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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민의힘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컷오프를 발표해 본선 레이스 막이 올랐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시작부터 '윤심 경쟁' 논란에 휩싸인데 반해, 이 당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최근엔 이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 탈당 등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지낸 조대원 리서치한국 센터장은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13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21세기형 체육관 선거'... 김기현 당선 가능성 높아"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김기현(오른쪽부터),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공정경쟁 및 선거결과 승복 서약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 예비경선 통과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김기현(오른쪽부터),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공정경쟁 및 선거결과 승복 서약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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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컷오프를 발표해서 본격 레이스에 올랐는데 현재 전당대회 상황 어떻게 보세요?

"결국 대통령실과 여당 주류 측이 희망하는 대로 김기현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봐요. 현재 언론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는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결국 투표 동원율에서 친윤 그룹이 비윤 그룹을 압도할 거예요. 주류 그룹에서 애초 그걸 노렸기 때문에 '21세기형 체육관 선거'인 '100% 당원 투표제'를 밀어붙였던 거고요.

현재 제 주변 국민의힘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김기현 후보 측으로부터는 하루에도 몇 통씩 지지해달라는 문자와 카톡을 받는다고 해요. 반면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는 일주일 가도 문자 한 통 받기 힘들다고 얘기해요. 지금 언론에서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도 신뢰성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 왜요?

"일반 여론조사 기관들은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보할 수 없거든요. 기껏 하는 게 단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김기현 대 안철수를 돌려보는 건데 (예를 들어) 1000개 샘플을 기준으로 하면 고작 국민의힘 지지한다고 응답하는 350개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샘플이 너무 적어서 결과에 대한 오차 범위가 크고, 제대로 된 데이터라고 볼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실제 투표에 임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은 단순 (국민의힘) 지지층보다 훨씬 더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우편향적이에요. 따라서 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훨씬 더 김기현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해석해야 맞는 거예요."

- 이준석 대표 시절에 들어온 당원들이 많은데요.

"이준석계 당원들보다는 전통적으로 우리 당에 오래 있었던 당원들의 투표율이 더 높을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준석계가 투표에 참여할 동기의식보다 기존 당원들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동기의식이 훨씬 더 강해요. 현재 상황을 대단한 위기로 보고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서 우리가 어렵게 세운 정권이 허망하게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고 있어요. 이건 이준석 전 대표를 바라보고 새롭게 당원에 가입한 사람들이 당을 바꾸고 싶어하는 마음보다 훨씬 더 절박한 마음이거든요. 

- 컷오프의 이변 중 하나가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이용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의 탈락인 것 같은데.

"당원 중에 이용 의원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기본적으로 영남과 비례대표 중심인 친윤계 의원들의 인지도가 너무 낮았어요. 게다가 최고위원들은 당 대표 결정에 따라오는 거수기 정도로 여기니까 대통령실과 주류 측의 관심도 자체가 아주 낮아요. 공천에 관한 모든 권한이 당 대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과 주류 측에서 봤을 때 당 대표만 먹으면 내년 총선 때 공천권 행사하는 데 문제가 없는 거거든요."

-  이준석계 4명이 모두 컷오프를 통과한 건 어떻게 보세요?

"'이준석계'라는 게 이젠 실체가 있는 당내 세력이 됐어요. 이준석 전 대표가 쫓겨나는 과정에서 과거보다는 세력이 많이 축소됐지만 남은 사람들끼리 결집도는 더 강해졌고요.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당 주류 세력 빼곤 개별 정치인을 지지하는 그룹 중에는 최대 계파라고 봐야 해요. 그렇게 결집도 강한 그룹에서 당 대표, 최고위원 둘 그리고 청년 최고위원, 이렇게 딱 4명으로 정리해서 나왔으니 이준석 지지층에서는 표 찍기가 아주 편했던 거죠."

- 정미경 전 의원과 조수진 의원은 직전 지도부 최고위원이었지만 사퇴했어요. 이번에 다시 출마한 게 맞나 싶어요.

"제가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도 최고위원 출마했었는데 이미 그때 정미경 후보를 향해 '최고위원을 마치 직업처럼 하려는 사람'이라고 비판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출마해서 세 번 연속으로 최고위원 하겠다고 하잖아요. 생각이 있는 당원들이 보면 정말 기가 막히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 그분들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에요. 이분들도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고위원 출마가 정말 절실한 거거든요. 현재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이 하는 행태를 보니 공천을 자신할 수 없는 거예요.

