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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최종 : 11일 저녁 9시 55분]
 
"어청수 파면하고 이명박은 물러가라"... 촛불문화제 마무리
 
65차 촛불문화제는 밤 9시 30분 공식 종료됐다.
 
시민들과 노동자들은 "촛불아 모여라. 국민이 승리한다", "어청수를 파면하고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오는 12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 것을 약속했다.
 
앞서 밤 9시부터 종로서 경비과장이 "여러분은 지금 촛불문화제를 빙자한 불법야간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 선무방송을 여러 번 했지만 시민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경찰의 이런 태도는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었다. 오히려 촛불과 깃발을 좌우로 흔들며 10대 청소년들의 모임 '10대 연합', 가수 손병휘, 몸짓 '선언' 등 문화예술인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문화공연을 맘껏 즐겼다.
 
한국작가회의의 송경동 시인은 "맨 앞에 서서 함께 실천하고 함께 투쟁하겠다"며 자작시 '2008년 나는 그곳에 있었다'를 낭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가수 지민주씨가 이날의 촛불문화제를 정리했다.
 
지씨는 "이렇게 아름답고 자신의 몸을 태워가며 빛을 나누는 촛불을 보며 매번 이것이 바로 우리의 길이라는 사실을 배운다"며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우리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자"고 호소했다.
 

"2008년 나는 그곳에 있었다" -송경동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나는 내내 거리에 있었다.

 

낮과 밤도 잊었다

봄이 활짝 피는 소리도

여름이 무럭무럭 짙어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사실 나는 갈 곳도 없었다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전체의 해방을 통해 나의 해방이 있을거라던

젊은 날의 기백도 꿈도 가물해지고

나는 이제 그만 어느 노숙인 옆에라도 누워

함께 세월도 잊고 역사마저도 잊고

어느 거리에서 이름도 명예도 꽃도 없이

객사라도 하고 싶다는 서러운 마음 뿐이었다

 

이 세상은 그렇게 내 가슴에 허무라는 독을 주입했다

이 세상은 그렇게 내 가슴에 소외라는, 외로움이라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새겼다

이 세상은 나에게 패배를 강요했고 좌절을 선사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실의에 빠져 있을때

구로공단에서 300일, 500일, 800일, 1000일째 싸우는 비정규여성 노동자들이 있었다

청계광장에서 프레스센터 앞에서

대한문에서 새벽까지 완강하게

촛불을 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부끄러웠다.

 

나는 그들의 투명한 직관과 밝은 낙관이 부러웠다

그들의 반짝이는 투쟁이 눈부셨다

그들의 샘솟는 상상력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저항이 놀라웠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한 개의 촛불이 되어

2008년 늦봄과 한여름 내내 거리에 있었다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하루 세끼 먹는 일이

목숨을 거는 일이어야 하는 광우병 세상

하루 하루의 삶이 생성이 아닌

부패와 타락이어야 하는 병든 사회에 맞서

신자유주의 자본의 가치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죽음과 통제와 억압과 소외의 사회에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내 가슴에 아직 살아 쿵쾅거리는

양심의 심장을 꺼내 환하게 밝히는 일 뿐이었다

 

단지 그 일뿐이었냐고 물어봐도

달리 할 말이 없다

가끔은 논리로 설명할 수도, 빛나는 전망으로도 이야기할 수 없는 거리의 일들이 있다

눈물과 환호와 연대와 승리의 일들이 있다

내가 마지막 촛불 하나가 되어서라도 지켜야만 하는 희망의 일이, 사랑의 일이 있다.

그길 앞에 물러나지 말자. 물러서지 말자.

 
[2신 : 11일 밤 9시 15분]
 
"'정보전염병'이 촛불을 들게 했다고?"
 
저녁 7시 30분 청계광장. '공안탄압 광풍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촛불아 모여라 국민이 승리한다' 65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청계광장에 나부끼고 있는 '전국보건의료노조', '전국여성노동조합', '민주택시' 등 민주노총 산하 조직 깃발과 함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아고라', '안티MB' 깃발도 더 해졌다. 노동자들과 시민들 2000여명은 소라 기둥 주변과 모전교, 파이낸스센터 앞 곳곳에 앉아 촛불을 들고 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그동안 기도회와 자유발언으로 채워졌던 지난 촛불집회와는 달리 1부와 2부로 나누어 1부에는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정부의 언론탄압과 노동자 탄압에 대한 규탄발언대회로, 2부에는 문화예술인공동행동이 주최하는 문화공연으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구조조정 필요한 검찰과 헌법정신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
 
1부 '규탄발언' 무대에 오른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우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노력하는 촛불 시민들에게 "검찰, 감사원, 국세청, 방통위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만 여러분들 덕분에 힘이 난다"며 감사를 전했다.
 
최 위원장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 때만 해도 검사가 4명 붙었는데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알린 MBC 수사에는 검사가 5명이나 붙었다"며 "대한민국 검찰이야말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언론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절대 사주의 이익을 위한 기사를 생산해서는 안 된다"며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 조중동은 언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 위해 불신임 투표 여부에 대한 노조 내부 회의마저 경찰을 보내 불법 운운하며 막았다"며 '촛불 지지 노조'들에 대한 탄압에 나선 정부를 비판했다.
 
