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대회가 너무 작게 느껴졌던 김길리(18·서현고)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길리는 5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조이넥스트 아레나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에 출전해 2분38초40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서 펼쳐진 2차 대회 1500m 이후 올 시즌 개인 종목 두 번째 금메달이다. 

또 김길리와 함께 결승을 치른 심석희(서울시청, 2분38초815)은 동메달을 얻었다. 4차 대회(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1500m 동메달로, 전날 1000m 결승에서 4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만회했다.
 
 김길리(왼쪽)가 5일(현지시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서 1위로 들어오며 기뻐하고 있다.

김길리(왼쪽)가 5일(현지시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서 1위로 들어오며 기뻐하고 있다. ⓒ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김길리, 박지원까지... 1500m 휩쓴 대한민국

김길리와 심석희는 레이스 초반 중간에서 앞뒤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10바퀴 반을 남기고 아웃 코스로 치고 나온 김길리가 상위권으로 올라오면서 조금씩 속도를 끌어올렸다. 함께 움직인 심석희 역시 상위권으로 올라갔다.

초 단위로 순위가 바뀔 정도로 치열했던 경쟁에서 살아남은 선수는 김길리다. 2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2위에 등극한 김길리는 마지막 바퀴에서 아나 자이델(독일)을 추월하고 1위로 올라서며 역전극을 완성했다.

지난 달 독일 드레스덴서 개최된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서 여자 1000m, 1500m, 3000m 계주까지 3관왕을 달성하며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던 김길리는 시니어 대회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위권에 머무르던 심석희도 3위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레이스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하너 데스머트(벨기에),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즈월드(미국), 셀마 파우츠마(네덜란드)가 한꺼번에 넘어지면서 단숨에 3위로 올랐고, 그대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남자 1500m 2차 레이스에서는 박지원(서울시청, 2분18초263)이 활짝 웃었다. 4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추월해 리원룽(중국)을 제친 박지원은 마지막까지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호시탐탐 인코스를 파고 들려고 했던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 2분18초274)의 거센 추격에도 0.011초 차이로 1위를 기록했다.

전날 1000m에 이어 2관왕에 등극한 박지원은 올 시즌 개인 종목에서만 7개의 금메달을 수확, '남자 랭킹 1위'의 자격을 입증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4일 최민정(성남시청), 이준서(한국체대)에 이어 5일 김길리, 박지원까지 1500m 1,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었다.
 
 박지원이 전날 1000m에 이어 1500m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박지원이 전날 1000m에 이어 1500m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덜란드, 캐나다 넘지 못했다... 여자 계주는 동메달

여자 500m 결승에 나선 최민정(43초343)은 값진 동메달을 얻었다. 가장 바깥쪽(5레인)에서 출발한 최민정은 커린 스토더드(미국)를 따돌리고 4위로 올라서더니 나탈리아 말리셰프스카(폴란드), 잔드라 벨제부르(네덜란드)까지 제치고 2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레이스 막바지에 벨제부르에게 2위를 내주면서 3위로 통과했다.

남자 500m 결승에 오른 김태성(단국대)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2레인에서 출발해 4위로 들어온 김태성은 심판진으로부터 몸싸움 과정에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에 공간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받으면서 실격 처리됐다. 3레인에 배정됐던 린샤오쥔(중국·한국명 임효준)은 국적 변경 이후 월드컵 무대서 첫 금메달을 맛봤다.

대표팀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여자계주 3000m 결승에서는 네덜란드(금메달), 캐나다(은메달)에 이어 3위(4분08초238)로 레이스를 마쳤다. 24바퀴를 남기고 터치 과정에서 꼬인 대표팀은 중국 선수들의 압박에 좀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경기 내내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3위 탈환에 성공해 시상대에 설 수 있었다.

대표팀이 개인 종목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반면 계주 종목에서의 성적표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자계주 5000m 준결승에서 실격 판정을 받았고 혼성계주 2000m, 여자계주 3000m에서는 각각 은메달, 동메달을 품었다.

이번 대회를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로 마감한 대한민국은 곧바로 6차 대회(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 2월 10~12일)를 치른다. 세계선수권(3월, 대한민국 서울)을 앞두고 진행되는 마지막 월드컵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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