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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한 과일가게 뒤로 장대비를 맞으며 한미FTA 반대 가두행진을 벌이는 농민들이 보인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졸속 추진된 '한미FTA'는 문화, 경제,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일간지의 기사 카피처럼 "포드차 타고 LA갈비 외식, 미국 드라마 보며 휴식?"하는 세상이 올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한-칠레FTA 협상에서 개방 대상에서 제외된 사과와 배는,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품종에 따라 10~2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사과는 10~23년 동안 세이프가드를 적용키로 했다.

그리고 정부는 피해규모에 따른 보상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민에게 보상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과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의해 장기적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면 과연 정부는 보상을 해줄 것인가?

아직 뚜렷한 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 한반도의 온도가 지난 100년 동안에 1.5℃ 상승함에 따라 열대성 질환인 말라리아의 경우 1995년 23건이었던 것이 2000년에는 2462건으로 증가하였다.

[사과] 2040년, 사과는 '강원도 특산물'

▲ 출처 : 한화진 외,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시스템 구축 Ⅰ'(2005)
ⓒ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그리고 온도변화는 농업생산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에 개방된 사과도 기후변화에 예외가 아니다.

사과가 성장하기 좋은 '적합한 토양분포'의 면적을 온도상승에 따라 살펴보면 부적합한 토양의 면적(붉은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3℃가 상승한 2040년에는 남한 대부분이 사과생산에 부적합한 지역이 되고 최적생산토양인 1등급 (파란색)면적은 강원도 지역에 한정된다.

이것은 그만큼 사과를 생산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품종개량 등과 같은 연구를 진행하지 않으면 기후변화에 의해 사과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산 사과는 한미FTA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시장이 개방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사과를 생산하는 농가의 위기는 가속화할 것이다.

[소나무]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어디 갔지?

▲ 보기 좋게 자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윤형권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 2절은 100년 뒤면 바뀌어야 할 지 모른다. 개마고원 일대를 빼고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한국의 상징 소나무가 기후변화에 의해 전 국토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한국정책평가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기온이 2℃ 상승하는 2100년에는 대부분의 남부지방에서 소나무 생육이 어렵게 된다. 그리고 2001년 현재 소나무 생육적합지역의 83%가 부적합지역으로 변화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소나무는 자연 상태에서 좋지 않은 지대로 쫓겨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런 경향에 따라 침엽수인 소나무는 주로 강원도 지역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측된다. 흡사 미국산 농산물에 의해 국내 농산물이 붕괴되는 것처럼 말이다.

[벚꽃] 22일 앞당겨진 진해 군항제

경상남도 진해시에서 열리는 향토문화제인 군항제는 1962년 4월 13일 진해시 북원로터리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건립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군항제는 벚꽃축제로 불릴 만큼 진해시 벚꽃은 아름다운 기운을 뽐낸다.

그런데, 최근 벚꽃 축제는 매년 3월말과 4월초에 진행되고 있지만 벚꽃의 개화시기에 맞춰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진해시의 4월 평균온도를 지난 40년간의 변화를 통해 살펴보면, 1965년 11.5℃였던 것이 2005년에는 14.6℃로 무려 3.1℃나 올라갔다.

진해시의 온도상승은 군항제 시기를 점점 앞당기는 이유가 됐다. 45회를 맞이하는 2007년 군항제는, 1963년 4월 13일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군항제보다 무려 22일 앞당겨진 3월 23일에 개최되어 4월 8일 막을 내릴 예정이다.

기후 변화는 축제 날짜까지 바꾸고 있다. 축제 일정의 변화는 관광객 수를 유동적으로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미FTA에서 국내 자동차세재를 개편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지방세인 자동차세 세수가 연간 1000억원 줄어들어서, 지자체의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진해시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54.4%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31.3%밖에 되지 않는다.

▲ 자료 : 진해시, '통계연보'(각 년도)
ⓒ 박항주
식목일의 작은 변화, 100년 뒤에 태풍이 될 수도

오늘은 식목일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토를 푸르게 복원했던 4월 5일의 식목일은 기후변화로 인해 날짜의 상징성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2~4월의 평균 기온이 2∼3℃ 높아져 나무 심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식목일 날짜가 앞당겨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산림생태의 변화는 병충해의 증가, 산불발생 위험도 증가, 목재의 질 저하 등의 문제를 부른다. 그리고 목본식물이 연간 0.25㎞로 이동할 때, 34억 7100만불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01) 이 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산림식생이 침엽수로 변화한다는 것은 강원도가 홍수에 더욱더 취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FTA는 몇 년 안에 닥칠 '급진적인 생활상의 변화'라는 점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기후변화는 100년 뒤에 올 '완만한 생활상의 변화'라는 점 때문에 관심이 덜하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인간이 예측했던 것 이상으로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는 6일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에서 발표할 온난화가 지구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에 관한 보고서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2080년까지 11억~32억 명이 물 부족에 직면하게 되고, 2억~6억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연안지역 범람의 피해자가 매년 200~700만명 늘어날 것이라 기록돼 있다.

▲ 출처 : 한화진 외,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시스템 구축 Ⅱ'(2006)
ⓒ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덧붙이는 글 | 박항주 기자는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입니다.


태그:#기후변화, #한미FTA, #군항제, #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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