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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고기 수육
ⓒ 이효연

오늘 저녁 메뉴는 돼지고기 수육입니다.

돼지고기 목살 한 근을 사다가 수육을 만들고 부추 겉절이와 함께 곁들었어요.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다 보니 잘 몰랐는데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마중 나가려 현관문을 열고 몇 계단 내려가다 보니 벌써 목이 칼칼하고 코가 매캐한 것이 '황사' 생각이 불현듯 나더군요.

'음, 돼지고기를 좀 먹어야겠군!' 하는 생각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육점에 가서 퍼어런 배춧잎 한 장을 내고 목살 한 근을 사 왔습니다.

흔히들 먼지를 많이 먹은 날이나 특별히 이렇게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는 돼지고기를 먹어야 호흡기에 좋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황사가 심할 때 수퍼마켓에 가면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수육용 고기의 판촉전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지요. 목에 낀 먼지 때가 돼지고기를 먹으면 실제로 '벗겨질지'는 좀 알쏭달쏭합니다만, 아무튼 기분이라도 좋아질 것 같아 돼지수육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쇠고기에 비해 값도 저렴하게 한 상을 차려낼 수 있고 게다가 황사를 이기는 데에도 좋다고 하니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지요. 곁들이로 낼 야채무침은 부추 겉절이나 상추 겉절이 혹은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배추 겉절이를 만든다면 더 좋겠고요. 국물은 역시 된장찌개나 된장국이 수육에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따끈한 잡곡밥에 봄내음이 물씬 나는 달래된장찌개나 냉이 조개된장국이라도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4인 가족 기준 만원에서 1만5천원 정도면 약간 모자란 듯, 과식하지 않을 정도로 즐길 수 있는 돼지고기 수육!

앞으로 우리나라에 황사가 점점 더 심해진다고 하는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란 말도 있듯이 어차피 맞닥뜨려야 할 수밖에 없는 황사라면 풍성하게 차린 돼지고기 수육 식탁 앞에서 온 가족이 '즐기며' 이겨내는 것은 어떨까요?

[재료]

돼지고기 목살이나 삼겹살 1근
물(고기가 푹 잠길 정도로 충분한 양), 월계수 잎 4-5장, 양파나 대파 1개,
생강 한 톨, 마늘 4-5톨, 통후추(혹은 후추) 약간, 된장 2큰술, 커피 1큰술, 소주 1/2컵


ⓒ 이효연

① 커다란 냄비에 주먹만한 크기로 썬 돼지고기와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팔팔 끓입니다. 된장을 넣어 끓이면 잡내도 사라지고 나중에 돼지고기에 적당한 된장간이 스며들어 맛도 좋아집니다. 너무 짜지 않도록 2큰술 정도만 풀어줍니다.

ⓒ 이효연

② 처음에는 강불에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끓입니다. 45분에서 한 시간 정도 끓인 후 젓가락으로 고기를 찔러보아 핏물이 안 나오면 완성입니다.

ⓒ 이효연

소주도 넣어주면 잡내가 없어져서 좋습니다. 다른 술도 물론 상관 없고요. 한 덩어리씩 도마 위에 올려놓고 고기결과 반대 방향으로 칼을 넣어 8mm 정도 두께로 썰어줍니다.

ⓒ 이효연

자! 고기가 삶아지는 동안에 곁들일 야채무침을 만들어봅니다.

ⓒ 이효연

저는 부추전을 부치고 남은 부추로 겉절이를 만들어봤어요. 배추로 겉절이를 만들면 더 맛있을텐데 좀 아쉬웠습니다.

ⓒ 이효연

깨끗이 손질한 부추 두 움큼을 4-5cm 정도 길이로 잘라 커다란 볼에 담고, 고춧가루 2큰술, 식초 1큰술, 마늘 1/2큰술, 올리고당 1큰술, 액젓 2큰술, 통깨 약간, 참기름 1큰술을 넣고 젓가락으로 가볍게 휘저어가며 고루 섞어줍니다. 손으로 박박 주무르면 풋내가 나고 부추 숨이 금세 죽어버리니 주의해야 합니다.

ⓒ 이효연

이렇게 바로 무친 부추 겉절이에만 싸서 수육 한 점을 먹어도 그 맛이 아주 좋고요. 혹은 싱싱한 상춧잎 위에 수육 한 점, 부추 겉절이 한 젓가락, 배추김치 한 잎 그리고 쌈장을 더 하면…!!!!!

ⓒ 이효연

수육에 잘 어울리는 바지락 듬뿍 넣어 끓인 냉이된장국입니다. 멸치국물을 내서 된장국을 끓일 시간이 없다면 빠른 시간에 끓여낼 수 있는 일본식 된장국을 내는 것도 좋습니다.

ⓒ 이효연

커다란 접시에 부추 겉절이와 김치 등을 둘러 담고 맨 마지막으로 수육이 뜨거울 때 썰어 담은 후 통깨를 뿌려 장식합니다. 새우젓, 초간장, 쌈장도 애초에 구색 맞춰서 내 놓아야 먹는 도중에 일어날 일이 없더군요. 또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싱싱한 포기김치가 빠져서도 절대 안 되겠지요.

두툼한 돼지고기 수육 넣은 상추쌈을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시원한 소주로 입가심을 하다 보면 어느새 황사 먼지로 칼칼했던 목도 금방 깨끗해질 것만 같지 않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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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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