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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김민경 전 구의원
 강남구 김민경 전 구의원
ⓒ 강남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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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구의원의 사퇴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의회 김민경 의원(국민의힘, 37)이 오는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아직 구의원의 임기는 2년 넘게 남아 있지만, 청년 비례대표나 지역구 등을 통해 국회의원에 도전하겠다고 의원직을 던진 것입니다(관련 기사 : 강남구의회 김민경, 총선 출마 위해 의원직 사퇴 https://omn.kr/271gw).

그는 사퇴의 변에서 "저를 뽑아준 지역 주민들을 배신하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구의원보다는 더 높은 곳에서 주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위한 것인 만큼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지역 정가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동료 의원으로서 큰 뜻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용기가 멋있다며 좋은 결과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아직 기초의원으로서 지역 활동도 온전히 경험하지 못했고, 구정을 통해서 배울 것도 많이 남아 있는데, 굳이 보궐선거 비용까지 감수하면서 도전해야겠냐는 것이지요.

당선된 지 1년 6개월 차에 접어드는 구의원의 국회의원 총선 출마를 위한 의원직 사퇴. 이는 무모한 도전일까요? 아름다운 도전일까요?

구의원 사퇴의 현실

옆 동네 기초의원으로서 이번 김민경 의원의 사퇴를 바라보는 저의 첫 번째 감정은 우선 놀라움이었습니다. 구의원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은 젊기에 가능하다고 했지만, 젊은 것과 무모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니까요.

물론 구청장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사퇴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이는 구청장이 그만큼 유권자들을 상대로 인지도를 쌓았다고 자신했기에 가능한 일인데요, 이 경우에도 구청장은 대부분 다선입니다.

그런데 구의원에 하물며 초선의 도전이라. 구의원의 이름은커녕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도 부지기수이며, 대부분의 유권자는 구의원 개인보다는 소속 정당을 보고 뽑는 것이 현실입니다. 4년 내내 구정을 살피더라도 지역구 인구의 5%나 구의원을 알아볼까요?

때문에 이번 김민경 의원의 사퇴를 두고 지역에서 여러 가지 '소문'이 도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거 아니냐', '당 지도부와 청년 비례를 약속받은 거 아니냐' 등등. 이같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도는 이유는, 그만큼 그의 사퇴가 이례적이고, 한편으론 무모하게 보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같은 구의원으로서 그의 도전이 놀라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초의원의 역할
 
수해피해 현장을 둘러보는 필자.
 수해피해 현장을 둘러보는 필자.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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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퇴를 바라보는 저의 두 번째 감정은 착잡함입니다. 그가 밝힌 바와 같이 국회의원이 구의원보다 높은 자리인 것도 분명하고, 많은 이들이 구의원을 국회의원으로 가는 하나의 단계로 인식하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의원은 기초의원으로서의 역할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기초의원은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그 지역에 오래 살아왔던 생활인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법을 만들고, 정책을 고민하는 국회의원과 달리, 지역에 밀착하여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웃고, 울고, 고민하며 생활 정치, 풀뿌리 정치를 실현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현장에서 체득하고, 그렇게 얻은 판단을 소속 정당에 전달합니다.

사실 2022년 6월 당선된 이후 1년 6개월 동안 저의 구정 활동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기존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 똑같이 아이들을 키우고, 생활하고, 이웃들과 소통하는 등 저의 지역에서의 일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의원으로서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일상 속에서 정치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고,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나 꼼꼼하게 신경을 쓴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이웃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후원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나아지도록 노력합니다. 그것이 기초의원이 할 일입니다. 이 때문에 실제 기초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 큰 시너지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강남구 김민경 의원은 그와 같은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 아닌가 싶어 아쉽습니다. 그는 1년 6개월 만에 구의원을 사퇴하면서 더 높은 곳에서의 정치를 논했고, 자신의 도전을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기초의원으로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이유입니다.

앞으로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김민경 의원의 도전을 응원하며, 혹여 그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비록 짧지만 기초의회의 경험을 살려 일상에서의 정치가 원활하게 발현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당부드립니다.

태그:#강남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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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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