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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백사장.  이것이 진정 한강의 모습이란 말인가?
 한강 백사장. 이것이 진정 한강의 모습이란 말인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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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한강에 백사장이라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마치 해안선 모래톱을 보고 있는 듯한 모습의 광경을 지난 3월 20일 새벽 한강에서 만났다. 그것은 바로 한강 백사장이었다. 잠원나들목에서 나와 한강으로 접어들어 곧장 강변으로 가면 만나는 콘크리트 호안을 따라 강변을 1km 정도 걷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백사장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강 백사장은 마치 바닷가의 작은 해수욕장을 보는 듯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낙동강에서도 못 보던 광경을 한강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 한강 백사장 .... "이것이 한강이라고?"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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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을 따라 조심조심 걸었다. 물컹물컹했다.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니 발이 점점 빠져들었다. 해안선 같은 모래톱을 따라 걸어보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백사장이라지만 정확히는 모래와 진흙, 즉 뻘이 합쳐진 것 같은 모양새였다.

할 수 없이 가장자리 쪽으로 걸었다. 버드나무들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초록의 새순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멀리는 이미 새순이 올라와 초록으로 물들고 있었다. 초록의 버드나무와 백사장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조화였다.
 
한강에 나타난 백사장. 이것이 한강의 레알? ..... 조개 폐각도 하나 놓였다. 조개도 산다 한강에?
 한강에 나타난 백사장. 이것이 한강의 레알? ..... 조개 폐각도 하나 놓였다. 조개도 산다 한강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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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백사장에 찍힌 야생동물의 발자국. 한강에 너구리와 수달 같은 야생동물도 산다.
 한강 백사장에 찍힌 야생동물의 발자국. 한강에 너구리와 수달 같은 야생동물도 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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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는 조개 폐각도 하나 놓였다. 한강에도 민물조개가 살고 있다는 증거다. 더욱 놀라운 광경은 모래톱에 찍힌 발자국.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모래톱을 따라 이어져 물가까지 길게 나 있었다. 야생동물도 한강에도 살고 있다는 증거를 현장에서 확인한 것이다.

이른바 자연형 호안이 형성돼 한강종합개발사업 이전 원래 한강 모습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는 이곳은 10여 년 전 강의 자연성을 되찾기 위해서 작업 한 구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형태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거석을 쌓아 길게 호안을 만들어둔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강이 이같은 모습으로 스스로 복원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하천운동'을 해온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의 염형철 대표는 "강이 알아서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석을 쌓았지만 강이 그 위를 모래와 뻘로 덮어서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며 "버드나무도 심은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라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에서 모래톱이 형성된 구간. 자연형 호안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들이다.
 한강에서 모래톱이 형성된 구간. 자연형 호안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들이다.
ⓒ 다음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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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곳은 상류에서도 또 한번 펼져진다. 한남대교를 지나 동호대교 아래에도 모래톱이 길게 형성돼 있었다. 아마도 중랑천에서 나온 모래가 강의 흐름에 따라 반대편 쪽인 이곳에 쌓인 것으로 보였다.

한강이 변해야 전국의 강이 살아난다

한강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렇듯 한강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다. 평소 필자는 한강이 변해야 이 나라 강들도 변하고, 그래야 전국의 강들이 비로소 되살아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수도 서울을 찾고 서울에 입성하면 흔히 만나는 것이 한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강이란 으레 한강 같아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내게 된다.
 
콘트리트 호안으로 둘러싸인 한강 .... 인공하천의 전형적 모습을 한강에서 만날 수 있다.
 콘트리트 호안으로 둘러싸인 한강 .... 인공하천의 전형적 모습을 한강에서 만날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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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강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돼 지역의 강을 한강처럼 만드는 작업들이 전국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4대강사업도 결국 4대강을 한강처럼 만들어 인간 이용 중심의 인공하천으로 만들어낸 것이지 않겠는가. 

따라서 4대강을 복원하고 전국의 모든 인공화한 하천을 되살리는 지름길은 한강을 자연화하는 것이다. 한강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려 내는 일을 그래서 중요하다. 필자는 그 가능성을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사이에서 만났다.

백사장을 간직한 자연형 호안은 500m가량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자연형 호안이 끝나면 곧장 만나게 되는 것이 '새빛둥둥섬'이다. 반포대교를 넘어서면 한강은 완전히 인공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심각한 대비가 반포대교 사이를 두고 벌어지는 것이다.
 
한강에는 유람선과 모터보트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다.
 한강에는 유람선과 모터보트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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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가야 할 길은 '새빛둥둥섬' '리버버스'가 아닌 바로 자연형 호안의 모습을 한 '한강 백사장'에서 찾아야 한다. 한강 백사장이 한강의 '오래된 미래'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오래된 화두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미래세대를 위해서 그 필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자연성이 살아있는 안전한 하천이 전국에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처방이 필요하다. 염형철 대표의 말이다.

"한강의 자연성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것은 준설이다. 준설을 하지 않고 모래를 그대로 놔두면 그 모래가 결국에는 백사장을 더 길게 더 크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야 한다. 인공 호안만 부분적이라도 걷어내면 수면적 변화가 일어나 모래밭과 갯벌로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보다 근본적으로는 신곡보 철거나 수위 조절을 통해 한강의 자연성을 근본적으로 회복시켜내야 한다."

한강의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한강에 자연성이 되살아나고 있는 구간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저자도나 밤섬 그리고 난지도와 여의도 샛강이다.
 
자연형 호안에는 갈대나 물억새도 곳곳에 자라 있다.
 자연형 호안에는 갈대나 물억새도 곳곳에 자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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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서울환경운동연합 김동언 정책국장은 "저자도와 밤섬, 난지도, 샛강의 자연성이 크게 되살아나고 있다. 양서류 로드킬까지 발생할 정도"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그런데 자연성이 되살아나고 있는 한강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란 이름으로 다시 '인공'의 덧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의도 서울항 계획과 150톤급 리버버스 도입이 한강에 '인공'을 더욱 가미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강의 대형 선박 운항은 여러 가지 우려를 남기고 있다. 수질오염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초대형 선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새벽(현지시각) 미국 볼티모어에서 일어난 초대형 선박 충돌 사고의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 

시민에게 어울리는 한강의 모습은 무엇일까. 자연성이 회복돼 사람과 공존하는 강의 모습 아닐까. 염형철 대표는 말한다.

"전국의 강들이 한강을 따라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강의 자연성이 회복돼 한강의 백사장을 서울시민들이 거닐게 된다면 그런 모습이 서울을 찾은 전국민이 보게 될 것이고, 그러면 전국의 모든 강들도 '인공'을 걷어내고 비로소 자유를 찾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모래톱에 저절로 자라난 버드나무가 초록으로 물들어간다.
 모래톱에 저절로 자라난 버드나무가 초록으로 물들어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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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버드나무 군락지.... 저절로 자라난 버드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강의 버드나무 군락지.... 저절로 자라난 버드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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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한강, #백사장, #모래톱, #4대강사업,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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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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