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초의 캐널 시티(Canal-city)로 조성될 김포한강신도시
 최초의 캐널 시티(Canal-city)로 조성될 김포한강신도시
ⓒ 한국토지공사

관련사진보기


올해 상반기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김포 한강신도시 조성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형 신도시' 같다. "국내 최초로 조성되는 캐널 시티(Canal city)"란 문구에서는 경부대운하 사업이, "국내 최고의 저탄소형 생태환경 명품 신도시"에 이르면 '녹색성장'이란 말이 떠오른다.

토공에서 "별도로 마련했다"는 생태환경 특화방안에 따라 수로도시를 주요 콘셉트로 삼은 김포 한강신도시에는 총연장 16km의 수로와 실개천이 조성될 예정이다. 인근에 약 60만㎡의 철새 취식지를 보존하여 수도권 최대 규모의 조류 생태공원도 만들 계획이다. 물론 토공은 "한강변의 쾌적한 자연환경과 서울에서 12km 거리에 위치"란 말도 잊지 않고 있다.

학교 신설 재원 문제로 복병 만난 '우남 퍼스트빌'

김포한강신도시 우남 퍼스트빌
 김포한강신도시 우남 퍼스트빌
ⓒ 우남 퍼스트빌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우남건설의 '우남 퍼스트빌'을 주목하는 이가 적지 않다. 우선 우남 퍼스트빌은 김포한강신도시의 첫 분양 물량이다. 수로는 물론 수변 상업시설·중앙공원·경전철 역사역 등이 인접해 '시범 입지'로서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주택성능등급 평가에서도 99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3.3㎡당 200∼300만원 저렴했다. 8·21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3년으로 완화됐다는 '호재'도 더해졌다. 수요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우남건설에 따르면, 모델하우스 오픈 3일 만에 약 3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했다. 누가 봐도 조기 분양 완료가 예상되는 단지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동시에 출현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9·1 세제개편안으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3년 보유, 2년 거주'에서 '3년 보유, 3년 거주'로 강화됐고, 같은 날 경기도교육청은 "김포 한강도시 학교 설립계획이 없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도교육청은 "김포시의 분양 승인에 흠결이 많아 처분청 및 감독청에 직권 취소를 요청했다"며 "만약 김포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혔다. "학교 신설 재원이 확보되지 않아 주택사업 승인에 '부동의'를 했음에도 김포시가 사업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학교용지매입비 내년 예산에 반영 안 해"-"크게 걱정할 일 아닌 듯"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김포한강신도시 설립학교는 초등학교 11, 중학교 6, 고등학교 5 등 총 22개교에 이른다.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김포한강신도시 설립학교는 초등학교 11, 중학교 6, 고등학교 5 등 총 22개교에 이른다.
ⓒ 한국토지공사

관련사진보기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1순위부터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뉴타운'에 '뉴스쿨'이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부모들을 엄습했다. 당시 분위기는 다음 카페 '김포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 입주예정자 동호회'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학교 문제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입주자들 속 탑니다."(밍키), "어른들 문제로 결국 피해 보는 건 아이들인 것 같아요. 하루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비노쉬), "학교 문제 관련, 연기될 수 있다는 설명 듣고 도장 찍을 땐 좀 그렇더라구요.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 다음 소식은 학교 문제 해결이었음 하네요."(천사호) 

그러나 이런 바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10월 6일,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도 본 예산안에 김포한강신도시의 학교용지매입비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당장 내년에는 학교 설계 발주도 어렵게 됐다. '우남 퍼스트빌' 입주예정 시기는 2011년 6월이다.

이에 대해 김포한강신도시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입주할 때까지 2년 반이란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가, 학교 건축은 1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입주예정자들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하다"면서 "다만 설계 발주를 위해서는 적어도 2010년 예산에는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쿨 없는 뉴타운'이라는 최악의 그림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도 1년은 남아 있는 셈이다.

