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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컵 회수 제도가 올해 3월 20일 전격 폐지됐다. 환불율이 낮고, 업체가 반납하지 않은 금액을 임의로 사용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매장에서 파는 1회용컵을 재활용할 기회가 사라졌다.
 1회용컵 회수 제도가 올해 3월 20일 전격 폐지됐다. 환불율이 낮고, 업체가 반납하지 않은 금액을 임의로 사용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매장에서 파는 1회용컵을 재활용할 기회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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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컵보증금 제도가 사라졌다. 이 제도는 1회용컵을 수거해 재활용한다는 취지로 실시됐다. 1회용컵에 50~100원의 보증금을 받고 판 후 소비자가 다시 매장으로 컵을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매장 밖으로 나간 컵을 회수하는 시스템이다. 2002년 10월 4일 환경부와 업계의 자발적 협약에 의해 실시되었다.

하지만 환불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반납하지 않은 60% 가량 금액을 업체가 판촉비 등 임의로 사용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경부가 3월 20일 전격 폐지했다.

(사)자원순환사회연대가 2008년 3월 조사했을 때 매장 밖으로 나간 컵이 다시 환불되는 양은 채 10%가 안됐다. 돈을 돌려주는데도 왜 소비자들은 컵을 가져오지 않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가장 원인은 아무래도 '불편'일 것이다. A사 매장을 이용했으면 A사 매장에서만 환불이 가능한데, 일부러 찾아가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매장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경우 구매자가 직접 들고온 것보다는 전문적으로 컵을 모아서 용돈벌이를 하는 양이 훨씬 많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결국 폐지된 컵보증금 제도, 그러나...

컵보증금 제도가 문제는 있었지만, 없애야 할 성질은 아니었다. 보완하면서 계속 지켜야 할 제도였다.

해서 컵보증금 제도 대안으로 시민단체와 전문가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보증금 제도를 지키면서 컵회수 자판기를 설치한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모든 매장에서 컵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한다. 업체에게 보다 많은 책임을 지워 도로변 회수대를 설치한 후 회수케 한다는 제안 등이었다.

10월 29일부터 (사)자원순환사회연대가 송파구청과 함께 실시하고 있는 1회용컵 회수 재활용 시범사업은 이런 고민 속에 시작됐다. 여러 가지 안 중 회수대를 설치하는 안이 채택됐다.

송파구 77곳에 설치된 1회용컵 수거함. 모두 네 종류로 나눠 수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송파구 77곳에 설치된 1회용컵 수거함. 모두 네 종류로 나눠 수거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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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범사업은 환경부, 패스트푸트 및 테이크아웃커피업체가 올해 3월 컵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이후 대안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단체에 의뢰한 것이다.

사업을 위해 플라스틱 컵, 종이컵, 뚜껑 및 빨대, 남은 음료를 각각 수거할 수 있는 회수통 77개를 송파구 주요 대로변에 설치했다. 2달 동안 회수실태와 문제점을 모니터링한 후 타당성을 검증하는 게 이번 사업 목적이다.

매장 밖으로 나간 컵의 처리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길거리에서 처리되는 경우, 건물 내에서 처리되는 경우다.

길거리에서 처리되는 경우는 도로변 쓰레기통이나 도로변, 지하철역 입구에 버려지는 것을 뜻한다. 길거리에 그냥 버려지면 도시미관을 해친다. 쓰레기통에 버릴 때도 음료가 남았을 경우 쓰레기통이 더럽혀지거나 악취가 난다. 재활용이 쉽지 않아 자원관리가 어렵다.

건물 내에서 처리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관리방식에 따라 재활용품이 쓰레기로 나눠진다. 재활용품 선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종이컵의 경우 폐지와 함께 재활용이 돼 좋지 않다.

컵보증금제도 재도입을 조심스레 검토해볼 때다

송파구 지역에 1회용컵 수거함이 설치됐지만 아직까진 시민들은 익숙하지 않다. 종이컵 넣는 곳에 플라스틱 컵을 넣고, 마구 구겨서 넣는다.
 송파구 지역에 1회용컵 수거함이 설치됐지만 아직까진 시민들은 익숙하지 않다. 종이컵 넣는 곳에 플라스틱 컵을 넣고, 마구 구겨서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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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컵 수거함에 종이컵을 넣는 일도 있다.
 플라스틱컵 수거함에 종이컵을 넣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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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범사업에서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거리에 1회용컵 회수대를 설치할 경우 나타날 회수대 주변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1회용컵 회수대를 통하여 과연 어느 정도의 1회용컵이 회수될  것인가? ▲셋째, 시민들은 도로변 1회용컵 회수대 설치에 대해 만족할 것인가? ▲넷째, 도로변 1회용컵 회수대를 설치 및 관리할 경우 어느 정도 비용이 들 것인가? ▲다섯째, 도로변 1회용컵 회수대를 설치할 경우 업체 및 정부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77개 회수대 모두에 대해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기초 자료를 모은 후 업체와 정부에 구체적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예상할 순 없지만, 시범사업이 성공하더라도 도로변 1회용컵 회수대 관리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그 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이다. 건물 내 처리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아직 개인 의견에 불과하지만 컵보증금 제도를 보완해 재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몇 가지 보완을 한다면 여전히 효과를 거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 다회용컵 사용 소비자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 등 1회용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곁들여져야 할 것이다. 자칫 1회용컵 회수 사업이 1회용컵 사용업체나 소비자들에게 1회용컵을 이젠 마음 놓고 사용해도 된다는 신호가 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홍수열 기자는 자원순환사회연대 팀장입니다.



태그:#1회용컵,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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