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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언론노조 YTN지부가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 부적격 방송통신위원 규탄 및 이동관-이상인 기피 신청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피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 "YTN 심사 부적격 이동관-이상인 기피 신청" 언론노조 YTN지부가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 부적격 방송통신위원 규탄 및 이동관-이상인 기피 신청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피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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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과 관련하여 방통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해나갈 예정입니다."

YTN 노조는 지난 23일 YTN지분매각 심사와 관련해, 공정한 심사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 이에 앞서 <오마이뉴스>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측에 기피신청과 관련된 의결 절차를 공식 질의했지만, 방통위는 '투명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동문서답형 답변을 내놨다.

YTN노조의 기피신청 직후에도 거듭 입장을 물었지만, 방통위는 입을 다물었다. 행정기관이 기초적인 행정 절차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게 '이동관 방통위'의 현재 모습이다.

방통위의 유례없는 속도전, YTN지분매각 심사

한가지 비유를 해보자. 범죄자를 심판하는 사람이 범죄자 자신이 된다면,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마도 그 범죄자는, 자신의 판단에 의해 셀프 면죄부를 받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법원과 수사기관, 합의제기관 등에 '기피 신청' 제도가 있다. 정책 결정권을 가진 자가 해당 정책에 관여돼 있거나 당사자인 경우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책결정권자가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셀프 심사를 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향후 YTN 최다출자자변경승인 심사를 맡게 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얘기다. 이동관 위원장은 YTN, 이상인 부위원장은 YTN 지분 매입 희망자인 유진 그룹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이 위원장은 배우자 뇌물 수수 의혹을 보도한 YTN을 고발하고 수억 원의 손해배상청구까지 한 당사자다. 향후 YTN과 법정에서 직접 마주하면서 싸움을 하게 될 사람이 이 위원장이다.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이 위원장이 YTN 대주주를 바꾸는 중대한 사안의 심사를 맡는다면, 심사과정은 물론 결과마저 정당하게 인정받기 어렵다.

이상인 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유경선 유진 회장의 배임증재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당시 하이마트 인수 과정에서 이면계약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유 회장의 변호사가 이상인 부위원장이었다. 이 부위원장은 유 회장의 동생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선배로, 평소 호형호제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이상인 모두 심사 공정성에 의심을 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상황을 보면 이런 문제를 고려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방통위는 YTN의 최다출자자변경 승인 심사를 마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5일 유진 기업으로부터 최대주주변경승인 심사 서류를 제출받고, 다음날인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심사 기본 계획을 의결했다.

과거 광주방송의 경우 서류 접수부터 기본계획 의결까지 걸린 기간이 75일, 경인방송은 92일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전례가 없는 빠른 속도다. 방통위는 YTN 대표이사 의견을 듣겠다며 24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는데, 이는 심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방증한다. 

언론현업단체들은 이동관 위원장이 국회에 탄핵되기 전 YTN 최다출자자변경 승인을 마치기 위한 '날치기' 시도라고 비판했지만, 방통위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해 언론노조 YTN지부가 지난 23일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YTN 최대주주변경승인 심사를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기피 신청을 냈다.

이동관의 셀프 심사... "정당성 인정 못 받을 것"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국무회의 향하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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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또다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방통위는 위원장 포함, 상임위원 5명의 합의로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야당 추천 위원(최민희) 임명은 나몰라라 하면서, 대통령실 추천 인사만 임명해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동관, 이상인 위원 2명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법을 보면 상임위원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은 전체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그런데 기피신청이 제기된 이동관, 이상인 위원 중 1명이라도 빠지면 전체회의가 열릴 수 없다. 결국 기피 신청에 대한 심사 역시, 기피신청 대상 위원 2명이 모여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동관 위원장이나 이상인 부위원장이 지금껏 해왔던 행태를 보면, 스스로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는 자기 성찰적 결정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동관 위원장의 경우 MB 정부 시절 언론장악 의혹과 아들 학교폭력 의혹 등에 대응해왔던 태도를 보면, 성찰보다는 '자기합리화'에 더 익숙한 듯하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상임위원 2명이 남아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법률 취지에 맞지 않다"면서 "긴급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사안을 상임위원 2명이 의결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YTN 최다출자자 변경 심사의 경우, 긴급한 사유라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11월 중 YTN 최다출자자변경승인심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11월 마지막주 수요일(29일) 전체회의에서 YTN 최다출자자변경승인심사를 의결할 것이라는 게 유력한 관측이다.  그에 앞서 두 위원들은 각자에게 제기된 기피신청을 셀프 심사해 스스로 면죄부를 받은 뒤 변경승인심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방통위가 주장하는 법과 원칙이라면 행정기관 차원의 '위법'이 행해지는 것과 다름 없다.

정권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지는 YTN 매각, 이른바 'YTN 사영화'는 탄핵을 앞둔 이동관 위원장 개인 입장에선 긴급한 사안일 수 있겠다. 아무리 정권의 뜻을 받드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행정기관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방통위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낯부끄러운 일이다.

태그:#YTN,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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