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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방앗간이 따로 없다. 선생님 세 분이 부산스레 요리교실 채비를 할 사이, 아이들은
조잘조잘. 오늘은 또 무얼 만드는 걸까, 만두 속 재료를 보고는 말들이 많다.

눈쌓인 운동장으로 나가, 그 새 바지 끄트머리에 눈을 한 뭉텅이씩 달고 와서는 공부방 천지에 흩뿌려 놓더니, 이번엔 말을 흩뿌려 놓는다. 그래서 공부방은 소리가 웅웅 울린다.

매주 금요일은 꾸러기 공부방 요리 교실이 있는 날이다. 지난 주 김밥 만들기에 이어 오늘은 만두 만들기다. 전날 공부방 선생님은 김치를 송송 다져 물기를 미리 빼놓았다. 덕분에 만두소는 질척거리지 않고 딱 좋다. 아이들은 네 모둠으로 나누어 앉아 선생님 말씀을 듣고는 만두피에 조심스레 만두소를 올려놓는다.

조심스레 만두소를 뜨는 아이들
▲ 만두만들기1 조심스레 만두소를 뜨는 아이들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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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몇 개 만들어요?"
"으악~ 만두가 자꾸 떨어져요! 당면 튀어 나왔다!"
"만두, 만두 터졌네! 흐흐흐"

만두 만들기가 익숙해지자 아이들은 저마다 만두를 구경하며 킥킥거리고 웃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오늘 점심은 지금 만들고 있는 만두라는 말에 아이들은 터져 나온 만두에 다시 밀가루 살을 붙이고, 모양도 다시 다듬는다. 직접 입으로 들어갈 만두 생각에 터졌던 장난이 한풀 꺾인 것이다.
만두 만드는 아이들 손
▲ 만두 만들기2 만두 만드는 아이들 손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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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만드는 아이들 손을 보시라. 만두 양쪽을 잡고 다시 한번 붙여주는 범수의 센스는 남달랐다. 민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만두소를 많이 넣었는데, 만두가 통통한 게 가장 예뻐 보였다. 연준이는 마치 어려운 의식이라도 치르는 듯, 입을 다물고 만두를 하나하나 만들어 제 앞에 가지런히 정렬해 놓았다.

규림이 만두
▲ 만두만들기3 규림이 만두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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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를 잘부리는 규림이도 선생님들한테 기대지 않고 혼자 곧잘 만두를 만든다. 언니, 오빠들이 묵묵히 만드는 만두를 관찰하더니, 꼼꼼하게 만두피 둘레에 물을 바르고 꾹꾹 눌러 붙인다. 만두가 하나 둘 쌓이자 어느새 흰 접시에 개성 가득한 만두가 한가득 쌓였다. 만두빚기가 한창인 때에 한 쪽에서는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낸 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만두작품들
▲ 만두만들기4 만두작품들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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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교실을 할 때면 끝까지 호기심을 못버려 만들고 싶은 것을 다 만드는 친구들이 있다. 민서와 범수가 그렇다. 만두소를 납작히 눌러서 평평한 만두를 만들고는 눈치를 살피더니 몰래 옆방으로 나가버렸다.

우리만두 최고!
▲ 만두만들기5 우리만두 최고!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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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두를 만들고 또 다시 씨름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는 사이 만둣국은 보글보글 끓었다. 만두 끝을 잘 눌러주지 못해 속이 다 터진 것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만두피 따로 만두소 따로 먹으면서도 자신들이 만든 만두가 맛있는지, "한 그릇 더요!"를 외쳤다.

하얀 눈이 내려 하루 종일 설레였던 오늘 하루, 손수 만든 우리들의 만둣국이 있어 한결 더 따뜻한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강원도 춘천에서 문턱이 낮은 꾸러기어린이도서관과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꾸러기공부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공부방, #만두만들기, #요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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