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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에어로빅 강좌를 신청한 뇌전증 장애인에게 의사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한 건 장애인 차별이라고 시정 권고했다. 학계에선 에어로빅과 같은 스포츠 활동이 뇌전증 장애인에게 긍정적이라며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에어로빅 강좌를 신청한 뇌전증 장애인에게 의사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한 건 장애인 차별이라고 시정 권고했다. 학계에선 에어로빅과 같은 스포츠 활동이 뇌전증 장애인에게 긍정적이라며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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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넘게 에어로빅 강좌를 수강해온 뇌전증('간질'을 순화함) 장애인에게 갑자기 의사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한 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27일 "에어로빅 강좌 등록을 원하는 뇌전증 장애인에게 에어로빅 운동 등이 가능하다는 전문의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한 행위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기인한 차별"이라면서 A문화교육원에 차별 행위 중단과 관련 규정 개정, 직원 인권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8년 넘게 에어로빅 했는데... 의사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 요구

뇌전증 장애인인 B씨는 지난 2010년부터 A문화교육원에서 에어로빅 강좌를 이용했다. 그런데 B씨가 지난 1월 '치료 중이며 잘 조절되고 있다'는 의사 진단서와 함께 에어로빅 강좌를 신청하자, A문화교육원 담당자는 '에어로빅 운동 및 사우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이 담긴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했다.
 
B씨가 이 같은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모두 요구한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자, A문화교육원 쪽은 지난해 강습 중 B씨에게 두 차례 뇌전증 발작 증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문화교육원은 "B씨의 안전과 강습생들의 불안 해소, 수강 권리 보장을 위하여 에어로빅과 같은 운동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서 제출을 요구했고, 운동 중 혼절사고와 운동 후 사우나 이용 시 익사사고 등의 위험성이 상존해 B씨의 발작 증상을 이해하고 있는 보호자 동행도 같이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8월 7일 "피진정인(A문화교육원장)이 안전상의 이유로 진정인(B씨)에게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B씨가 지난 2010년부터 8년 동안 동일한 강좌를 이용하고 있으나 피진정인이 우려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고, B씨가 진단서나 보호자 동행 없이 다른 체육센터에서 줌바댄스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인권위는 "대한뇌전증학회는 뇌전증 환자라 하더라도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하고 있고, 뇌전증 장애인에게 에어로빅과 같은 스포츠 활동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면서 "운동 중 진정인에게 행동변화 증세가 발생한다 해도 간단한 조치만으로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피진정인은 이에 대비해 '안전사고 대응 실무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뇌전증 일상생활에 큰 무리없는데, 사회적 낙인과 편견 심각"
 
아울러 인권위는 "장애 정도와 유형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장애인이 강좌 등록 및 시설을 이용할 때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이용약관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장애인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존재라는 편견과 낙인을 조장할 수 있고 나아가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관련 규정은 삭제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8월에도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동성 보호자를 동반하라고 규정한 체육센터에서 차별 시정을 권고했다.(관련기사: "어머니 동반은 안 돼? 발달장애인 수영장 이용 차별" http://omn.kr/1kpap)
 
인권위는 "뇌전증은 전 세계 약 60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매우 흔한 뇌질환이며 행동변화의 증세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조치만 취하면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는데도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심각하다"면서 "이번 결정이 뇌전증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등 사회적 인식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태그:#인권위, #뇌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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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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