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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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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출장 후 국회에 출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고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그는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너무 많이 얘기해와서 신뢰할 수 없다"며 "증거인멸로 판단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발표 자료를 보고받으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걸렸고, 이 때문에 다음날 민간경찰로의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문제 제기했던 건 두 가지다. (장화 깊이까지만 입수하라고 했던) 여단장은 정당한 지시를 한 걸로 보인다, 초급간부 4명은 같이 물에 들어가 같이 수색했는데 왜 혐의가 있냐"라며 "(외압 의혹의 이유로 꼽힌) 사단장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검토 필요성 분명히 인식"했다지만... 군사법원법은?

하지만 "재검토 해야겠다는 필요성은 분명히 인식했다"는 이 장관의 발언은 법률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재 군사법원법은 군인이 죄를 짓더라도 그 혐의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거나 평시 사망사건 등이면 해당 사건의 재판권을 민간법원으로 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 어디에도 이첩 여부를 장관이 재검토할 수 있다거나 이미 이첩된 사건을 회수하는 절차 자체를 규정한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률 위반 아닌가"라며 "수사 주체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그 사실을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건데 하지 말라고 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종섭 장관은 "아니다. 그때까지 군사경찰은 수사를 한 것이 아니고 조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재차 해병대 수사단의 행위는 '수사'가 아닌 '조사'라며 자신은 "조사내용을 변경하려고 한 것은 하나도 없고, 조사기록에 대한 법리검토를 다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이첩하는 것이고, 그 사망에 원인을 제공한 사실이 없으면 군에서 '조사'하는 것이다. 군 수사단이 한 것은 수사가 아니고 '입건 전 조사'다. 그 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기 전까지는 군에서 '조사'해야 하는 거다. 그 차원에서 '조사'한 거다."

이 장관은 또 박정훈 대령이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 군사법원에서 기각된 군 검찰의 박 대령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서 "구속영장 청구 이유는 (박 대령이) 수사를 거부했다. 지금까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증거인멸로 판단되기 때문에 청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 격노라든지, 혐의자를 제외하라고 외압했다든지 이것은 전부 다 사실이 아니고, 전부 다 (박 대령) 변호인 측에서 허위로 얘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자 기동민 의원이 한 마디를 남겼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입을 맞추고, 짜맞춰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데 그분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뭔가? 박정훈 수사단장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뭔가, 도대체? 아들이 육군사관학교를 다니는 사람인데!"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 해임 집행정지 신청 1차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 해임 집행정지 신청 1차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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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도 의문... "전화 한 통이 회수요청인가? 적법한가?"

한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가 장관의 재검토 지시에도 박정훈 대령이 사건 이첩을 강행하자 이 사건을 다시 경찰에서 받아오는 과정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는 수사단장의 항명 증거서류로 (채 상병 사건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제 생각에 항명은 군사법원 사건이고 경찰은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며 "증거수집은 (경찰에 넘겨진 기록을 회수할 게 아니라) 거기서(군) 하면 된다"고 했다.

조 의원은 또 8월 2일 오전 8시에 해병대 수사단에서 '온나라시스템'을 통해 경북경찰청에 사건 이첩 공문을 보내고, 같은 날 10시반경 같은 시스템에 사건기록을 접수한 것과 달리 국방부는 이날 오후 1시 50분 법무관리관의 전화 한통으로 사건을 회수해갔다며 "국방부 전화 한 통 띡 받으면 그게 회수요청인가? 적법한 행정절차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혹시 그 과정에서 청장이 전화받은 것 있는가. 국방부 쪽이냐"라고도 물었다.

윤 청장은 "저는 전화받은 건 없다"고 대답했다. 또 국방부의 사건 회수 관련해선 "이후에 필요한 절차를 갖췄다고 보고받았다"며 "국방부면 저희가 판단하기엔 당연히 해병대를 지휘하는 상급부서라서 저희가 해병대에 확인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회수 요청이 올 때는 이게 무슨 항명사건 증거자료다, 이런 건 저희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는 말을 남겼다. 회수의 절차와 근거에 여전히 의문을 남기는 답변이었다. 

태그:#박정훈 대령, #이종섭,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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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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