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12일 오후 2시 30분 금융감독원 압수수색을 마쳤다.

 

특검팀은 이날 금감원조사2국·공시감독국·보험감독국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해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 주가급등 관련 조사자료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대주주 지분변동 관련자료, 삼성생명·화재 등 보험계열사들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금감원의 자료를 순조롭게 확보한 만큼 비자금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국세청의 수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특검이 국세청에도 금감원과 같이 압수수색을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삼성임원 2453명 계좌 추적... 밑바닥부터 훑는 저인망식 수사

 

현재 특검은 지난 11일부터 삼성증권 수서 전산센터에서 삼성증권에 계좌를 개설한 삼성 전·현직 임원 2453명을 대상으로 하는 방대한 계좌 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비밀번호가 '0000' '1111' 식으로 동일하게 걸려있는 계좌, 1억원 이상의 돈을 현금으로 거래한 계좌, 주식을 현물로 거래한 증권계좌, 배당금을 바로 출금해 간 증권계좌를 차명계좌의 특성으로 삼고 해당계좌의 거래내역 등을 다운로드 받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우선 해당임원 모두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윤정석 특검보도 12일 오전 브리핑에서 "(추적대상인 임원들 중 일부가) 계좌를 안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해당 계좌가 발견되더라도 연결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자금흐름을 파악하고 그를 보유한 임원을 소환해 차명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법원의 영장 발부가 적어도 하루가 걸리는 점. 그리고 임원들의 소환시기도 조율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막막한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특검이 이처럼 밑바닥부터 샅샅이 훑는 '저인망'식 수사를 택한 것은 그동안 국세청과 금감원의 수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당한 금감원 "실명법 등의 제한 때문에 어려운 부분 있었다"

 

국세청과 금감원은 고유의 관리·감독 권한을 사용해 법원의 영장 없이 차명의심계좌의 내역을 살펴보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해당 삼성 계열사의 세무조사를 살펴보는 등 삼성 비자금 수사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과 금감원은 특검의 수사 협조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12일 특검의 압수수색이 끝난 후 홍영만 금감원 홍보관리관의 설명은 그동안의 태도를 잘 설명해준다.

 

"특검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를 요청했고, 금감원이 그 자료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집행됐다. 지난해 실명법 등의 제한 때문에 감독당국이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제공하지 못한 자료에 대해 특검팀이 영장을 발부받는 등 법적 형식을 취해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법적 형식의 부재(不在)'라는 금감원의 변명은 국세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세청은 지난 1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변호사의 자문을 얻은 결과, 국세기본법 상 특검의 자료 요구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팀은 "충분히 자료 제출 사유를 소명하고 설득한다면 국세청도 협의할 것"이라며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명박 특검팀이 국세청을 전격 압수수색한 지난 11일 오후에도 윤 특검보는 "압수수색 영장 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오늘 특검팀은 국세청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그동안의 자료 제출 불응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 생각되는 부분이다.

 

금감원 · 국세청 자료 삼성 관련 의혹 핵심 꿰뚫고 있어

 

금감원과 국세청의 자료는 비단 비자금 의혹뿐만 아니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핵심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중요 자료이다. 지난달 16일 김상조 교수는 99년 작성된 금감원의 삼성계열 연계검사결과보고서를 입수해 이를 근거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을 재고발하기도 했다.

 

이날 특검팀이 금감원으로부터 확보한 에스원 주식급등 관련조사 자료도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첫 시발점이 에스원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지난해 11월 1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공개한 'JY 유가증권 취득현황' 문건을 보면 이 전무는 에스원 주식을 94년 10월 주당 1만9000원에 사들여 2년여 뒤인 96년 11월과 97년 2월에 주당 최고 21만원에 되팔아 무려 273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다.

 

이 매각대금은 96년 11월과 12월 사이 삼성에버랜드·삼성SDS·서울통신기술 등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 당시 이 전무는 비슷한 시기에 매입했던 삼성엔지니어링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해당 회사가 상장하면서 주식으로 바꿔 팔아 26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이 전무의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비 상장기업이었던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장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때 이 전무는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있었다.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작전이라 충분히 의심이 될 만하다.

 

국세청 자료 불응하면 '법적 형식' 갖춰줄 수밖에

 

국세청도 삼성 관련 핵심 자료를 가지고 있다. 법인 납세자와 관련인에 대한 분석, 주식·출자지분 변동상황 관리 등의 임무를 맡고 있는 국세청 조사국이 탈세 의혹이 제기됐던 기업과 개인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김용철 변호사도 작년 12월 "국세청이 기업별 지분조사를 늘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자료를 항상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국세청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팀장은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세청의 자료도 금감원의 자료만큼이나 중요하다"며 "(국세청이) 10년 전부터 문제가 된 삼성생명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최 팀장은 "특검이 국세청의 자료협조 불응 이후 공개적으로 권한 행사 의사 표시나 필요성 소명을 충분히 했는지 모르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최 팀장과 같이 "삼성의 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세청이 계속 불응하는 것은 자신들이 로비를 받았다고 자인하는 꼴"이라며 "지금도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특검 수사 협조에 불응하고 있는데 결국 특검의 강제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국세청과 금감원은 '공식적'으로 '법적 형식'을 말해왔다. 만약 국세청이 계속 자료 제출에 불응한다면 특검에게 남은 선택은 그들이 원하는 '법적 형식'을 갖추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의 해답은 '압수수색'인 듯 하다.


태그:#삼성 특검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