유승민·나경원·안철수 같은 거물들도 국민 눈치 안 보고 날리는 분위기잖아요. 그러니 국회의원들도 어떻게든 윤핵관이 되려 저리 애쓰고, 그게 안 되면 '윤핵관 호소인'이라도 하겠다고 다들 저리 난리잖아요. 이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김재원·정미경 같은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공천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 조수진 의원은 친윤계 아닌가요? 

"친윤계 입장에서 보면 정미경·김재원에 민영삼 같은 사람까지 나오니 잘못하면 친윤계에서 최고위원 한 자리도 못 차지할 것 같은 위기의식이 생겼겠죠. 그나마 조수진 의원은 지난번에 최고위원 1등 했던 사람 아닙니까. 친윤 그룹에서 보면 최고위원 한 석 확보하는 데는 가장 확실한 카드인 셈이죠."

- 사실 이번 전당대회는 이준석 전 대표 축출 논란으로 시작된 거잖아요. 이후 대통령실이 특정후보를 주저앉히는 식으로 해서 당무 개입 논란이 있는데.

"저도 이 당에서 19년 세월을 보내면서 정말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도 권력 잡은 쪽에서 자기 사람을 당 대표로 밀어 올리려 온갖 짓을 다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일단 김기현이라는 인물 자체가 과거에 당 대표로 밀어 올리려고 했던 인물들과 비교하면 급이 안 맞잖아요. 인지도가 낮아도 너무 낮아요.

저만 하더라도 김기현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 울산시장한 건 알았지만 김기현이 누군지 잘 몰랐거든요. 그냥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게 '점잖지만 무색무취한 사람' 딱 그 정도거든요. 대통령실과 주류 측에서 시키는 대로 '딱 말 잘 들을 사람 골랐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그런데 저만 이런 생각을 했겠어요?"

- 왜 대통령실에서는 인지도 있는 사람이 아니고 김기현 후보를 밀까요?

"솔직히 말하면 대통령실에서는 장제원·권성동 중 한 명을 세우고 싶었겠죠. 그런데 그 사람들은 국민은 물론이고 당원들에게도 비호감도가 너무 강해요. 아무리 대통령 지키는 게 급선무라 할지라도 장제원·권성동은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러니까 당원들이 좋아할 사람을 세운 게 아니라, 당원들이 싫어하지 않을 무난한 사람 세우는 걸로 당선 전략을 바꾼 거죠."
 
조대원 리서치한국 센터장
 조대원 리서치한국 센터장
ⓒ 조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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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과 탈당 언급, 기반이 약하다는 방증"

-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의 비전에 대한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말해서 정말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거죠. 그만큼 친윤이라는 사람들이 윤심 빼면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방증이고요. 자기 실력과 대중성이 전무하다고 봐야겠죠. 그런 사람들을 권력이 억지로 밀어 올리는 것에 대한 반발로 민심은 계속 반윤 후보들을 밀어 올리는 거예요. 100% 당원 투표제로 유승민 쳐내니까 이번에는 나경원을 민심이 밀어 올렸어요.

솔직히 민심이 나경원이란 인물을 보고 밀어 올린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나경원을 밀어 올린 건 나경원의 역할을 기대했던 겁니다.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민심과 당심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던 거죠. 그 역할을 또 권력이 힘으로 찍어 누르니 민심이 한때 비호감도 1위였던 안철수까지 반윤 역할을 해줄 도구로 선택한 거예요. 지금의 민심은 친윤만 아니면 된다는 거예요."

-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과 탈당이란 언급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그런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당원들을 겁박하는 거죠. 당내 선거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적절한 거예요.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갈등과 분열을 바라는 세력들'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면서 전당대회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언급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상황이 급해지니 주류 측에서 먼저 흑백 논리 억지 주장을 사용해서 당내 갈등과 분열을 더 부추기고 있어요. 꼼수와 네거티브가 당 내부를 넘어 바깥에 있는 국민들까지 짜증나고 치를 떨게 만들었어요. 이게 다 그 사람들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고 현재 상황이 위태하다는 방증이에요."

