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정식 코스
 한정식 코스
ⓒ 이혁진

관련사진보기

 
아들로부터, 바깥에서 조만간 함께 식사하자고 연락이 온 모양이다. 아내는 내게 "외식 약속 잡은 날에 빠지면 안 된다"며 다그치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5월이 다가왔다. 가족외식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이때만 되면 애들에게 식사를 제안하고 얼굴 보는 자리를 종종 만들었다.
     
학습효과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난해 결혼한 아들이 5월 외식을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그 제안이 반가우면서도 어디서 어떤 식사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아들과 아내는 내게 회식장소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식대값을 따지고 비싸다고 불평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외식값이 너무 치솟아 모임을 피할 정도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 비빔밥 등 외식 품목 8개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최대 7% 올랐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외식공포'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직장인들이 주변에 밥 한 끼 함께 먹자고 선뜻 말하지 못하는 일상이 측은하다.  
    
이처럼 외식값이 부담되지만 우리 집 가족모임 외식비도 어느새 인당 2만 원 수준에서 5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제는 아들내외와 우리 부부가 함께 외식하면 2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적어도 25만 원 예산을 준비해야 한다.
     
아들 결혼을 전후해 이런저런 의례적인 가족모임을 했다. 그때마다 식대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체면과 격식에 얽매이는 외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에 아들내외에게 가족모임 식사는 인당 2만 원 범위 내에서 지출하자고 제안했다. 직장에서도 매일 비싸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텐데, 아들내외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이뿐이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 부부 생일 정도만 함께 식사하는 '외식 기준'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이는 결혼한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식사하는 걸 되도록 피한다는 사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만나는 행사를 자제하고 카톡으로 서로 안부만 주고받기로 했다.
한정식 코스
 한정식 코스
ⓒ 이혁진

관련사진보기

    
즐거운 가족외식 분위기 점차 사라져
     
한편 우리 부부는 가끔 외식을 한다. 딱히 선호하는 음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나가 먹는 것이다.
     
단품 위주로 음식을 주문하는데 음식 값이 도합 3만 원이면 감지덕지다. 어쩌다 5만 원 정도, 과용할 때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내는 외식으로 특히 2만 원짜리 한정식코스를 좋아한다. 다양한 찬거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격도 비교적 착하다며 만족한다.
     
그런데 애들과 함께 만나면 인당 외식비가 훌쩍 치솟는다. 우리 부부를 배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격이 왠지 부담스럽다.
     
집에서 밥을 거의 먹지 않는 애들과 그렇지 않은 우리들의 외식 수준과 눈높이가 다르겠지만 갑부도 아닌 이상에야 비싼 음식만 먹을 이유가 있을까.
 
비빔밥
 비빔밥
ⓒ 이혁진

관련사진보기

   
생선매운탕
 생선매운탕
ⓒ 생선매운탕

관련사진보기

 
아내는 애들과 만나 오랜만에 밥 먹는데 조금 더 비싸면 어떠냐고 말하지만 나는 수긍할 수 없다. 가족모임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식대가 비싸면 자리를 피하게 된다.
      
인당 5만 원이 넘으면 과용이라고 본다. 비싼 음식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 나는 풍성한 식탁을 되레 경계하고 멀리하는 편이다.
     
마냥 아이들에게 얻어먹을 수만도 없는 법. 애들이 한 번 내면 우리 부부도 한 번은 내야 한다. 애들에게 '기브 앤 테이크' 문화를 가르치려는 것이다.
      
애들은 지금 버는 세대이고, 나는 수입이 거의 없고 주로 쓰는 편이다 보니 모든 걸 줄여 쓰고 있다. 외식비도 마찬가지다.
    
밥값에 '가성비'를 너무 따지는 모습에 쪼잔하다 할지 모른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애들에게 절약하는 지혜와 습관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밥 먹는 자리가 비싼 외식비로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 간에도 자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번 5월 가족모임 외식은 내 생일도 감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맛있는 설렁탕 한 그릇 하자는 식의 부담 없는 가족외식을 더 환영한다.
     
그런데 먹을만한 설렁탕 한 그릇이 최소 1만 5천 원 정도니 이 가격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외식하는 즐거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태그:#가정의달, #가족모임, #외식, #외식공포, #설렁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