지가 되어가는 우리는 이제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현상에 흐뭇해 하는 것은 분명히 이상한 아이러니임에 틀림없다. 

지난 한주에 읽은 책 가운데는 니콜라스 카의 <빅스위치>가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네크워크를 통해 모든 것이 교류될 수 있는 '유틸리티 컴퓨팅'을 비롯해, 조지오웰이 '1984'에서 전파하던 빅 브라더의 등장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는 최근에 개봉한 <이글아이>는 물론이고 수많은 영화에서 이런 존재를 만났기 때문에 그다지 생경하지 않다. 그 시발점이 마치 원자력발전소처럼 생긴 구글의 본사일지도 모른다는 점은 신선하다.

상하이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발전하는 중국의 상징이지만 위기앞에서 흔들리는 중국의 상징이다
▲ 빌딩으로 지평선을 이루는 상하이 모습 상하이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발전하는 중국의 상징이지만 위기앞에서 흔들리는 중국의 상징이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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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있으면 터미네이터가 구글 본사를 공격하는 영화가 나올지 모른다. 니콜라스 카는 구글 창업자들이 가진 '인공지능'의 포부에 이런 시선을 던지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로 인해 중국이 휘청이고, 우리 역시 개념없는 지도자들로 혼돈하는 이때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 타령은 엉뚱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이 세상 네크워크는 내 검색 키워드나 서핑 취향을 통해 내 속속들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데 말이다.

이런 시점에서 내 손에 들어온 것이 '문명은 왜 야만에 압도 당하였는가'라는 부제의 <로마제국 최후의 100년>이라는 책이다. 우리가 지난 시간 다져와 문명이라고 믿었던 이 시대는 '한국 전쟁은 남침인가 북침인가'를 묻고 김구를 비난하는, 골빈당이 판치는 시대로 회귀했다. 그들의 주장이 한 견해는 될 수 있지만 진리인양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되는 시대라니. 우리는 얼마 전만 해도 정권이 바뀐다고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시대에 살았는데 그 설마가 현실이 됐다. 우리 코가 석자인데, 미국이니 중국이니 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가 '신차이나소프트'를 연재하는 '주간무역'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싣습니다



태그:#중국, #오바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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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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