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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독서 교육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아침 독서'. 일본 교육계도 예상치 못할 만큼 '아침독서' 폭발적인 확장세를 보이며 뿌리내린 데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아침 독서 전도사'를 자처하는 오츠카 에미코 씨(62·일본 아침독서추진협의회 이사장)는 여기에도 비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한국의 교육 현장에 접목하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밝힌 '아침 독서' 정착 비결은 바로 '학급통신' 만들기와 '나의 역사' 쓰기다.

일본 초-중-고교에서는 '학급통신'을 날마다 발행하여 아침독서운동의 성과를 더 끌어올리기도 한다.
▲ "학급통신 만들어 보셔요." 일본 초-중-고교에서는 '학급통신'을 날마다 발행하여 아침독서운동의 성과를 더 끌어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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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교사로 일할 때 담당하는 학급에 '아침 독서'를 도입한 오츠카 이사장은 하루 10분 간 '아침 독서'를 하고 나면 학생들에게 학급통신을 나눠줬다. 또 학생들에게 '나의 역사'를 쓰게 해 자신을 스스로 차분히 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지도 방법은 현재 일본 각급 학교에서 '아침 독서'를 보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으며 널리 시행되고 있다.

오츠카 이사장의 학급통신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아침 독서'와 연계한 내용으로 꾸몄기 때문. 오츠카 이사장은 담임 교사 시절, 반장의 구령 아래 학생들과 "안녕하십니까"라고 아침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학급통신을 나눠주고 거기에 담긴 시를 읽어줬다.

어려운 어휘가 있으면 설명해 주고, 시의 의미 등 교사의 감상 소감을 학생들에게 말해 준다. 그 후 학생들은 담임이 학급통신에 쓴 그날 하루의 학교 일정과 전달 사항, 교사의 쪽지 편지 등을 묵독한다. 그 다음, 오전 8시 45분부터 제1교시 수업에 들어간다.

오츠카 이사장이 교사 시절 학생들을 위해 만든 학급통신에는 '아침 독서'의 주요 요소인 '매일 한다(학급통신을 날마다 발행)', '모두가 한다(모든 학생의 의견을 공평히 게재)',  '자신의 능력에 맞는 것을 한다(잘 못 쓴 글도 싣는다)'는 3가지 원칙을 그대로 반영했다.

일본 공명신문 2007년 4월 26일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아침독서운동에 참가하는 학교는 2007년 4월 13일 현재 2만4394개 교로 나타났다.
▲ "아침독서 참가 학교, 2만4천394개 교" 일본 공명신문 2007년 4월 26일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아침독서운동에 참가하는 학교는 2007년 4월 13일 현재 2만4394개 교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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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학급통신을 날마다 발행한다 : 교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학급통신을 만들면 학생들도 하루하루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날그날의 과제를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소중하게 생각한다. 꾸준하게 실천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일관성 있는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빠뜨리는 일이 없다.

②모든 학생의 의견을 공평히 싣는다 : 교사가 전달하고 싶은 사항과 함께 학생들의 심성을 온화하게 만드는 시를 날마다 싣는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공평히 학급통신에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하루 한 사람씩이면 학급생 전원이 한 바퀴 도는 데 한 달 이상 걸리지만, 하루 4명씩 글을 게재하면 2주일 정도면 다 소화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자신이 쓴 글이 학급통신에 실리면 열심히 읽는다.

③ 잘 못 쓴 글도 싣는다 : 학급통신에 학생 성적과 순위를 발표하거나 잘 쓴 글만 골라 실으면 비교육적이다. 뛰어난 학생의 능력을 더 향상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통이거나 부진한 학생들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더 중요하다. 교사는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제자들을 더 챙겨야 한다.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전 8시 10분 경에 등교하고 있다. 이들은 날마다 오전 8시30분부터 10분 간 '아침 독서'를 한다. 10분만 집중해 책을 읽어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기 때문에 하루 일과를 좀더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 "아침독서하러 가자!"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전 8시 10분 경에 등교하고 있다. 이들은 날마다 오전 8시30분부터 10분 간 '아침 독서'를 한다. 10분만 집중해 책을 읽어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기 때문에 하루 일과를 좀더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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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 기본 원칙과도 일맥상통하는 학급통신은 학생들이 반드시 집에 가져가도록 하는 게 좋다. 학급통신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읽어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 전원이 쓴 글을 매일 순서대로 게재하는 학급통신을 학부모들도 즐겁게 읽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일상적인 교실 풍경을 읽을 수 있으며, 자녀의 학교생활과 성장모습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 중에는 귀가하면 이야기도 별로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학부모들은 자녀의 가정교육에 자신감을 잃고 만다. 그런데  자칫 폐쇄적이기 쉬운 학급 운영 상황을 학급통신문에 개방하면 좀더 열린 교육을 할 수 있다.

