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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긴장 속에 열리는 서울 경기

22일(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남북축구 대결전이 펼쳐진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남북 관계가 긴장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남북 축구 대결전이기에 국민들은 그만큼 높은 기대를 안고 일요일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던 '핑퐁 외교'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스포츠정신을 살려 적대관계에 놓인 두 진영을 화해와 협력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물꼬를 전환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이번 남북축구대회가 단순한 승부를 가리는 대결의 장이 아니라 남과 북 화합의 스포츠 축전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벌써 남과 북의 모든 선수를 다 응원하는 공동 응원단도 꾸려지고 있으며 인터넷 상에서도 승부만 가르고 말 것인가라며 승부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큰 민족화합의 축전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기 때문에 어차피 승부에는 양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부디 이번 남북전이 승부 그 자체에만 집착하지 말고 더 큰 민족화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난 2002년 열린 남북통일축구에서 북측 리경인(왼쪽)과 남측 최대욱이 유니폼을 교환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열린 남북통일축구에서 북측 리경인(왼쪽)과 남측 최대욱이 유니폼을 교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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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만 응원하지 말고 북측 선수도 응원하자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응원하는 국민들이 우리 남측 선수들만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함성을 지르지 말고 북측 선수도 함께 응원해주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2005년 8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 당시 현장에서 취재를 해보니 남측 응원단은 일방적으로 남측만 응원했다. 통일축구대회였는데도 그랬다.

국민 스포츠로서 축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남과 북의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화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우리 남녘 국민들이 남과 북 모두를 응원했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남과 북 모두 이미 최종예선전 진출을 확정지어 놓은 상태가 아닌가. 시기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다. 이번 남북전은 정말 남북화합축전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최종예선전 동반 진출 … 경쟁보다는 흥겨운 잔치 분위기로

다음으로 남북 축구선수들도 승부를 떠나 서로 형 아우로 아껴주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태클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달려가서 안아 일으켜 주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동포애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2005년 당시에는 남측에 북측이 패해서 그랬는지 경기가 끝난 후 남측 선수들은 북측 선수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었지만 북측 선수들은 굳어진 얼굴을 펴지 못했다. 이해한다. 나라와 국민의 기대를 잔뜩 지고 경기장에 나와 지고도 환하게 웃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가 이기고, 누가 지든 남과 북의 선수끼리 얼싸안고 통일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그랬다고 뭐라고 할 국민은 남과 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니 남과 북 축구대표들이여, 이번에는 정말 마음 놓고 얼싸안아 보자.

그렇게 잔디밭에 쓰러져 뒹굴다가 눈물이라도 펑펑 흘린다고 해서 누가 손가락질을 하겠는가. 수 십년간 갈라져 살던 형제가 만났는데 얼싸 안고 뒹굴고 눈물을 흘린다고 무엇이 이상하겠는가.

축구대표들이여, 그대들은 순수하지 않은가. 그만큼 정이 많지 않은가. 그 순수함으로 분단의 빙벽을 녹여 통일의 물꼬를 트는 기수가 되기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자주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북축구, #남아공월드컵, #남북공동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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