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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에는 그동안 시위 현장에서 보기 어렵던 사람들이 등장했다. 교복 입은 10대 소녀와 하이힐 신은 20대 여성,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촛불 현장을 찾은 30대 주부에 이르기까지. 집회는 남성이나 '운동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인터넷 카페 '장백'이 주관한 '여성들아!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바꾸자' 토론회가 '여성들이 시위 현장에 등장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주제로 6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에서 열렸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의 발제로 시작한 토론회는 참석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성의 촛불집회 참여는 '국민으로서 저항'

 

먼저 김 교수는 "여성은 그동안 딸, 부인, 엄마로서 보조 역할만 행해왔고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외친 적이 없다"며 "나의 먹을거리, 식탁에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나의 일상을 안정되게 해달라고 정치적인 요구를 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의 먹을거리가 집 앞에 텃밭을 일구고 직접 키워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구매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정해주지 않으면 우리 식탁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여성이 국민으로서 나서 저항했다는 것이다.

 

한 토론회 참석자는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말로는 표현하지 못해도 무의식적으로 위기감을 강하게 느껴서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닐까"라며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지만 정부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촛불집회 참가 계기를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제까지의 집회는 남성, 학생들의 전유물로 여성은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했지만 "촛불집회는 준비하는 측과 연설하는 측의 분업이 깨졌다"면서 성별, 역할, 정치적, 사적인 것의 경계가 없어지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 임지원씨는 "예전에는 여성으로서 물리력이 약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다가 오히려 집회에 나가서 느끼게 됐다"며 "집회 내의 분업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해석보다 집회 현장에서 물리력의 한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지지 집단 확보해야"

 

 

김 교수는 "기존의 집회 집권 세력들이 집회에 참가하는 여성들을 일회적으로 오는 사람으로 취급할 것인가, 새로운 세력으로 봐야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며 "그들에게 믿을만한 존재가 되려면 사회운동을 조직하는 방식과 운동 방식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동체적 지지 없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집단적인 상호 간의 인정이, 여성들이 맨 처음 사회로 나가 목소리를 낼 때 중요하다"고 자기 목소리를 사회화하고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지지 집단 확보를 강조했다.

 

여성은 사회적인 장에서 혼자 목소리를 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집단적 지지가 필요하고,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집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권김현영씨는 "'촛불집회 전까지 정치적 의사 표명을 하지 않은 집단이 왜 집회에 나오게 됐나'라는 질문은 지금까지도 대답되지 않은 채 집단이 평가되고 있다"며 "동시대적으로 영향력을 가지려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집회를 통해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역사적으로 남겨야 한다"며 "남기지 않으면 여성들의 참여는 아무도 의미화하지 않는다"고 여성들의 정치적인 참여 의미를 기록하는 일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촛불집회,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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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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