학급통신 발행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보통 일본 학교들은 '아침 독서'가 끝난 뒤 약 5분 간 짧은 홈룸 시간을 연다. 이때 학급통신문을 나눠주고 거기에 나와 있는 시를 읽어준다.

이 시는 학생들 마음에 진하게 스며들 수 있다. '아침 독서'로 정서적인 안정을 찾은 직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용히 시 낭송을 경청한다. 아침에 이런 분위기를 만들면 그날 하루를 차분하게 보낼 수 있어 학습 효과도 올릴 수 있다.

오츠카 이사장은 "학급통신을 (때로는 밤을 새워가면서까지)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학생들이 진지하게 읽지 않으면 그냥 종이 쪽지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이 교사가 읽어주는 시에도 귀기울여 주고 전달사항도 차분히 들어주는 것은 오로지 '아침 독서'가 학생들의 심성을 차분하게 만들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츠카 이사장이 권하는 '아침 독서' 효과를 높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 '나의 역사' 쓰기가 있다. 고교 입학이 결정된 학생들에게 입학식까지 남은 시간 동안 태어나서부터 고교에 입학할 때까지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원고지 수십 장에 쓰는 과제를 주는 일이다. 이것은 꽤 어렵고 방대한 과제이기 때문에 미처 완성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 그래서 '태어날 때의 모습', '이름의 유래', '어린 시절', '초등학교의 추억' 등 글을 써야 할 세부 항목을 미리 알려준다.

나의 역사는 교사들에게 학생 지도에 참고로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된다.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3년 간 학생들에게 이것을 작성하게 하면 좋다. 학교 행사와 학기가 끝날 때마다 감상을 쓰게 하고, 잘못을 저지르면 반성문도 작성하게 한다. 물론 미래 어떤 사람이 되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포부를 쓰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은 자신의 언어와 표현으로 일상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다. 또 스스로 가능한 범위에서 작성하는 것이라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또 한번 작문 능력을 향상시키는 비결이 된다.

또 하나 일본 교사들이 중시하는 것은 학생들과 개별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다. 살아가는 데 중요한 '듣기'와 '말하기' 그리고 '서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급적 많이 갖도록 노력한다. 보통 일본 학교에서는 적어도 학기 초에 개인 면접 주간을 설정하고 매년 최소 3회 정도는 학생 전원과 개별 면접을 한다.

다시 말하면 '나의 역사'로 학생들을 파악하고 '아침 독서'에서는 책을 읽는 실력을 붙이게 하며 '학급통신'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쓰는 훈련을 하게 한다. 그 다음 '개별 면담'을 하면서 교사와 학생들 전원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것이다.

아침독서운동을 벌여 학교붕괴 위기를 탈출한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초등학교 이시카와 히로시 교장(왼쪽)과 이자와 다쿠야 부교장(교감)이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 "아침독서 덕분에 학교붕괴 탈출했어요." 아침독서운동을 벌여 학교붕괴 위기를 탈출한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초등학교 이시카와 히로시 교장(왼쪽)과 이자와 다쿠야 부교장(교감)이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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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적잖은 학생들은 책을 잘 읽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도 표현하지 못한다. 청취력과 표현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교사들이 실천하는 방법은 홈룸 시간에 학생들에게 사회를 보도록 맡기는 것이다. 그것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매번 교대로 사회를 보게 한다.

이로써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말을 하게 하고, 그것을 다른 학생들이 모두 듣게 하는 것을 매일 훈련한다. 시간이 짧은 오전 홈룸 시간에 이것을 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귀가 전 홈룸 시간에는 시간 제약이 없어 학생들을 사회자로 세우는 데 별 지장이 없다. 학생들은 겉으로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막상 자기 순서가 되면 즐겁게 하고 싶은 얘기를 동료들에게 털어놓는다.

이런 섬세한 과정과 교사들의 부단한 노력을 밑바탕으로 '아침 독서'가 일본 각급 학교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게 오츠카 이사장의 설명이다.


태그:#학급통신, #신문, #자서전, #교육, #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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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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