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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을 마치고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대동놀이 한마당이 벌어졌다. 각 나라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춤을 추면서 이해와 연대를 도모했다.
 전통공연을 마치고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대동놀이 한마당이 벌어졌다. 각 나라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춤을 추면서 이해와 연대를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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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노래에 장벽과 차별은 없었다.
 춤과 노래에 장벽과 차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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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스 354-D지구 조남길 총재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무료건강검진 티켓 1천매를 전달하고,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1천만원대의 의료기자재를 기증했다.
 라이온스 354-D지구 조남길 총재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무료건강검진 티켓 1천매를 전달하고,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1천만원대의 의료기자재를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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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흥겹게 노는 '다문화 시대'가 본격 열린 한마당이었다. 피부와 언어는 달라도 '흥'은 한결 같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함께 어울리며 '이해'와 '연대'를 도모했으며, 서로 '차별'의 상처를 달랬다.

'(사)지구촌사랑나눔'과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대표 김해성 목사)는 23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김용달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등 내빈과 재중동포와 외국인근로자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족을 위한 2007 추석큰잔치'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MOU(국가간 인력송출 양해각서)가 체결된 방글라데시, 몽골,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13개 국기를 비롯해 27개국 국기가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전통공연 경연에 참가할 근로자들이 국기를 들고 입장하자 해당 국가 참석자들이 환호했고, 이 단체 자원봉사자 40여명은 축포를 쏘면서 분위기를 달궜다.

이날 전통공연 경연에는 11개국이 참여했다. 방글라데시는 전통혼례식 때 부르는 노래를 준비했고, 몽골은 몽골인의 생활과 춤을 표현했으며, 필리핀은 유리컵 안에 넣은 촛불을 머리와 양손에 올려놓고 추는 전통춤을 선보였다. 러시아는 전통춤과 함께 민속노래 '카츄샤'를 불렀으며, 인도네시아 다문화 어머니들은 순다족의 전통춤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재중동포들은 찬양과 율동을 섞은 '재중동포 아리랑'을 선보였다. 중국은 이날 출연진 가운데 가장 많은 75명이 나와 중국 명절에 추는 춤 '쥬스워량'을, 스리랑카는 자연과 가족을 위한 노래와 춤을, 태국은 기쁘고 즐거울 때 추는 전통춤을, 티베트는 장족들이 추는 춤을, 베트남은 전통모자 논라를 가지고 노는 춤을 추어 5천여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3시간에 걸친 열띤 경연 결과 1등인 대상은 몽골, 2등인 우수상은 인도네시아, 3등인 장려상은 필리핀, 인기상은 티베트 팀에 돌아갔다. 대상을 수상한 몽골팀 '달링 살흐'의 대표 발진남(27)씨는 "외국 땅에서의 외로움과 피곤함, 경제적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문국현 대통령 후보는 한국인이 행한 차별에 대해 대신 사과하며 외국인근로자들에게 큰절을 했다. 또한 재중동포의 국적문제와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온스 354-D지구 조남길 총재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무료건강검진 티켓 1천매를 전달하고,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1천만원대의 의료기자재를 기증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리차드디워커 외환은행장과 임영길 양푼속사랑회 회장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가족사랑 속에 전통춤 자랑" - "다문화에 대한 관심 꾸준해야"

다문화 어머니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하띠엘록'팀은 순다족의 전통춤을 선보였다.
 다문화 어머니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하띠엘록'팀은 순다족의 전통춤을 선보였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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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수상한 몽골팀. 몽골A, B 두 팀은 칭기스칸을 상징하는 박진감 넘치는 춤과 몽골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전통춤을 추었다.
 대상을 수상한 몽골팀. 몽골A, B 두 팀은 칭기스칸을 상징하는 박진감 넘치는 춤과 몽골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전통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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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모자 논라를 가지고 노는 전통춤을 추고 있는 '아이자이베트남' 팀.
 전통모자 논라를 가지고 노는 전통춤을 추고 있는 '아이자이베트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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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편과 시댁식구 등 다문화 가족들이 상당수 관람했다. 전통공연에 참가한 다문화 여성들은 자국 문화를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자녀들에게 모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어 기뻤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남편의 응원 속에 진행된 공연연습은 가족화합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우수상을 차지한 '인도네시아 하띠엘록'팀의 엔당 멜린다(30·여)씨는 지난 96년 한국 남편과 결혼해 4학년 아들을 두었다. 자신의 국적을 한국이라고 밝힌 엔당씨는 "남편의 격려 속에 한 달 동안 연습했다"면서 "가족의 사랑 속에 순다족의 전통춤을 자랑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다문화 행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엄마와 한국 아빠 사이에 태어난 이승빈(11·서울난곡초 5학년)군은 디지털카메라로 엄마 나라의 전통공연을 찍기에 바빴다. 엄마와 함께 행사장에 왔다는 승빈군은 "엄마 나라의 춤(유리컵 촛불 춤)이 너무 멋져서 기분이 좋았다"며 "엄마를 더 사랑할 것 같다"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사회를 본 이선희(목사) 지구촌사랑나눔 부대표는 24일 "공연을 처음 연습할 때만 해도 무관심하던 남편과 아이들이 차츰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을 봤다"면서 "이날 남편뿐 아니라 시댁식구들이 참석해 사진을 찍는 등 아내의 공연에 대견해했다"며 함께 기뻐했다.

