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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에 콩나물 시루가 생겼다. 평소 콩나물 한 사발을 다 먹으라고 해도 먹을만큼 콩나물 마니아지만 직접 집에서 길러 먹으려는 생각은 못했다. 하긴 파는 콩나물도 다듬고 삶고 무치는 과정이 번거로워 좋아하면서도 잘 안 사먹는 요즈음이다.

우리집에 들어온 콩나물시루가 신주단지 모시듯 모셔져 있다.
▲ 콩나물 시루 우리집에 들어온 콩나물시루가 신주단지 모시듯 모셔져 있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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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콩나물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친근한 반찬거리요, 특히 뿌리에 아스파라긴산이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켜 숙취해소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동의보감에 콩나물은 온몸이 무겁고 저리거나 근육과 뼈가 아플 때 치료효과가 있고 제반 염증 소견을 억제하며 수분대사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위의 울열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기록돼 있다.

현대 의학으로 확인된 결과에 의하면 단백질, 탄수화물, 식물성 스테롤, 올리고당, 섬유소, 아스파트산 등 여러 가지 영양소와 콩에는 없지만 여름감기 예방에 꼭 필요한 비타민 C, 세균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비타민 A가 풍부하고 기력을 회복하는 사포닌, 아미노산, 비타민B군이 풍부한 영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고 값까지 저렴하여 서민들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점까지 더한다면 그야말로 콩나물예찬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콩나물의 좋은 점을 적어놓고 보니 새삼 콩나물을 그동안 잘 안 먹었던 것이 후회스러울 지경이다. 하여 콩나물 시루가 생긴 김에 직접 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믿을 수 있는 우리 콩나물을 길러 먹어 보기로 하고 콩나물 기르기 작전에 돌입하였다.

콩나물을 기르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1) 콩을 하루 저녁 충분히 불려 놓는다.
2) 아래 물받이에 물을 가득 채운다.
3) 시루를 물통 위에 올려 놓는다.
4) 망사는 물에 충분히 적신 후 시루 안에 한장 깔아 놓는다.
5) 물에 적신 망사 위에 불린 콩을 골고루 펼쳐 놓는다.
6) 생각날 때마다 자주 물을 뿌려 준다.


   제법 싹이 올라와있다.
▲ 첫째날 제법 싹이 올라와있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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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딸아이들이 콩나물의 자라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 하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 참 흐뭇하다. 그동안 식물을 기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흥미를 느낀 적은 처음이다.

정성스레 물을 뿌리고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 물주는 모습 정성스레 물을 뿌리고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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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이 콩나물이란 녀석은 한번 자라기 시작하니까 물 주고 돌아서서 다시 물주려고 보면 몇 센티미터씩 자라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다른 식물이야 자라는지 어쩌는지 꽃이나 펴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쑥쑥 자라주니 기르는 마음에야 콩나물 자라듯 아이들도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

    전날보다 훨씬 자랐다
▲ 둘째날 전날보다 훨씬 자랐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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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옛날 어른들이 콩나물을 많이 먹으면 콩나물처럼 키가 큰다고 하셨던 말씀도 생각이 난다. 콩나물이 길쭉한 것을 빗대어 하신 말씀이겠지만 돌이켜 보면 그것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각종 영양이 풍부하다면 아이들 성장에도 분명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어려웠던 예전에 콩나물 콩이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콩나물은 영양만큼이나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재료다. 제일 먼저 애주가들의 필수음식인 콩나물 해장국은 기본이요 콩나물밥, 콩나물무침, 콩나물죽, 콩나물잡채, 콩나물김치에 이르기까지 주재료로 쓰이기도 하고 각종 찌개의 부재료로 국물맛을 시원하게 하기도 하며 전이나 샐러드 등 다양한 음식에서 색과 맛으로 요리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콩나물이 이처럼 다양한 음식에 두루 어울리는 것은 영양도 영양이지만 그 특유의 질감이 특히나 사랑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줄기의 아삭아삭함과 머리의 오독오독 씹히는 맛은 어찌나 조화를 잘 이루는지 한 가지 재료로 두 가지 씹는 맛을 주는 재료는 아마도 콩나물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리하여 콩나물을 씹을 때는 나물인가 싶으면 콩이고 콩인가 싶으면 나물이고 전혀 지루함이 없다.

 하루 건너보니 너무 자라서 뽑아서 다듬고 보니 한 소쿠리다
▲ 네째날 하루 건너보니 너무 자라서 뽑아서 다듬고 보니 한 소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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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에 들어간 지 나흘만에 시루를 뚫고 나올 기세로 자란 콩나물을 보고 있노라면 생명의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시루 속에서 죽은 듯 소리없이 제 스스로 몸을 키우고 있는 콩나물의 생명력.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가끔 물을 뿌려준 것뿐이었는데 이 녀석은 그 물을 받아 먹고 저렇게 자라준 것이다.

같은 시루에 들어갔어도 다 같이 자란 것은 아니다. 물을 많이 받은 가운데 놈은 훨씬 키가 크고 주변에 물이 좀 덜 닿은 놈들은 자잘하다. 콩나물이 자라는 데도 인간사회처럼 관심과 혜택이 덜 가는 주변세력(?)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일부러 가장자리로 물을 뿌려주려 신경을 쓰는데도 가운데 놈이 훨씬 크다. 하지만 빨리 큰 놈들은 그만큼 빨리 우리 밥상으로 오를 것이니 빨리 큰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닐 거다.

키가 훌쩍 커버린 콩나물을 뽑아 다듬어 놓고 보니 한끼에 다 먹지 못할 만큼 제법 많은 양이다.

오늘저녁 아이들이 자기가 키운 콩나물을 밥상에 올리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니 저녁이 기다려진다. 순진한 녀석들인지라 물주는 대로 쑥쑥 자라준 고마운 콩나물을 홀랑 먹어치우는 것에 대해서 어쩜 서운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직접 키운 콩나물로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웰빙저녁상을 차릴 생각이 마음이 즐겁다.


태그:#콩나물,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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