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열린, 동아시아 4개국 밴드가 참가한 < Far East Union Vol.3 >.

지난 3월 4일 열린, 동아시아 4개국 밴드가 참가한 < Far East Union Vol.3 >. ⓒ 민트페이퍼


혹시 < Far East Union >이라는 타이틀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2015년에 처음 시작된 이 공연은, 국가간 교류와 우호를 목적으로 동아시아의 밴드들이 의기투합해 투어를 진행하는 일종의 '음악외교행사'다. 2016년 시즌 2 이후 소식이 없어 그 명맥이 끊기는가 했지만, 다행히 연초가 되자마자 시즌3를 진행한다는 발표가 났다. 기존 한국과 일본, 대만에 이어 이번엔 홍콩까지 가세, 총 4개국 뮤지션의 참가로 더욱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소식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오던 지난 3월 4일 아침, 서울 합정 신한카드 FAN 스퀘어 홀엔 4개국 대장정의 출발을 목격하기 위한 이들로 북적였다. 엘레가든 출신인 호소미 타케시의 모노아이즈(MONOEYES)가 첫 주자로 예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티스트의 굿즈를 입은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윽고 모노아이즈가 등장해 'Free throw'를 선사. 이어 'Run run'과 1집 프로모션 곡 'My instant song'을 이어가며 기세 좋게 포문을 열었다.

 모노아이즈와 파이어 엑스의 콜라보레이션

모노아이즈와 파이어 엑스의 콜라보레이션 ⓒ 민트페이퍼


사실상 파이어 엑스(Fire-EX)와 함께 호스트를 겸하고 있는 모노아이즈의 호소미 타케시는 "오프닝을 맡아서 기쁘다"며, "위대한 페스티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bad relationship, 대만과 홍콩, bad relationship, but We don't give a fxxk!"이라는 멘트로 환호를 이끌어 냈고,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이렇게 시작함으로서 우리의 자손들은 언젠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Two little fishes'를 열창했다. 이 순간이 바로 이 이벤트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에 대한 모범답안이었다.

이어 'グラニート(Granito)'로 40분간의 짧은 공연이 마무리. 기본에 충실한 펑크 사운드로 마음 속 깊숙이 묻어둔 흥을 발산하게끔 하는 밴드의 라이브는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열창하는 홍콩 출신의 SUPPER MOMENT

열창하는 홍콩 출신의 SUPPER MOMENT ⓒ 민트페이퍼


잠시 휴식 후 나타난 이들은 홍콩의 서퍼 모먼트(SUPPER MOMENT). 2006년 결성 및 2010년에 데뷔한 이래 현지에서 큰 인기를 구가중인 4인조 밴드다. 기본적으로 모던 록에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스케일 큰 편곡을 통해 아레나 록의 매무새를 보여주기도 하는 독특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던 부분. 단촐하게 시작해 장대한 끝을 보여주는 '同一(Unity)', 공연장의 열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린 '一樣不一樣(Same yet Different)', 여운 있는 마무리로 알맞았던 '說再見了吧 (Say Goodbye)'로 첫 한국공연을 완수. 떼창유도 및 다이브, 역동적인 무대매너로 자신의 족적을 확실히 새겨냈다.

모노아이즈와 함께 모든 시즌에 동참하고 있는 대만의 파이어 엑스(Fire-EX)인 만큼 그들도 벌써 세 번째 방문. "그리웠습니다!"라며 자신들만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이 나 또한 반가웠다. '基隆路(Keelung Road)', '最欲走無路(Going Nowhere)' 등 팝펑크를 주무기로 하는 만큼 직관적인 덕분에 바로바로 적응할 수 있는 넘버들이 빼곡이 러닝타임을 채웠다. 또한 중간에 호소미 타케시와 'Don't you fight'를 부르는 등 < Far East Union >이기에 가능한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되기도 했다.

 간만의 라이브무대였던 솔루션스

간만의 라이브무대였던 솔루션스 ⓒ 민트페이퍼


대미를 장식한 것은 오랜만에 라이브 무대로 컴백한 솔루션스(The Solutions). 쏜애플과 칵스에 이어 세 번째 주자로 선택된 그들의 퍼포먼스는 공백이 무색할만큼 완벽했다. 시작을 알리는 시그니처 송 'Sounds of the universe'를 시작으로, 떼창으로 하나된 'Talk, dance, party for love'과 전매특허 가성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 'Ticket to the moon', 라이브로 들으니 또 색달랐던 'Thumbs up'까지 총천연색 음악들로 공연장을 물들이고 있었다.

첫 해외공연 당시 느꼈던 감정으로 만들었던 'Sailor's song'을 지나 'My war'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는, "이런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고, 좋은 뮤지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라며 참여한 모든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윽고 찾아온 마지막을 'Love again'으로 장식하며 세 시간이 넘는 대장정은 미래의 화합을 예고하며 끝을 맺었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마지막은 아니다. 7일 도쿄, 9일 대만을 거쳐 16일 홍콩에서 시즌 3의 막이 내릴 예정이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아마 이 뜻깊은 공연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명제를 헛소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와중에도, 꿋꿋이 이를 믿으며 조금씩 전진해 온 결과 이제는 정기적인 이벤트로 정착하게 된 < Far East Union >. 앞으로도 지속될 음악을 통한 교감이, 근거없는 혐오를 배제하고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악은, 아직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난 후 한자리에 모인 네 팀과 관객들의 기념사진

공연이 끝난 후 한자리에 모인 네 팀과 관객들의 기념사진 ⓒ 민트페이퍼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는 저의 브런치(brunch.co.kr/@sunuphwang)에도 업로드 되었습니다.
FAR EAST UNION MONOEYES SUPPER MONENT FIRE-EX THE SOLU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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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2010~2017) - < 당신이 알아야 할 일본 가수들 > 집필 - 멜론X서울신문 주관 KPOP 100대 명곡 기획 참여 - 빌보드 매거진 코리아, 롤링스톤 코리아, 일본 뷴슌 등 기고 - 브런치(http://brunch.co.kr/@sunuphwang)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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