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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열차'칸에는 카펫트가 깔려있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페열차'칸에는 카펫트가 깔려있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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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 보니 서울시내에서는 주로 전철을 이용해 움직인다. 전철이 제 시간에 운행되어 편리하기는 하지만 여간 지루한 게 아니다. 짧은 거리는 그나마 참을 만하지만 구간이 몇 구간 되다보면 지루해서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지난주 천안에 일이 있어 가야 했다. 천안까지도 전철이 연결되어 있어 한 번만 타면 그대로 갈 수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해야만 하는 전철의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열차를 이용해 다녀오려고 마음을 먹었다.

막상 열차표를 끊어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서울역에서 천안역까지 8000원이 넘는다. 표를 끊고 플랫폼에 내려가 보니 타고 가야할 기차가 장항선이다. 장항선 열차에 오른 지 10여분 남짓 흘렀을까?.

"장항선 열차에는 '카페열차'가 4호선 객차와 5호선 객차에 마련되어 있고. 가벼운 음료수나 식사 심지어 인터넷까지 가능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안내에 따라 발걸음이 움직인다. 서울역에서 천안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 50여분 남짓이지만 그 새를 못참고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노트북 무선인터넷 요금이 많이 나와 가능하면 기본 용량 이외에는 사용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카페열차'라? 두 칸여를 지나 안내방송에서 나오던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카페열차' 칸을 찾았다.

"어라? 이상하네… 식당칸이 아닌 것 같은데?"

사진 왼쪽이 노래방과 안마기계가 설치된 작은 부스다.  한 승객이 인터넷을 연결하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진 왼쪽이 노래방과 안마기계가 설치된 작은 부스다. 한 승객이 인터넷을 연결하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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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새마을 열차 등에서 이용했던 식당칸을 상상하고 발을 디뎠던 나로서는 잠시 동안 어리둥절한 느낌을 받았다. 실내는 밝은 색깔의 페인트와 카펫이 깔려 있어, 기존의 칙칙한 분위기의 식당칸을 상상하던 나로서는 잠시 어리둥절 할 수밖에.

'카페열차' 칸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신기한 시설물들이 눈에 띈다. '노래방기기'는 물론, 'DVD게임기', '인터넷', 심지어는 '안마기계'까지 있다. 노래방 앞에는 '미니콘서트룸'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고 이용요금은 20분에 5000원이라고 붙어있다. '카페열차'는 기존 열차에서 운영되고 있던 식당칸과는 차별되는 듯 했다.

식당칸은 기차 운행시간내에 식사시간이 들어있을 경우에만 이를 연결해 운영했었다. 즉 어떤 열차에서나 운행되는 것이 아닌것. 하지만 '카페열차'는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추고 항상 기차 차량에 붙어서 운행된다는 점이 다르다는 이영숙(매점 담당)씨의 설명이 있었다.

식음료를 판매하면서 기기 관리를 맡고 있는 이씨는 "기존의 식당칸은 단순히 식음료만 제공하는데 반해 '카페열차'에는 신세대들이 즐겨할 만한 각종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어 이를 즐기면서 여행이 가능하다"며 자랑에 열을 올린다.

매점에는 도시락과 음료수 등이 준비 되어 있었다. 이씨는 하루 매상이 20만원 남짓이라고 비밀(?)을 털어 놓는다. 요즈음에는 농번기가 되어서 이용승객이 한결 뜸하다고 말했다.
 매점에는 도시락과 음료수 등이 준비 되어 있었다. 이씨는 하루 매상이 20만원 남짓이라고 비밀(?)을 털어 놓는다. 요즈음에는 농번기가 되어서 이용승객이 한결 뜸하다고 말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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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지난 2월부터 새롭게 채용돼 석 달째 일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현재의 일에 상당히 만족해 했다. 이씨는 아침에 익산에서 올라와 다시 내려가는 길이란다.

하루 일을 나오게 되면 근무형태는 서울과 익산을 오가는 왕복 노선에서 '카페열차' 칸 운영을 혼자서 담당하는 것. 편도노선이 다섯시간 남짓 소요된다고 하니,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게 되면 열시간 남짓을 근무하게 되는 것 같다.

'카페열차'는 현재 모든 철도 노선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각지를 잇는 철도노선중 '카페열차'가 운행되고 있는 구간은 장항선이 유일하다. 본격적 도입을 앞두고 이용승객이 가장 적은 노선인 장항선을 대상으로 지난 2월 부터 시험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씨의 설명에 의하면 경부선과 호남선은 올 연말경. KTX는 2010년경 '카페열차'가 도입될 예정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홍익매점 직원이 카트를 끌고 객실을 오가면서 판매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쾌적한 여행 환경 조성등을 목적으로 새로운 판매방식을 도입했다는 것.

현재 장항선 노선을 운행하는 기차는 무궁화, 새마을호 열차를 망라해 총 32량이 편성돼 서울과 익산을 오가고 있다.

32량의 편성차량에 '노래방기기', '게임기', '인터넷', '안마기'등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각종 시설물과 가벼운 다과와 음식 등을 섭취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된 객차가 '카페열차'라는 명칭을 달고 서울-익산간을 달리고 있는 것.

카페열차는 아직 이용객들이 적은 편 같았다. 노래방을 이용하는 사람은 1시간 남짓 동안 없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승객 서너명 그리고 식사를 하기 위해 '카페열차'를 찾는 사람의 발길이 간간히 이어진 데 불과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지면 그 편리성 때문에 이용승객은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익산행 장항선 새마을 열차는 빠른 속도로 경부선을 지나쳐 가고 있다. 차창밖 풍경은 지금이 모내기철임을 잘보여주고 있었다. 모내기철을 맞은 논 마다에는 물이 가득 고여 있고 모가 심어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익산행 장항선 새마을 열차는 빠른 속도로 경부선을 지나쳐 가고 있다. 차창밖 풍경은 지금이 모내기철임을 잘보여주고 있었다. 모내기철을 맞은 논 마다에는 물이 가득 고여 있고 모가 심어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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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은 경부선의 천안과 금강하구의 장항 사이를 잇는 철도선이다. 2008년 1월 1일에 장항~군산 연결선이 개통하면서 군산선 일부 구간(대야~익산)을 장항선이 흡수하였고, 종착역은 장항역에서 익산역으로 변경되었다.

한편 '카페열차'는 '코레일투어서비스'에서 그 관리를 맡고 있다. 이날 열차의 판매를 담담했던 이영숙씨는 자신의 얼굴이 나가는 것은 한사코 마다했다.

어쨌든 이날 이씨의 섬세한 서비스는 일품이었다. 도시락 하나를 달라고 주문하니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건넨다. 그는 도시락에서 반찬 일부인 쇠고기 볶음을 따로 덜어내더니 전자렌지에 넣고는 데운다. 잠시 후 따끈하게 데워진 쇠고기 볶음을 이씨가 들고왔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것은 모른단다. 다만 자신이 생각할 때 쇠고기 볶음의 경우 데워서 먹는게 훨씬 맛이 있을 듯해 그렇게 내놓는다고. 승객의 입장을 섬세하게 생각하는 이씨의 서비스 정신이 돋보이는 '카페열차'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항선, #카페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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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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