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0교시 마저 실시되면 학생들 아침밥이나 먹겠나. 학생들 인권도 생각해야지 않나."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의 목소리에는 실망을 넘어 분노가 담겨 있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특수목적고교 설립 인가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넘기고, 0교시 수업과 사설 모의고사 실시 허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은 이와 같은 사실을 20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런 보도를 접한 전교조 쪽은 반대 견해를 명확히 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두 단체는 정부부처 조직 개편에 따른 교육부의 명칭 변경에는 똑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세부 정책에서는 시각 차이를 보였다. 먼저 전교조 쪽은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 정책이 현실화 되면 대한민국은 초중고 모두 입시 지옥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교조 "0교시 부활? 학생들 아침밥이나 먹겠나"

 

한만중 정책실장은 "(이명박 당선인 쪽이) 사교육 업체와 결탁돼 있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는 정책만 골라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책실장은 "이 당선인 쪽은 온 나라의 교육을 입시 중심으로 만들고 있으면서 '사교육비가 절감 된다', '공교육 정상화다'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한 실장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학생들의 인권침해를 경고했다. 

 

"과거 MBC 프로그램 <느낌표>에서 새벽 등교 때문에 아침밥을 굶는 학생들 이야기를 많이 다뤘다. 그 때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교육부에서 0교시 수업 금지 규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걸 다시 허용하면 많은 학생들이 또 아침을 굶게 된다. 이건 인권의 문제다. '318' 즉 하루 세끼 식사, 한 시간 운동, 8시간 수면은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

 

이어 한 정책실장은 사설 모의고사 허용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 실장은 "현재 교육청이 주관하는 모의고사는 1년에 6회인데, 이미 일선 고교에서는 몰래 사설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충북의 어느 고교에서는 1년에 23번 모의고사를 본다, 이래서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기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한 정책실장은 외국어 고등학교의 자연계반 운영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거면 외고를 왜 만들었나, 차라리 과거처럼 평준화 다 해제하고 입시교육만 시키면 될 것 아니냐"며 "그래도 과거에는 등록금이라도 똑같았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학교마다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특목고 설립 자율화도 계속 반대해왔다. 특목고가 난립하고 그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목고 지정·고시권은 지난 2001년 3월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됐었다. 하지만 외고 등 특목고가 난립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2006년 5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특목고를 설치할 때 반드시 교육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교총 "외고 자연계 금지는 직업 선택 자유 침해"

 

이런 전교조와 달리 교총은 대체로 환영하는 의사를 나타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20일 오후 통화에서 "중앙 정부가 교육을 통제하는 이른바 '관치 통제'가 분권화 되는 건 찬성한다, 자율이 시·도교육청에만 머물지 말고 일선 학교까지 전달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교육부가 교육에 대해서 '하라' '하지 말라'고 말하는 흐름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0교시 수업은 학부모들의 요구로 많은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며 "수도권이 아닌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방 농어촌에서는 오히려 0교시 수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0교시 수업이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학교 교육 주체들이 협의해서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김 대변인의 주장이다.

 

또 김 대변인은 "고교생들의 진로는 수시로 바뀔 수 있는데, 외고생들에게 인문계열만 공부하라고 하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며 "외고의 자연계반 설치 운영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자율에 대한 약간의 통제와 검증 장치는 필요하고, 무엇보다 일부 학교(특목고)에 대한 예산 지원 쏠림현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태그:#사교육, #특목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