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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덴마크!(Go Denmark!)" "레알 삼겹살!"

3일 오후, 과천 경마장은 경마 대신 축구 열기로 가득 찼다. 세계 각국의 한인 입양인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하는 '입양인 월드컵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입양인 월드컵은 미국·프랑스·스웨덴·한국 등 7개국 한인 입양인 축구팀의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가 펼쳤다. 낮 최고기온이 31℃까지 치솟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던 이 날, 참가자들은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었다. 경기는 여성 치어리더들도 구성된 응원단이 열기를 후끈 달궜다.

▲ 치어리더들의 열띤 응원전
ⓒ 차예자
199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처음 개최된 세계한인입양대회는 2001년 노르웨이 오슬로, 2004년 서울에 이어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독일·스웨덴·덴마크 등 15개국에서 모인 600여명의 한인 입양인들이 참가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대회는 8월 5일까지 한복 패션쇼·연주회·온라인 컴퓨터 게임대회·전시회·파티 등 다채로운 행사로 입양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

15개국 한인 입양인들 한 자리에

입양인 월드컵을 비롯한 세계한인입양대회를 주관한 국제한국입양인협회(IKAA, International Korean Adoptee Association, www.ikaa.org) 부회장 정혜진(덴마크명 Liselotte H. Birkmose)씨는 "세계 각국에서 온 입양인들이 함께 즐기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준비에만 2년이 걸렸다고 한다. 덴마크의 직장에 휴가를 내고 행사에 참가한 정씨는 "입양인들끼리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 행사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씨는 "입양인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교류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입양인들은 성장배경에서 오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친해진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한국어는 하지 못했지만 영어와 덴마크어 모두 능통했다.

▲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덴마크팀
ⓒ 차예자
대회 기간 참가자들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불편이 없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P씨는 "입양인들이 모두 착하고 밝다"고 말했다.

실제로 입양인 월드컵에 참여한 한인 입양인들은 모두 밝고 구김살 없는 모습들이었다.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참가자들은 경기장 한쪽에 준비된 핫도그 등 음식을 먹으며 가족이나 대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눴다.

경기하느라 몸이 달아오른 일부 선수들은 웃옷을 벗은 채 돌아다니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시종일관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더워 더워!"를 서투른 한국어로 외치기도 했다.

한 여성 참가자는 'Made in Korea'라고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이들에게 '입양인'이라는 구김살은, 최소한 외면적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미국 뉴욕주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마크 브로디(가명)씨는 두 경기를 마치고 땀에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경기가 어떻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첫 경기는 2-0으로 이기고 두 번째 경기는 2-3으로 졌다"고 대답했다. 한국에 온 것이 이번으로 4번째라는 마크씨는 대학생 시절 연세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고 한다.

SK건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는 그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던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한국어를 약간 구사할 수 있었다.

그가 한국말을 하자 반가운 마음에 한국말로 질문하자 그는 멋쩍은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영어로 대답했다. 친구가 주관 협회에서 준비위원으로 있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그는 이제까지 어떤 행사가 가장 재미있었느냐는 질문에 "This!(월드컵)"라고 대답했다.

미국 호놀룰루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지 3주가 되었다는 린지 브라운(가명)씨.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강남의 한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그는 한국에 온 것이 이번으로 두 번째라고 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손을 내저은 그는 앞으로 개인 교사를 두고 한국어를 배울 계획이라고 한다.

입양인 대회라는 행사명이 참석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린지씨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입양인이라는 사실을 잘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내가 결혼해서 성이 미국인 성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린지씨의 옆에서 있던 에이드리안(가명)씨 역시 "사람들에게 입양인이라고 처음에 먼저 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엄마를 소개하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 덴마크 팀을 응원하는 현수막
ⓒ 차예지
또 다른 입양인으로 미국 시애틀에서 온 애쉴리 존스(가명·26)씨는 "시애틀에 있을 때 참여하던 모임에서 행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애쉴리씨는 "한국에 몇 번 와봤지만 입양인 대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날 애쉴리씨는 한국에 사는 조카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애쉴리씨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좋은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자회 수익금, '국내 입양' 활성화에 써

▲ 월드컵 참가팀의 재미있는 팀명
ⓒ 차예지
대회를 후원하는 재외동포재단 입양동포 담당 홍진향씨는 "이번 대회의 상당 부분을 문화관광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나이키, 삼성 등 기업에서 후원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대회 기간 중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미혼모의 집에 기증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해외입양인연대' 김대원 사무총장은 앞으로 이러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의미 있는 행사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개최했으면 한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4일에는 온라인 컴퓨터 게임대회가 열리며 마지막 날인 5일에는 폐막 파티가 열린다.

태그:#세계한인입양대회, #입양인 월드컵, #입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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