'돌려막기' 여력 없는 도교육청, 경기도는 재원 부족 '울상'

경기도는 내년 가용재원이 82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도는 내년 가용재원이 82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경기도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긴 시간만은 아니다. 그만큼 경기도교육청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현행 학교용지 특례법은 개발지역 해당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교용지 매입비를 각각 절반씩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아직 경기도로부터 받지 못한 학교용지분담금이 9660억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도교육청이 한국토지공사에 진 빚이 8307억원이다.

더 이상 학교용지 매입을 위해 '돌려막기'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경기도교육청의 견해다. 그럼 경기도가 '임시변통'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이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일단 재원이 부족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재정규모는 9조5877억원이지만, 법적 의무경비가 88.6%에 달해 가용재원이 1조961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년 가용재원은 82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뾰족한 '수'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1년이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이유다. 경기도교육청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홍만기 학교설립과 사무관은 17일 전화통화에서 "입주자 모집 승인 직권 취소를 요청한 지 상당 시일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답이 없다. 마냥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은 사법부 판단"이란 말로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설마 설마'하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

홍 사무관은 "이런 식으로 계속 상황이 흘러간다면 내년에는 학교용지매입비 미전입금 규모가 1조4천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면서 "그 정도 규모의 금액이 공중에 붕 떠 있다는 것은 교육청이든 도청이든 어느 한 축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설마 설마'하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결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부터 버려야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문제가 풀린다고 끝이 아니다. 앞으로 경기도에 460개 학교를 더 지어야 한다. 그 돈을 또 누가 감당하는가."

이렇게 '뉴스쿨' 문제는 허공에 떠 있지만, 뉴타운은 '안착'하는 모양새다. 비록 3순위까지 모집자를 채우지 못하는 '이변'이 있었지만, 김포한강신도시 우남 퍼스트빌은 최근 계약률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잔여 물량에 대한 동호수 지정 계약이 진행 중이다.

우남건설 관계자는 "학교 문제와 정부 정책 발표 등 변수가 잇따라 터지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들어 당초 예상보다 분양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는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 '뉴스쿨'은 직접 당사자들인, 경기도와 도교육청 그리고 입주예정자들만의 문제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개발공화국형 공영개발'의 현주소다.

11월 18일자 우남 퍼스트빌 입주예정자 동호회 회원들의 메시지
"자녀 현재 초등학교 1학년 1명. 학교용지 문제 관련해서는 입주 전에 완공되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들었고요. 택지 지구는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의무교육 시설은 반드시 생겨야 되는 거라는 생각만 있습니다. 가능하면 좋은 선생님들로 구성돼서요." (38세 입주예정자)

"현재 초등 3학년, 5학년 자녀가 있는데 걱정이 많습니다. 정말 학교문제만큼은 매우 중요한데, 하루빨리 이쪽저쪽 양보와 이해로 합의를 봐서 해결되길 바랄 뿐입니다." (39세 입주예정자)

"자녀, 현재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아이를 둔 부모로서 학교문제만큼은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합니다." (38세 입주예정자)

"전 입주 때면 초등학교 다녀야 할 아이가 셋이나 있습니다. 잘못된 정책과 제도로 피해를 보는 건 항상 애꿎은 시민들뿐입니다. 하루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주예정자)

"전 입주 후 2년 후에 초등학교 다녀야할 아이가 있지만, 정부에 관한 어떤 대책이든 내놓으면 객관적으로 모두 잘못 된다고 보는 1人입니다. 이런 생각을 안 하게끔 처음부터 신중히 생각하여 정책을 펼쳤음 합니다. 그리고 학교용지부담금은 하루빨리 해결되었음 좋겠네요." (입주예정자)

[최근 주요 기사]
☞ [르포-GM대우 부평공장] "한 달 휴업은 20년 만에 처음 겪는 일"
☞ 방북 강기갑 "북쪽 강경 분위기에 우리도 놀랐다"
☞ "네이버 프리미엄에 생존권 흔들린다"
☞ 심상정 "노무현이 비판한 신자유주의가 바로 한미FTA"


태그:#학교용지, #토지공사, #신도시, #경기도, #우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