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힘의 차이가 느껴졌다. 2022 포스트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야기다. 최종전 패배로 4위가 된 kt와 5위로 포스트 시즌 막차를 탄 기아(KIA)는 13일 승부를 겨뤘다. kt는 이날 경기에서 진다고 해도 내일 한번 더 기회가 있지만 기아(KIA)는 오늘 지면 내일이 없다. 

오늘의 선발은 kt 소형준과 기아(KIA) 로닌이었다. 소형준은 데뷔 시즌이었던 2020년에도 포스트 시즌 등판한 바 있고 우승을 일궜던 2021시즌에도 포스트 시즌 등판으로 경험을 쌓았다. 어린 투수지만 경험이 있는 만큼 차분해 보였다. 반면 로닌은 관중석의 열띤 응원에 약간 상기한 얼굴이었지만 다양한 각도로 공을 던지는 변칙 투구와 다양한 변화구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로닌은 1회와 2회를 잘 던졌지만 3회 말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경수의 절묘한 희생번트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고 조용호에게 큼직한 2루타를 맞아 순식간에 2실점을 허용했다. 로닌은 2루타 이후 황재균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어 가나 싶었지만 알포드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점수는 0:3으로 벌어졌다. 3회 말 로닌은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나성범의 수비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조용호의 2타점 2루타도 펜스를 직격하는 어려운 타구였기는 하지만 체공시간이 긴 공이었기 때문에 수비가 좋은 선수라면 잡을 수도 있는 공이었다. 잡는 것이 무리였다면 펜스 플레이를 준비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상당히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조용호의 타구는 아쉽기는 했어도 실책은 아니었지만 알포드의 안타는 공을 뒤로 빠뜨리는 바람에 주지 않아도 될 1타점을 헌납했다. 이 실책으로 알포드마저 3루까지 진루했다. 로닌은 이 실책 이후 박병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올 수 밖에는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팀의 주축인 나성범의 아쉬운 수비는 기아(KIA)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다. 

4회 초에는 기아(KIA)가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류지혁이 2루타로 찬스를 만들고 나성범, 소크라테스가 연속 안타로 1점을 따라갔다. 이후 김선빈의 볼넷까지 2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기도 했지만 더 이상 점수를 내지는 못했다. 10월 7일 소형준에게 투런 홈런을 친 바 있는 황대인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2사 이후 타석에 선 황대인은 삼진아웃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5회 초에는 1사 이후 박찬호가 중전안타로 출루해 후속 내야 땅볼 때 2루까지 진루했다. 2사 상황에서 이창진의 평범한 1루 땅볼로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1루수 강백호가 토스한 공을 1루로 쇄도하던 소형준이 놓치며 2루 주자 박찬호에게 홈을 허용했다. 기아(KIA)는 2점을 따라가며 2:3으로 경기를 박빙의 승부로 몰아갔다.

기아(KIA)는 놀린 이후 파노니, 전상현, 이준영을 투입하며 7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kt의 타선을 봉쇄했다. 내일이 없는 기아(KIA)는 8회 말 영건 에이스 이의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야말로 투수 총력전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의리는 볼넷을 3개나 허용하며 2사 3루의 위기를 만들고 마운드를 장현식에게 넘겼다. 장현식은 기아(KIA) 불펜을 대표하는 선수로 한 타자를 실점없이 잘 막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배정대에게 좌익수 라인 방향으로 흘러 나가는 싹쓸이 2루타로 오늘 승부를 결정지어 버렸다. 팽팽하던 점수는 2:6까지 벌어졌다. 이것으로 경기는 끝이었다. 9회 초 kt는 마운드에 kt의 끝판대장 김재윤을 올려 기아(KIA)의 추격 의지를 꺾어 버렸다. 

오늘의 최대 수훈갑은 3회 말 우전 안타로 2루 주자 알테어를 불러들이고  8회 말 싹쓸이 2루타로 3타점을 추가한 배정대 일 것이다. 그 외에도 5.1이닝을 2실점으로 침착하게 막아낸 선발 투수 소형준과 한참 달아오른 기아(KIA)의 타선을 소형준에 이어 1.2이닝 동안 잘 막아준 김민수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kt는 투수력 면에서 확실히 기아(KIA)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유격수 심우준과 2루수 박경수가 상당히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야 센터라인 수비가 안정적이다 보니 전체적인 수비 안정감이 향상된 느낌을 받았다. 오늘도 어려운 타구를 심우준과 박경수가 쉽게 처리하며 위기를 최소화했다. kt의 투수력과 수비 안정감이 좋아 가을 야구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피로감은 있을지 모르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kt의 가을 돌풍을 기대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kt의 마법이 어디까지 가을 야구를 흔들어 댈 지 기대가 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소형준호투 로닌3회3실점 나성범실책 배정대만루싹쓸이2루타 키움과KT의준플레이오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블로그 '남선생의 야구이야기'를 통해 국내 프로야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적인 날카로운 비평보다는 오랜 야구팬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