또 "헌법 전문은 3·1 운동과 4·19 혁명 정신을 잇겠다고 돼 있다"며 "3·1운동은 외세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운동이었고 4·19는 독재권력으로부터 민중 삶을 지키자는 것인데 이 대통령은 헌법 정신을 지키고 있냐"고 일갈했다.
 
현재 조계사에 있는 '촛불수배자'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도 전화연결을 통해 "비록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곳에서 국민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며 수배자들의 근황을 전했다.
 
박 상황실장은 이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공안탄압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 추가협상 이후 제대로 된 방법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행태이며 국민은 더 이상 그를 대통령으로 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시민들 "이명박이 촛불의 배후, 오늘도 인터넷은 들썩였다"
 
한편,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자유롭게 이날 촛불문화제를 즐기고 있다. 모전교 방향에 있는 일부 시민들은 문화예술공동행동이 준비한 물풍선 터뜨리기 행사를 즐기고 있다. 시민들이 물풍선을 던지고 있는 나무판자에는 미친 소를 탄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물풍선을 던지고 있던 김 아무개(25)씨는 "인터넷만 둘러보면 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었는데 물풍선이라도 던지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는 12일 집중촛불문화제에 친구들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오늘 국회에서 이명박이 '정보전염병'이 촛불을 들게 했다고 말해 또 인터넷이 들썩거린다"며 "결국 촛불의 배후는 이명박"이라고 덧붙였다.
 
4살 난 딸과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이수민(35)씨는 "지금 <동아일보>를 보호하고 있는 경찰과 수사하겠다고 하는 검찰을 볼 때마다 도대체 이 나라의 법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경찰은 청계광장을 완전 봉쇄한 상황이다. 전경 버스 십여대는 청계광장 앞을 둘러쌌고 전경들은 모전교 방향에서 대기 중이다. 
 
 
[1신 : 11일 저녁 7시 45분]
 
민주노총, 65차 촛불문화제 주최... "신공안탄압 분쇄할 것"
 

11일 오후 5시 20분 서울역 광장.

 

"공안탄압"이라는 글귀가 적힌 얼음기둥이 민주노총의 망치질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서울역 광장에 모인 민주노총 조합원 700여명은 "촛불이 승리한다. 국민에게 항복하라. 비정규직 철폐 결사투쟁"을 외쳤다.

 

민주노총이 '공안탄압'으로 촛불을 끄려는 이명박 정부에 정면 대응을 선포한 것이다. 이날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청계광장을 향하는 거리행진에는 "공안탄압분쇄, 미친 소 반대, 민영화 반대", "청와대 뒷산 반성은 엿 바꿔 먹었냐"는 현수막이 펼쳐졌고, 조합원들은 나팔을 불며 촛불의 건재함을 알렸다.

 

민주노총은 이날 청계광장에서 저녁 7시 30분부터 65차 촛불문화제를 주최한다.

 

"이명박 정권 각성제 먹었나... 민주노총이 신공압탄압 분쇄하겠다"

 

앞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공안탄압분쇄 미친 소 수입 이명박정권 규탄대회'에서도 정부의 공안탄압과 노동자 파업권 불법 매도에 대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그동안 민주노총은 국민들이 선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나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각성제를 먹었는지 미친 듯이 날뛰면서 시민들을 군화발, 방패, 몽둥이로 쳐드는 이명박 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며 총파업 투쟁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국무총리와 국회의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갖다 놓고 파티를 벌이고, 미국의 조지 부시가 어깨를 툭툭 치니깐 환하게 웃는 이명박을 보면서 피가 역류했다"며 "우리는 공안탄압이 두렵지 않다, 전두환·박정희 정권보다 더한 이명박 정권을 민주노총은 용서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시민들에게, 노동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자"고 호소했다.

 

금속노조 남택규 수석부위원장도 "지난 2월 폐결핵 진단을 받고 울산에서 요양 중인 최용구 사무처장에게 3차 출두요구서가 날아왔다. 이명박 정권은 병가를 낸 사무처장에게도 출두요구서를 보내고 있다"고 성토했다.

 

남 수석부위원장은 "금속노조는 15만 찬반투표를 통해 임단협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를 불법이라 주장하고 병원에 있는 사람에게 출두요구서를 발송하고 있다"며 "4차 중앙쟁대위를 통해 다음 주에도 파업투쟁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KTX 승무지부의 한아름(29)씨는 "24살에 입사해 2년을 근무했고 3년 동안 투쟁하는 동안 아이를 두 번이나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다"며 "그러나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앞으로 낳고 기를 아이에게 비정규직의 아픔을 , 그리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이지 않기 위해서다"고 결의를 밝혔다.

 

 

민주노총, 7월 한 달간 산별연맹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 계획

 

한편, 민주노총은 산별연맹 중심으로 7월 한 달 간 대규모 집회와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집중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오는 12일 전교조가 전국교사대회를 개최하고 지하철 청소업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주축을 이룬 여성연맹은 오는 16일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위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공공운수연맹도 오는 12일 야간총회를 열고, 오는 25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민주노총,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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