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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박수민 이사장을 최근 개소한 광주청지트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12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박수민 이사장을 최근 개소한 광주청지트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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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는 지역 청년들의 경제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광주청지트)가 있다. 지난 11일, 광주청지트가 불법금융(내구제 대출) 근절을 위한 전국 연대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날 광주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에서 발족식을 진행한 전국 연대 네트워크에는 금융정의연대,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사단법인 부산청년들, 전주시금융복지상담소 등 전국 7개 거점 도시, 10개 기관이 참여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인 '내구제 대출'은 대출 희망자가 휴대폰 등을 개통하여 브로커에게 넘기면 브로커가 그것을 판매한 후 수수료를 챙기고 판매 금액의 일정 부분을 대출 희망자에게 주는 형태의 불법금융을 뜻한다. 

지난 7일, 광주청지트를 통해 내구제 대출의 심각성을 파악한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내구제 대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기관장이 직접 관심 갖고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12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박수민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수민입니다. 센터에서는 전반적인 사업 운영 및 기획,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획 총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 광주청지트는 어떤 단체인가요?
"지난 2017년에 설립된 광주청지트는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청년부채 제로 캠페인에서 비롯됐습니다. 지역의 여러 조직이 모여서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를 결성했고, 이 문제를 좀 더 집중적으로 다뤄보기 위해 별도의 단체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지난 2017년 광주시가 실시한 '청년부채 실태조사'에 따르면 광주 청년 32.8%에게 대출이 있었으며 평균 잔액은 2494만 원이었습니다. 현재 광주청지트는 돈과 빚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1대1 내지갑상담을 제공하고 있고, 이 문제를 보다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발굴하고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기억에 남은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대광새마을금고에서 기부해 주신 1천만 원으로 진행한 '꿈틀은행' 사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돈을 무담보, 무보증, 무이자로 긴급하게 돈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대출해 주었는데, 실제 상환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에게도 대출을 시행했습니다. 저희가 해주지 않으면 급박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대출을 넘어 안정망으로써 작동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까지 5년간 진행한 이 사업의 대출금 상환율은 70%였습니다.

저희는 늘 상환이 어렵더라도 연락은 계속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불안정한 소득 활동 속에서, 부채를 제때 갚지 못할 거라는 걱정과 우려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결과 적은 돈이었지만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이 있으셔서,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내구제 대출' 문제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지역 청년분들과 1대1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발생하는 경로들을 확인했습니다. 금융권 대출이 아닌 불법금융을 통해 부채를 얻게 된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중 하나가 '내구제 대출'이라고 하는 불법금융이었는데, 확인 결과 10여 년 전부터 폰테크, 휴대폰깡 등의 이름으로 횡행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신용이 없는 청년들이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휴대폰을 발급받은 후 이를 브로커에게 넘기고 일부 현금을 건네받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데, 심지어는 가전제품을 렌탈받아 브로커에게 넘긴 후 여전히 관련 부채를 상환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1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에서 불법금융 근절 전국 연대 네트워크 발족식이 진행되고 있다.
 11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에서 불법금융 근절 전국 연대 네트워크 발족식이 진행되고 있다.
ⓒ 광주청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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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불법금융 근절을 위한 전국 연대 네트워크 결성을 주도하셨습니다.
"저희 단체는 지난 2018년부터 광주시의 청년 금융복지 지원 사업을 위탁받아 광주청년드림은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매년 드림은행을 찾은 전체 내담자의 10%가량이 내구제 대출 피해자였습니다. 현장에서 감지되는 불법금융의 가장 일반적 사례가 바로 '내구제 대출' 피해입니다. 상담을 받으신 분들에게 확인한 게 이 정도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진짜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겁니다. 그런데 광주 이외의 지역에는 간단한 통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내구제 대출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전국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불법금융 근절을 위한 전국 연대 네트워크' 결성을 제안하게 됐습니다. 서울, 대구, 부산, 전주, 삼척 등에 위치한 관계 단체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결성했고, 향후 각 거점을 통해 불법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불법금융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함께 진행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 광주청지트에서 진행 중인 대응이 있다면요?
"불법금융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위한 매뉴얼 북도 제작하고 있는데, 피해를 당할 경우 어떻게 조치하고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부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상세한 내용들을 넣고 있습니다. 향후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종사자 교육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자활센터나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등에서 일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최근 저희 단체는 KB국민은행이 지역사회의 환경·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KB ESG임팩트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됐습니다. 이 때문에 내년 4월까지 불법금융 대응 사업을 확장적으로 진행할 동력을 얻게 된 상황입니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제작한 내구제 대출 관련 이미지.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제작한 내구제 대출 관련 이미지.
ⓒ 광주청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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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구제 대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내구제 대출'은 대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음에도 대부업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에서 내구제 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 현황을 문의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내구제 대출은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대부업법 등 금융 관련 법령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금감원에서는 관련 제재 등의 업무를 처리하지 있지 않으며,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저희 단체에서 직접 금융감독원 불법금융신고센터에 내구제 대출 피해를 신고해 봤습니다. 네 차례 전화가 돌아간 후, 관련 내용을 알고 계시는 담당자 분이 역시 판례 이야기를 하시면서 '개별적으로 경찰에 신고하라'고 안내하셨습니다.

'내구제 대출'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이고, 해당 휴대폰이 '대포폰'으로 활용돼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내구제 대출' 피해자들은 본인 명의 휴대폰을 타인에게 건네는 행위를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되려 형사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는 '내구제 대출 세력'에게 피해를 입은 사기 피해자임에도 가해자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내구제 대출 피해를 개인이 사기 범죄에 가담한 일이 아닌, 불법금융 피해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 '내구제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온라인 공간을 살펴보면 내구제 대출을 비롯한 불법금융을 안내하는 곳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마치 합법적인 대출인 척 접근해 불법금융을 이용하게 합니다. 이 같은 불법금융 광고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내구제 대출은 불법금융 피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운영해야 합니다. 2022년의 휴대폰은 이미 통신의 영역을 넘어 금융의 역할을 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관련 법령 개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금감원에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신고가 접수될 경우 어떻게 조치할지, 현장의 대응을 체계화하고 공식적인 통계도 내야 합니다. 금감원 신고센터에서 내구제 대출 관련 신고를 접수받기만 해도,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할 겁니다. 구체적인 실태를 담은 통계부터 마련한 후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태그:#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광주청년드림은행, #박수민 이사장, #내구제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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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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