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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오르기만 할 것 같던 중국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 이래 폭락했다. 중국 경제의 잠재력과 베이징올림픽 특수에 기대를 걸고 중국 투자 펀드에 목돈을 맡겼다가 요즘 밤잠을 못 이루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중국 경제는 어떤 상태일까. 모종혁 통신원이 두 차례에 걸쳐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중국 경제의 오늘을 짚는다. [편집자말]
3월 27일 중국 증시 종목지수 게시판은 하락을 나타내는 노란 전광 불빛으로 가득 찼다.
 3월 27일 중국 증시 종목지수 게시판은 하락을 나타내는 노란 전광 불빛으로 가득 찼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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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벌써 투자 원금의 절반이나 날아갔다. 산 주식을 계속 두고 가야할지, 지금이라도 당장 손절매해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지난달 27일 중국 충칭시 시난증권 위베이루 영업소. 잔뜩 흐린 바깥날씨처럼 200여 평의 영업소 안은 착 가라앉은 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날 중국 증시는 모든 시장에서 폭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5.4%나 떨어져 단숨에 3500을 깨고 3400선마저 위협했다. 상하이종합지수에서 35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4월 19일 이후 11개월 만이었다.

"7개월 만에 투자금 절반만 남았다"

영업소에서 만난 구젠리(43)는 "작년 8월 주식계좌 개설 후 2만 위안(한화 약 280만원)을 투자했다"며 "단 7개월 만에 투자금의 절반만 남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구는 "다른 회사도 아니고 '우량주'라는 바오산철강 주식을 샀는데 이 지경"이라며 반쯤 넋이 나간 듯 했다.

중국 최대 철강회사인 바오산철강은 이 날 가격제한폭(10%)까지 떨어졌다. 하한가는 지난해 5월 30일 이후 처음이었다.

천주안(54)은 "올해 들어 전체 투자금의 40%나 손실을 봤다"며 "주가지수판을 보기가 겁난다"고 토로했다. 주식투자가 3년째라는 천은 "5만 위안(약 700만원)을 투자하여 작년 상반기까지는 두 배 가까이 이익을 봤다"면서 "주가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주식을 던지지 못해 지금은 3년 전 투자를 시작할 때 원금으로 되돌아왔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지난해 중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중국 증시가 연일 폭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10월 16일 6124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올해 3월 28일까지 41% 폭락했다. 작년 4.4분기 이래 주가가 두 동강난 주식이 전체 1500여 개 가운데 100개를 넘었다. 40% 추락한 주식은 전체 종목의 1/3인 500개에 근접한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중국 증시가 반년도 안 돼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지난 반년 동안 상하이 종합지수 추이 그래프.
 지난 반년 동안 상하이 종합지수 추이 그래프.
ⓒ 시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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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년 동안 상하이 B주 지수 추이 그래프.
 지난 반년 동안 상하이 B주 지수 추이 그래프.
ⓒ 시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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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우량주까지 폭락하는 시장

올해 들어 중국 증시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3월 28일 중국 증시는 3일 만에 큰 폭으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4.94% 급등한 3580.15로 하루만에 3500선을 회복했고 선전성분지수는 4.43% 오른 13692.84를 기록했다. 외국인도 살 수 있는 상하이 B주지수는 261.49로 3.4% 올랐다. 5개월 만에 고점대비 40% 이상 폭락하여 바닥을 찍었다는 시장 분위기와 증권당국이 증권거래세를 인하할 것이라는 소문에 따른 반짝 장세였다.

오랫만에 주가가 올랐지만 증권회사 영업소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왕양(24·여) 시난증권 직원은 "신규 개설되는 계좌 수가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10~2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왕은 "3월 27일 위베이루 영업소에서 새로이 계좌를 신청한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면서 "투자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주식 투자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상하이와 선전에 상장된 A주시장의 신규증권 계좌 수는 작년 5월에 560만 개에서 올해 2월에는 100만 개로 줄어들었다. 새로 구좌를 튼 펀드 수도 작년 8월 500만 개에서 2월에는 30만 개로 급감했다.

올 초만 해도 중국 증시는 미래의 도약을 준비하는 듯 했다. 2007년 중국 A주시장은 미국·일본·영국에 이어 세계 4번째 규모로 커졌다. 작년 말 A주시장의 시가총액은 32조7000억 위안(약 4578원)으로, 전년대비 269%나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도 미국과 비슷한 130%에 달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월 중국 상장기업시장가치연구센터는 "올해 전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50조 위안을 돌파하고 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도 200%에 이를 것"이라며 "홍콩 등 해외에 상장된 우량기업이 A주시장에 돌아오고 새로이 알짜 기업도 잇따라 상장되면 중국 증시가 더욱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작년 중국 증시를 견인했던 금속·금융·에너지·부동산 등 종목이 이제는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3월 26일 중국 A주시장의 우량주 중 하나인 중국태평양보험(太保)은 전일 대비 8.11% 폭락한 27.98위안으로 발행가인 30위안 밑으로 추락했다. 작년 12월 상장 첫날 기록한 최고가인 51.97위안에서 46%가 폭락한 셈이다. 중국 A주시장에서 블루칩 종목의 주가가 발행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중국태평양보험이 처음이다.

3월 27일에는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 차이나의 주가가 2.5% 하락한 18.53위안으로 상장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발행가 16.7위안이었던 페트로 차이나는 상장 첫날 48.62위안을 돌파했었다. 페트로 차이나는 작년 말 세계 주요기업 시가총액 순위에서 7240억 달러로 엑손모빌(5196억 달러)을 제치기도 했다. 이날 최고가에서 62% 떨어진 페트로 차이나의 시가총액은 4534억 달러로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를 다시 엑손모빌에 내주었다.