이 부대표는 또한 "남편과 아이와 시댁식구들이 다문화 아내와 엄마의 문화와 세계를 이해하고 인정한 것이 행사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서 "어둡고 낮은 위치에 있던 다문화가 밝은 곳으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도록 사회가 꾸준히 노력하고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행사에는 다문화 가족들이 상당수 참석, 이해와 화합의 계기가 됐다.
 이날 행사에는 다문화 가족들이 상당수 참석, 이해와 화합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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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나눔-사랑' 실천해요!

초등학생, 2년 저축한 돈 107만원 내놔... 다문화 동생과 의남매 맺어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이 반휘은양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이 반휘은양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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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생이 다문화 시대의 나눔과 우정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자신이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외국인근로자 5천여 명에게 바나나를 제공한 것이다. 다문화 시대, 초등학생이 주도한 '오병이어' 사건인 셈이다. 게다가 교사로부터 홀대를 경험한 다문화 가정의 어린 동생과 의남매를 맺어 위로하기도 했다.

반휘은(11· 서울 원명초 6학년)양은 자신이 2년 동안 저축한 돈 107만 원을 이날 행사를 주최한 '지구촌사랑나눔회'에 전달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근로자 5천여 명에게 바나나를 제공토록 했다. 휘은양은 지난해 9월에도 가족과 함께 다문화축제에 참석해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집에서 만들어 온 잡채를 나눠주는 등 다문화 시대의 나눔과 사랑을 실천해왔다.

휘은 양은 이 단체에 전달한 107만원이 "2년 동안 부모님이 주신 용돈과 집안일을 하면 주시는 보너스, 설 세뱃돈과 추석 용돈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행사를 본 소감에 대해 묻자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여기 오신 분들 모두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하고 가족 같은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휘은 양은 다문화를 일찌감치 경험했다. 특파원으로 파견된 기자 아빠(동아일보 미략전략연구소장)를 따라 러시아와 호주에서 생활한 바 있다. 휘은 양은 "외국 생활을 하면서 차별을 겪어 봤다"면서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도 이주노동자로 하와이에 가 살면서 설움과 차별을 받은 적이 있지 않느냐. 그런 우리가 이주노동자분들을 차별하는 것은 옳은 것 같지 않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휘은 양은 지난 6월 S(7·서울 G초교 1)군과 의남매를 맺었다. 인도네시아 출신 목사인 아빠와 선교사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S군이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홀대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의남매를 맺었다는 것이다. 휘은 양은 "선생님이 발표기회를 주지 않는 등 따돌린다는 소리를 듣고 자매결연을 맺었다"며 "누나로서 S를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의 나눔과 사랑을 그야말로 '몸소 실천'한 소녀의 꿈은 유엔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라고 했다. 평화와 사랑의 세계기구 총수를 꿈꾸는 어린소녀는 "국제사회에서의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면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노력을 다 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한국국제시민봉사회' 10여명의 회원들은 간식 포장과 행사장 도우미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폈다. 또한 '양푼속 사랑회'(회장 임영길)는 자원봉사자 등에게 300명분의 양푼 비빔밥을 점심으로 제공했다.

김종률(52) '한국국제시민봉사회' 회장은  "각 나라의 멋진 전통공연을 보면서 다문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한다"면서 "이제 외국인근로자들은 손님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귀중한 식구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무료 라면제공 등의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태그:#다문화, #외국인근로자, #MOU, #중국동포 국적문제, #불법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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