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 이글스는 이번 겨울 FA시장에서 6년 총액 90억 원을 투자해 3할 안팎의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 80개 내외의 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강타자 채은성을 영입했다. 여기에 작년 시즌 8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3.62의 성적을 올린 우완투수 이태양을 4년 25억 원에 데려왔다. 한화는 채은성과 이태양의 영입으로 중심타선과 마운드를 동시에 강화했다.

하지만 FA영입에 따른 전력강화 만큼 커다란 악재도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263경기에 출전했던 한화 부동의 주전 유격수이자 작년 시즌 팀의 주장이었던 하주석이 작년 11월 혈중알코올 농도 0.078%의 면허정지수준으로 차를 몰다가 음주단속에 적발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하주석에게 7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고 하주석은 작년 2억90만원이었던 연봉이 올해 1억 원으로 50.2% 삭감됐다.

당장 전반기 하주석의 출전이 힘들어지면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하주석의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주전 유격수를 낙점해야 한다. 물론 내야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하주석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작년11월 1+1년 최대 4억 원으로 한화로 복귀한 오선진과 2001년생의 젊은 유격수 박정현에게는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오선진] 이적 2년 만에 친정으로 금의환향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4라운드(전체26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오선진은 올해로 어느덧 프로 16년 차가 되는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주전보다는 백업이 더 어울리는 유틸리티 내야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오선진은 한화 시절 규정타석을 채웠던 시즌이 단 두 번(2012,2019년)에 불과했다. 그래도 2012년엔 데뷔 첫 100안타를 기록하기도 했고 2017년엔 65경기에서 .310의 고타율을 기록한 적도 있다. 

2019년 이후 건재한 하주석과 떠오르는 신예 노시환, 정은원에 밀려 좀처럼 주전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던 오선진은 2021년 6월 이성곤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하지만 오선진은 이적 첫 시즌 김상수(kt 위즈)와 이원석, 김지찬, 이학주(롯데 자이언츠), 강한울 등 두꺼운 삼성 내야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오선진은 2021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지만 FA신청을 포기했다.

FA신청까지 미루며 철치부심한 오선진은 작년 1군에서 100경기에 출전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타율 .276 3홈런24타점30득점의 성적으로 유틸리티 내야수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74안타는 규정타석을 채웠던 2012년(105개)과 2019년(88개) 이후 오선진에게는 프로 데뷔 후 3번째로 많은 안타였다. 보상선수 출혈이 필요 없는 C등급 FA였던 오선진은 시즌이 끝난 후 2021년에 미뤘던 FA의 권리를 행사했다.

사실 프로 입단 후 15년 간 주전으로 활약한 시즌이 2번에 불과했던 오선진의 커리어를 고려하면 FA시장에서 좋은 계약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FA시장이 열린 지 이틀이 지난 작년 11월 19일 하주석의 음주운전 사건이 있었고 내야에 큰 구멍이 뚫린 한화가 프로무대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내야수 오선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1+1년 4억 원이라는 계약조건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오선진에게는 친정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유틸리티 내야수가 아닌 주전 유격수 후보로 신분(?)이 상승한 만큼 오선진 역시 주전 유격수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 2루수 정은원과 3루수 노시환이 아직 내야수로서 경험이 다소 부족한 만큼 오선진이 한화 내야의 맏형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오선진이 주전 유격수로서 작년 만큼의 성적만 보여줘도 한화 내야는 올해 큰 걱정 하나를 덜 수 있다.

[박정현] 뛰어난 신체조건의 대형 내야 유망주

한화의 내야수 박정현은 작년 kt에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해 52경기에서 1승2홀드3.66으로 인상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우완투수 박영현의 친형이다. 동생 박영현이 1차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생활을 시작한  특급 유망주인데 비해 2살이 더 많은 형 박정현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8라운드(전체78순위)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유망주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한화 구단과 수베로 감독은 박정현의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루키 시즌 30경기, 2021년 33경기 출전에 그쳤던 박정현은 작년 시즌 27번의 유격수 선발 출전을 포함해 81경기에 출전하며 1군 무대와 대전 한화 이글스파크가 익숙한 선수로 성장했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에는 U-23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돼 타 구단 유망주들과 함께 한국의 준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박정현은 작년 시즌 한정된 기회에서도 .244의 타율과 50개의 안타, 3홈런19타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타격에서 비교적 좋은 재능을 뽐낸 바 있다. 아직 투수들의 투구습관이나 포수들의 송구능력을 파악할 정도로 충분한 경험치가 쌓이지 않았음에도 85.7%의 확률로 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을 정도로 주력도 상당히 빠르다. 183cm85kg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박정현은 지도자라면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대형 내야수 유망주라는 뜻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 박정현은 유격수로 246.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5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수비에서는 아직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유틸리티 내야수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지 않고 유격수 자리에 고정된다면 수비가 안정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믿음직한 수비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프로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오선진과의 주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긴 쉽지 않다.

두 주전 유격수 후보 오선진과 박정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변수는 역시 7월 경 징계를 마치고 복귀가 예상되는 기존의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다. 만약 하주석의 징계가 끝날 때까지 두 선수 중 하나가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수베로 감독은 검증된 하주석 카드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다. 오선진과 박정현이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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