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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교수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미은행, 대구은행 등 그룹 외 금융기관들이 삼성투신 주식을 헐값에 넘기고 '이면약정'을 통한 반대급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상조 교수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미은행, 대구은행 등 그룹 외 금융기관들이 삼성투신 주식을 헐값에 넘기고 '이면약정'을 통한 반대급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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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6일 오전 이재용 삼성그룹 전무와 황영기, 이수빈, 배정충씨 등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이 99년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로부터 삼성투자신탁의 지분을 헐값에 인수해 삼성생명 등에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경제개혁연대가 고발한 내용은 지난 1999년 초 이재용 전무가 삼성생명과 한빛은행과의 투신사 주식스왑(swap)거래 과정에서 삼성투신 지분을 헐값에 인수한 것과 관련, 2004년 4월 참여연대 등과 함께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들을 배임혐의로 고발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사실상 재고발인 셈이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2005년 이 사건을 무혐의처분한 바 있다.

"이건희 일가, 99년 삼성투신 주식 액면가 인수해 312억 차익 실현"

경제개혁연대가 입수한 99년 9월 작성된 금융감독원의 '삼성계열 연계검사결과 보고'
 경제개혁연대가 입수한 99년 9월 작성된 금융감독원의 '삼성계열 연계검사결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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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입수한 99년 9월 작성된 금융감독원의 '삼성계열 연계검사결과보고' 문건 분석 결과 한빛은행과의 거래 외에 다른 은행 간에도 삼성투신 주식 스왑 거래가 이뤄졌고 이것이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의 기획으로 이뤄진 정황이 발견됐다"며 재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입수한 문건을 분석한 결과, 삼성생명과 한빛은행, 한미은행, 대구은행, 야마이찌증권으로부터 이 전무를 포함한 총수일가가 99년 2월에서 3월에 걸쳐 삼성투신 지분 34.9%를 적정거래가격인 2만원보다 현저히 낮은 저가인 액면가 5천원 정도에 인수해 312억원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의 연계검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주식시장 회복 및 간접투자 증가로 실적이 급속히 호전된 투신운용사를 이건희 일가가 액면가 수준으로 인수해 막대한 자본차익을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당시 타 투신운용사 주식 거래가격과 삼성의 '네임 밸류(Name Value)' 등을 감안할 때 주당 실제가격이 2만원"이라 분석하고 한미은행, 대구은행, 야마이찌 증권이 이건희 일가에 대해 저가로 지분을 양도한 이유를 "이대 대한 반대급부를 삼성생명 또는 삼성계열사가 제공했을 가능성 및 이건희 일가에 대한 주식매입자금(107억원)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용씨 개인적 판단 아닌 구조본의 기획 아닌가"

금감원의 연계검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주식시장 회복 및 간접투자 증가로 실적이 급속히 호전된 투신운용사를 이건희 일가가 액면가 수준에 인수하여 막대한 자본차익을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의 연계검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주식시장 회복 및 간접투자 증가로 실적이 급속히 호전된 투신운용사를 이건희 일가가 액면가 수준에 인수하여 막대한 자본차익을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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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삼성생명 측은 1차 고발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투신운용사의 실적을 감안할 때 저가매도한 것이 아니며 당시 투신운용사의 유동성 부족사태(99년 8월 대우사태 발발) 등 경영여건악화 등을 감안할 때 적정한 매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금감원도 삼성생명의 항변을 '투신사의 실적이 대폭 호전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회비용을 무시하고 취득가인 액면가액에 양도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미약하다'고 했다"며 삼성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 교수의 말이다.

"5개월 이후 일어날 대우 사태를 예상하고 한일투신과 한빛투신의 지분을 저가에 매각했다는 것은 합리적인 설명이 아니다. 더구나 이재용씨 등이 삼성투신 지분을 인수한 99년 2월에서 3월은 당시 현대투신의 'Buy Korea Fund' 열풍이 상징하듯 주식시장 및 간접투자시장의 성장이 정점에 달했을 때고 실제로 이 투신사의 펀드설정 잔액도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또 김 교수는 "한빛은행과의 삼성투신 주식스왑거래가 이뤄진 날이 99년 2월 26일인데 이날은 공교롭게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재용씨가 인수한 날과 같다"며 "삼성투신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이재용씨의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구조본이 기획했다는 정황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외 시중은행과 '이면약정' 통해 지분 인수했을 가능성 있어"  

김상조 교수는 16일 오전 삼성투신 지분 저가인수와 관련해 "이번 사건은 이재용씨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투신으로 이어지는 삼성 그룹 내 주요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김상조 교수는 16일 오전 삼성투신 지분 저가인수와 관련해 "이번 사건은 이재용씨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투신으로 이어지는 삼성 그룹 내 주요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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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 교수는 한미은행, 대구은행 등 그룹 외 금융기관들이 삼성투신 주식을 헐값에 넘기고 '이면약정'을 통한 반대급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당시 한빛은행장, 한미은행장, 대구은행장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이익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김 교수의 말이다.

"한빛은행은 삼성그룹의 주거래은행이었고 한미은행은 삼성그룹은 3대 주주로 1대 주주였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보유주식 차가 불과 13주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황영기씨는 삼성생명의 이사인 동시에 한미은행의 이사도 겸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삼성그룹은 대구은행의 최대 주주였다."

경제개혁연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삼성투신 지분을 저가로 매각한 금융기관들은 모두 재무곤란에 처해 있었다. 야마이찌 증권은 97년 이미 도산한 상태였고, 한빛은행은 조건부 회생 은행들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98년 말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합병한 은행이었다. 또 BIS자기자본비율 제고가 시급했던 대구은행과 대주주인 BOA가 한국철수를 결정한 한미은행도 마찬가지로 재정상 곤란을 겪고 있었다.

김 교수는 "96년 말부터 98년까지 삼성 생명 및 그룹 계열사들이 이들 은행에 후순위차입금 투입을 통한 BIS 비율 제고를 도와주는 한편, 증자에 참여해 해당 은행들의 대주주로 자리잡았다"며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금감원의 연계검사결과 문건이 지적한 대로 손실보전 혹은 반대급부에 대한 이면약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인 김영희 변호사도 "만약 이면약정이 없더라도 이 같은 거래는 은행에 손실을 끼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이익공여 혐의가 아니더라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삼성 비호 행위 있었다면 조치 나설 것"

한편, 김 교수는 "특검에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돼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서울통신기술 등 4개 사건만 수사 중이지만 사실 서울통신기술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라며 "차라리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이번 건이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재용씨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투신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내 주요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특검이 수사를 하고 있더라도 그룹 외 다른 금융기관까지 동원해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 행위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와 금융질서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더불어 김 교수는 "입수한 문건 분석이 마무리 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99년 당시 조사결과 발표 때 한빛은행과의 거래만 밝히고 나머지 은행들과의 거래는 밝히지 않는 등 금감원의 삼성 비호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심도 있다"며 "이후 비호행위에 대한 확신이 설 때 감사원 등을 통한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삼성비자금, #삼성투신,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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