- '제2의 열린우리당'처럼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탄핵과 탈당이라는 말을 쓰는 거예요. 탈당이란 말은 결국 분당 상황을 의미하는 거거든요.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의 분당 가능성이 계속 돌고 있어요.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이 탈당할 거라고 주장하잖아요.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그렇게 얘기한다는 건 친윤 그룹에서 안철수 후보를 전혀 믿지 않고 있고, 당 대표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걸 공식화한 거거든요.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면 과거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이 아예 당을 깨고 나가서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처럼 자기들도 국민의힘 버리고 윤석열 신당 만들겠다는 엄포인 셈이죠. 달리 말하면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김기현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어 내년 총선 공천권을 자신들이 휘두르겠단 소리인 거예요.

또 그렇게 윤핵관 뜻대로 공천하겠다는 건 결국 유승민·이준석을 공천에서 날리겠다는 의미고, 설령 유승민·이준석을 직접 안 날리더라도 그 수족들은 전부 잘라내겠다는 거죠. 그런 상황이 오면 과연 유승민·이준석계를 필두로 공천 학살당한 쪽에서 굳이 국민의힘에 남아있을까요? 안 그래도 수도권은 공천에서 살아남아 국민의힘 깃발 달고 나간다 해도 거의 다 떨어지는 판국인데 말이죠. 

지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박빙처럼 나오지만, 국민의힘 기반인 영남의 인구가 호남의 2배 이상이에요. 그런데도 전국 여론조사에서 두 당이 비슷한 지지율을 보인다는 건 결국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단 1%p라도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높다는 걸 의미하죠. 그러니 수도권에서는 지난 총선 때처럼 국민의힘이 완패하는 상황을 맞게 될 거예요.

그렇다고 그게 현재의 민주당을 국민들이 좋아해서 그렇다는 건 또 아니에요. 윤석열 이재명으로 대변되는 거대 양당의 비호감 정치에 국민들의 실망과 혐오가 극에 달한 상황이에요. 따라서 그 어느 선거 때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중도 신당이 출연할 공간이 커져 있어요."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자리에 앉아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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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또 비대위가 출현할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총선 6개월 전부터는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에요. 가을쯤이면 지지율이 뒤처지는 쪽에선 그걸 뒤집을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 정당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5%p 정도 밀리는 것으로 계속 결과가 나오면 그땐 정말 멘붕이 되는 거죠. 그때도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낮게 나오면 '대통령은 탈당하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거고요.

그런데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 지방의 응답률과 민주당 지지율이 낮아도 너무 낮아요. 호남에서 민주당이 40% 중반대가 나온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얘기잖아요. 막판에 가면 결국 민주당으로 결집할 호남 민심이 지금은 무당층으로 빠져 있다는 소리예요. 수도권의 호남 출신들도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고요. 따라서 현재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박빙으로 나온다면 실제로는 국민의힘이 한참 뒤처져 있단 걸 의미하는 거예요.

가을쯤 되면 진영결집이 시작될 텐데, 그런 상황이 오면 드디어 국민의힘이 현실을 깨닫고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위기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겁니다. 그러면 비대위 전환을 통해 윤핵관을 2선으로 물리고, 온건한 비윤 인사 정도로 당의 얼굴을 바꿀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런데 과연 친윤 쪽에서 당권을 넘겨주겠냐는 거죠. 저는 그럴 가능성이 많이 낮다고 봐요."

- 전당대회가 약 3주 정도 남았는데 관전 포인트를 짚자면.

"현재로선 안철수, 김기현 중에 누가 이기느냐가 최대 관전 포인트 아니겠습니까. 천하람 후보가 돌풍을 일으킨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안철수 후보에게 역부족일 거예요. 이준석 신드롬이 다시 일어나지 않겠냐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천하람이 이준석만큼의 무게감과 실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딱 '기대 이상의 돌풍' 정도로 마무리가 될 거예요.

만약 중간투표 결과가 발표돼서 안철수 천하람 후보의 합산 득표가 김기현 후보를 넘어서는 게 눈으로 보인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죠. 천하람 후보의 표가 안철수 쪽으로 대거 넘어가서 '한번 뒤집어보자'는 막판 바람이 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중간투표 결과 발표시 득표수 발표는 안 한다잖아요. 따라서 천하람 후보가 탈락하고 나면 그 표가 온전히 안철수 후보로 넘어가진 못 할 겁니다. 결국 막판에는 막강한 조직력으로 표 단속에 나설 주류 측의 김기현 후보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거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태그:#조대원, #국민의힘, #전당대회, #김기현,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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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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