시난증권 위베이루 영업소에서 투자한 종목지수를 살펴보는 중국 주식 투자자들. 연일 떨어지는 주가에 얼굴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시난증권 위베이루 영업소에서 투자한 종목지수를 살펴보는 중국 주식 투자자들. 연일 떨어지는 주가에 얼굴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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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비유통주에 그릇된 투자행태까지... 침체장 이유 있네

중국 주식시장이 침체 장세를 보이는 데에는 중국이 국제 경제와 일체화하는데다 중국 증시의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승일로의 중국 증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을 덜 받는 듯 했다. 해외에서 들어온 주식 및 부동산 투기자금과 위안화 절상을 노린 환투기 세력까지 중국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세계적인 불경기가 중국의 수출에 영향을 끼치고, 중국 증시에서도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첫째, 중국 국영기업이 보유했던 비유통주가 시장에 풀리면서 물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규모가 큰 국영기업이 상장할 때 증시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발행주식의 상당량을 비유통주로 지정, 일정 기간 동안 유통시장의 거래를 금지했었다. 2005년 금융당국은 상장기업 총주식의 70%에 해당하는 비유통주를 증시에 풀기로 결정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작년부터 비유통주가 대거 유통주로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지난 2~3월 두 달 동안 상하이증시에서는 3800억 위안(약 53조2000억 원)의 주식이 유통주로 전환됐다. 4월에 거래제한이 해제될 비유통주는 1560억 위안, 기업 수는 136개에 달한다. 올 한 해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비유통주는 3조111억 위안(약 421조5540억 원)으로 작년보다 30.3% 늘어난 수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많은 7조~8조 위안 규모가 유통주로 전환될 예정이다.

둘째, 1월말 폭설과 전력난으로 중국 제조업체의 1분기 실적이 부정적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깊어지고 있다. 3월 27일 1~2월 영업 실적을 발표한 중국 기업들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증가율인 44%보다 한참 뒤쳐진다. 토마스 덩 골드만삭스 중국본부 최고전략가는 "올해 중국 기업의 실적 증가율은 전년 30%에서 15~20%로 줄어들 것"이라며 "낮아지는 기업 실적은 중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셋째, 중국 당국과 상장사의 비시장적 행위와 대응도 중국 증시에 대한 회의를 낳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중국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장 기업은 활황세의 증시를 이용하여 본업보다는 주식 투자에 '올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샹룽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27일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기고에서 "상장사의 내부자 거래가 횡행하는데도 정부가 적절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넷째, 주식 투자자의 그릇된 투자행태가 중국 증시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 주식 투자자는 7800만 명에서 1억3000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중국 증시는 90%나 폭등했지만 주식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손해를 봤다.

작년 12월초 <중국증권보>가 1만1205명의 주식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8.7%만이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을 봤고 나머지 51.3%는 손해를 봤다는 결과가 나왔다. 투자자의 증시 만족도 조사에서도 38%만이 만족을 표시했을 뿐이다. <중국증권보>는 "개미 투자자는 잦은 환매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면서 "영업장에서는 작은 하락에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매도세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중국 비유통주 예상 매각물량 및 지분구조.
 중국 비유통주 예상 매각물량 및 지분구조.
ⓒ 대신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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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주택관련 대출 비중 추이. 중국도 미국발 신용위기에 영향을 받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
 미·중 주택관련 대출 비중 추이. 중국도 미국발 신용위기에 영향을 받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
ⓒ 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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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아직 멀었다... 대박 꿈 버리고 장기투자 해야"

1억 명이 넘는 주식 투자자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중국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증시 흐름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부양책을 시사했다. 중국정부는 비유통주 전환과 상장사 증자에 따른 공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신규 주식형 펀드를 18개 허용했다. 작년 중국정부는 증시 과열을 막기 위해 새로운 펀드 인가를 엄격히 규제했었다. 중국 증권당국은 대규모 펀드를 운영하는 매니저와 브로커들에게도 "3500~4500선이 적절한 수준"이라며 물량 조절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 외국인 투자기관(QFII) 자격도 미국 대학들에 승인해주며 그동안 막아왔던 외국인의 중국 증시 투자도 허용했다. 3월 27일 야오강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은 "차스닥 개설이 단기간 내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은 우량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장조건을 완화하여 하이테크 산업을 성장시키려 지난 9년 동안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차스닥 출범은 수급사정이 좋지 않은 A주시장의 자금을 분산시켜 우려가 컸었다. 중국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를 검토하고 뮤추얼펀드의 법인세를 면제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노력과 달리 시장은 아직 냉담하다. 더욱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책과 시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월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블루칩 종목의 폭락으로 증시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토마스 덩 골드만삭스 최고전략가는 "올해 중국 기업의 예상 순익 증가율 31%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미국 경기의 침체로 수출도 타격을 입고 10%대의 경제 성장률도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장치 하이통증권 분석가도 "증시가 3400선을 지지하지 못하면 300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션인완궈증권은 3월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당분간 증시의 바닥 찾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8.7% 폭등하여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올 하반기나 돼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기업 실적이 회복되면 주가가 안정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를 권유했다.

8월 베이징올림픽까지는 상승이 대세라 여겨졌던 중국 증시.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린 덕에 중국 주식 투자자는 한동안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

'그렇게 경고했건만….' 증시는 위험하고 주식투자는 투기성이 있으니, 투자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판 아래 종목지수를 살펴보는 중국 주식 투자자들.
 '그렇게 경고했건만….' 증시는 위험하고 주식투자는 투기성이 있으니, 투자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판 아래 종목지수를 살펴보는 중국 주식 투자자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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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증시, #거품, #서브프라임 모기지, #베이징올림픽,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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