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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아들 학교폭력, 언론장악 의혹에 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아들 학교폭력, 언론장악 의혹에 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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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1일 오전 10시 18분] 

"스핀닥터 역할 중 하나입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장악 기술자 역할을 했다고 스스로 말했다. 정확히는 '스핀닥터'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고민정, 민형배, 윤영찬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을 내보이며 이동관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언론장악 문건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에 근무하던 당시 국정원 직원이 파견나왔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게 이 후보자의 답변이었다.

고민정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문건의 상당수가) 죄다 홍보수석 배포 요청이다, (당시 홍보수석으로 재직했던 후보자는) 기억에 없나"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행정관 수준에서 자기네끼리 얘기해서 한 일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일까지 제가 보고받고 지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 의원이 '국정원 직원 증언에 따르면 문건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실 지시로 작성된 걸로 추정된다'는 검찰 수사보고서를 언급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건가, 이 후보자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건가"라고 거듭 질문하자 이 후보자는 "수사 보고서 어디에도 이동관이 지시했다는 말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청문회를 벼르고 별렀던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은 국정원 문건과 검찰 수사보고서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예상된 '모르쇠' 전략으로 버텼고, "(사실이라면) 엄혹한 적폐 수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언론조작 모사꾼' 당당히 인정한 이동관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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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의원이 'YTN 리스트'를 들며 "밥먹듯이 방송 개입한 게 나와 있다"라는 말에 대한 이 후보자의 답변은 주목할 지점이다. 이 후보자는 "이런 정도 협조 요청하는 것은 기본 직무"라며 'YTN 리스트' 역시 통상적인 범위의 업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스핀닥터'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스핀닥터는 무엇인가. 스핀닥터 역할 중 하나입니다."

여러 사전에서 '스핀닥터'는 이렇게 정의된다.

'지신의 보스나 당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언론 조작도 서슴지 않아 흔히 모사꾼으로 묘사'(네이버 지식백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사람'(두산백과)
'정치지도자 측근(스핀 닥터)들이 자신이 마치 정책결정자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언론조작을 서슴지 않는 것이 특징'(위키백과)


이들 사전에 정의된 내용을 요약하면, 스핀닥터란 '자신의 리더, 혹은 진영을 위해 언론조작까지 감행하는 사람'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자신이 언론기술자라고 불리는 것에 "스핀닥터를 폄하하는 말로 쓴 거 아닐까 생각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사전적 정의를 볼 때, 스핀닥터와 언론기술자는 큰 차이가 없다.

이 후보자에게 '스핀닥터'는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으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었던 것이다. '스핀닥터'를 '언론조작 모사꾼'으로 보는 언론인들의 인식과는 간극이 크다. 그는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상) 지금은 스핀닥터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가 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과거 이명박 청와대 재직 시절 했던 스핀닥터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KBS와 MBC 공정성(문제)가 해소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후보자의 답변에서도 그 방향성은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태그:#이동관, #스핀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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