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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0년대를 시골에서 보낸 사람들은 아련히 모내기의 추억을 떠올린다. 모내기란 못자리에서 기른 모를 논에 옮겨 심는 일인데 지방에 따라서는 모심기라고도 한다. 한국의 벼농사에서 모내기에 의한 농사법이 널리 보급된 것은 조선 중기 이후부터이며, 그 이전에는 논에 물을 대고 논바닥을 고른 다음 종자를 뿌리거나, 물이 없이 마른 논을 고르고 종자를 뿌리는 직파재배법(直播栽培法)이었다.

 

어렸을 때 우린 ‘모쟁이’란 것도 했었다. 모를 내는 사람들은 뒤에서 모를 제대로 공급해줘야 원활한 모내기가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때는 농약을 뿌리지 않았기에 논에는 거머리라는 놈이 많았고, 다리에 징그럽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울상이 되곤 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아까운 피를 엉뚱한 놈에게 바쳐야 하는 게 싫었지만 조선시대엔 거머리를 부스럼을 치료하는데 쓰기도 했다나.

 

또 모내기 철에는 적당히 비가 와야 하지만,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어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남 산봉우리·큰 냇가 등에 제단을 만들어 신성한 땅으로 정하여 부정한 사람들의 통행을 금하고, 마을 전체의 공동 행사로 제사를 지냈다. 제주(祭主)는 마을의 장이나 지방관청의 장이 맡았고, 돼지 ·닭 ·술 ·과실 ·떡 ·밥 ·포 등을 제물로 올렸다.

 

민간의 풍습에서는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그것을 씻으려 비를 내린다는 생각으로 개를 잡아 그 피를 산봉우리에 뿌려 놓기도 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가뭄이 심할 때 왕이 직접 백관을 거느리고 남교에 나와 기우제를 올렸는데, 일반에서는 시장을 옮기고, 부채질을 하거나 양산을 받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양반도 관(冠)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엔 임금이 정사를 잘못해 하늘의 벌을 받았다며 거처를 초가로 옮기고 식음을 전폐하며 기우제를 지냈다. 또 종묘 ·사직과 흥인(興仁) ·돈의(敦義) ·숭례(崇禮) ·숙정(肅靖)의 4대문, 동 ·서 ·남 ·북의 4군데 성 밖과 중앙인 종각 앞, 또는 모화관 ·경회루 ·춘당대(春塘臺) ·선농단(先農壇) ·한강변 등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사실 모내기란 주제만 가지고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농업을 기계로 하는 현대엔 그 모내기가 저편의 아득한 추억일 뿐이다. 그런데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소장 이항원)에서는 오는 5월 31일 제2회 전통 모내기 체험행사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2007년 전통모내기 및 벼베기 체험행사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의 주요 내용으로는 이충무공 묘소참배, 모내기체험, 전통 풍물굿 시연, 기념 촬영 및 기념품 전달 따위가 있으며 행사에 참가하려면 5월 13일부터 30일까지 현충사 누리집(www.hcs.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지난해는 이충무공이 쓴 “必死卽生 必生卽死(필사즉생 필생즉사)”를 족자를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현충사관리소 행사 담당자는 이충무공 묘소 근처 논밭을 단순하게 농사만 짓기보다는 국민과 함께하는 체험공간으로 활용하려고 이 행사를 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 그는 “체험행사는 국민에게 사라져가는 전통 모내기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풍물굿과 함께 할 수 있으며 이 충무공의 묘소도 찾아 참배하면서 공의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뜻 깊은 하루가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아이와 함께 식구 사이의 사랑을 확인해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하루가 되지 않을까?”라고 강조한다.

 

현충사관리소는 모내기 이후 가을철에 모내기 참여자와 함께하는 벼베기 체험행사를 하여 모심기와 수확의 기쁨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연계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귀띔한다.

 

올해는 여름이 되기 전 아이와 함께 전통모내기를 체험하는 아름답고 따뜻한 체험을 하면 어떨까? 공자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 했다. 그저 우리 문화를 아는 데 머물지 말고 이런 체험행사에 한번 체험해보면 좋을 일이다.

덧붙이는 글 | ※ 문의 현충사관리소 041-539-4615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통모내기, #모내기, #체험행사, #현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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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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