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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마이뉴스> 애독자이면서 가끔 글도 쓰는 시민기자다. 24일 아침에 읽은 '300만 명이 매달 월급 20만 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라는 기사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평소 비슷한 문제 인식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상담사례에 바탕을 둔 생생한 노동 이야기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해당 기사를 쓴 이동철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제11조 1항에서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연차휴가와 유급 공휴일이 적용되지 않고, 그로 인해 매달 약 20만 원을 '도둑맞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영수회담 의제 중 하나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여당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야당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나는 고물가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급하는 데 반대한다. 민생회복지원금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 국민(1차) 또는 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 저소득층 등(2~4차)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이 사회적 재난 상황도 아닐 뿐만 아니라,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4월 10일 대통령 선거를 치른 게 아니다.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 300명을 새로 뽑은 이유는 입법 활동에 전념하여 민생을 살피라는 것이었지, 당장 먹고살기가 힘드니 빚을 내서라도 국민에게 선물을 달라고 한 게 아니었다. 야당에 192석을 몰아준 민심의 준엄한 명령을 왜곡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근로기준법 얘기로 돌아가자.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 300만 명에게 도둑맞은 월급 20만 원을 1년간 지급하는 데 드는 돈은 대략 7조2000억 원이다(300만명×12개월×20만 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민생회복지원금의 규모는 무려 13조 원이다. 한 번 지급하는 데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폭넓은 공론화 과정 없이 시혜성으로 돈을 푸는 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일터 노동자 300만 명에게 '못 받은' 월급 중 1년치만이라도(240만 원) 당장 지급하자는 게 아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5인 미만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무엇보다 법으로 말해야 한다.

대통령이든 야당의 대표든, 정치 지도자라면 나라의 위기를 잘 헤쳐 나가고 민생을 잘 살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꾀하는 게 제1의 의무가 아닐까. 지금은 고인이 된 쇠귀 신영복 선생님이 <담론>이란 책에서 하신 말씀을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자리와 관련해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권력의 자리에 앉아서 그 자리의 권능을 자기 개인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그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알튀세르의 비유가 신랄합니다. "히말라야 높은 설산에 사는 토끼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동상(凍傷)이 아니었습니다. "평지에 사는 코끼리보다 자기가 크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태그:#민생회복지원금, #근로기준법, #영수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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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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