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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2층 시내버스
 홍콩의 2층 시내버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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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경기도 광역버스 구간에서 시범 운행돼 많은 화제를 불러온 2층 버스는, 뒤이어 인천 청라신도시에서도 시범운행을 했다. 지난 2월 초에는 안산에서도 시범운행을 마쳤다. 특히 안산의 시범운행은 광역버스 외에도 시내 구간을 달리는 일반버스, 대부도로 향하는 관광 성격이 강한 노선 등 다양한 구간에서 운행을 실험해 2층 버스의 도입에 보다 폭넓게 다가섰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곳에서 2층 버스가 적극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홍콩이다.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본국인 영국의 영향과 부족한 토지 면적 때문에 일찍이 1949년부터 2층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우리나라의 마을 버스에 해당하는 미니 버스가 있고, 그보다 큰 일반 버스가 있다. 일반 버스는 거의 대부분 2층 버스다. 오히려 단층 버스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단층버스가 어색한 '홍콩'

홍콩 2층 버스의 첫 번째 특징은 거의 모든 도로에서 2층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홍콩의 공항버스는 2층 버스다. 홍콩 공항에서 출발한 공항버스는 고속도로와 해저터널을 지나 홍콩 시가지로 향하는데, 이러한 고속도로에서 2층 버스가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려면 필연적으로 일반도로와 연결되는 나들목을 운행해야 한다. 270도의 급곡선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2층 버스가 안정적으로 운행된다.

홍콩섬 남부 해안가로 가는 곡선이 심한 도로에서도 2층 버스가 운행된다
 홍콩섬 남부 해안가로 가는 곡선이 심한 도로에서도 2층 버스가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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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2층 버스는 작은 길에서도 잘 달린다.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 노선 중 홍콩섬 남부에 있는 스탠리(Stanley) 해변으로 가는 260번과 '백만 불짜리 야경'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피크 산정(山頂)'으로 올라가는 15번이 있다.

이들 관광지로 가는 도로는 왕복 2차선이며, 수시로 급커브와 급구배가 나타난다. 바람도 많이 분다. 하지만 2층 버스는 안정적으로 운행된다. 결국 2층 버스의 '넘어짐 위험'에 대해서는 막연한 선입견보다는, 보다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평가와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눈이 오지 않는 홍콩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눈이 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홍콩 2층 버스는 1층의 저상 버스 기능과 2층의 좌석 버스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수요에 동시 대응하고 있다. 홍콩의 지하철은 우리나라와 달리 심도가 매우 깊어 교통 약자가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홍콩섬을 동서로 횡단하는 트램이 있긴 하나, 구형 트램이다보니 저상 구조가 아니라 휠체어나 유모차가 타는 것이 불가능하다.

홍콩의 2층 공항버스. 2층에서는 편안한 좌석을 제공하며, 1층은 저상구조로 계단이 없어서 짐이 많은 일반인도 편리하다
 홍콩의 2층 공항버스. 2층에서는 편안한 좌석을 제공하며, 1층은 저상구조로 계단이 없어서 짐이 많은 일반인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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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교통 약자를 위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 바로 2층 버스다. 2층 버스의 1층은 저상 구조라서 노약자나 장애인, 유모차, 휠체어 등이 계단 없이 탑승할 수 있다. 그런데 저상버스의 1층은 일반 승객의 거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버스 앞쪽은 휠체어 공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좌석 수가 적고, 뒤쪽은 높이 솟아오른 버스 바퀴 때문에 좌석이 별로 편안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상버스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앞으로 노령화가 계속되면서 교통 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보급이 계속 늘어나게 될 텐데, 저상버스 구조가 일반 승객에게 불편하다는 점은 큰 딜레마가 될 것이다.

홍콩 버스는 2층 버스를 적극 운영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실제로 교통 약자들은 1층의 전면부, 가까이 가는 승객은 1층의 후면부, 멀리 가는 승객이나 전망을 중시하는 관광객들은 2층 좌석 부분으로 나눠서 탑승함으로써 좁은 공간을 기능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령화로 인한 교통 약자의 교통 수요와 광역화로 인한 장거리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는 것이 경기도의 상황이다. 홍콩의 2층 버스가 버스 한대로 이렇게 다양한 교통 수요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홍콩의 2층 버스는 경기도 2층 버스 도입의 원래 목적이었던 대용량 수송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2층 버스는 앞쪽 버스 탑승구 표면에 2층 좌석, 1층 좌석, 1층 입석 수가 표시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보통 이 셋을 합쳐 약 100명의 대용량 수송이 가능하다.

빅토리아 피크를 오르는 15번 버스 외벽의 정원표시. 한번에 105명을 실어나른다
 빅토리아 피크를 오르는 15번 버스 외벽의 정원표시. 한번에 105명을 실어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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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교통 수요 해법, 2층 버스에서 찾다

홍콩은 관광지가 많고, 그만큼 교통 수요가 넘치는 곳도 많다. 예를 들어 야경 명소인 빅토리아 피크는 관광객이 넘쳐나는 곳이다. 원래 산 아래쪽에서 이곳을 연결하는 '피크트램'이라는 산악 철도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15번 버스가 함께 운행되고 있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승객이 많을 때는 버스를 기다리는 줄도 매우 길어지는데, 놀라운 점은 일단 버스가 도착하면 줄의 길이가 급속하게 짧아진다는 것이다. 15번 버스 한 대가 무려 105명을 흡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효과다.

특히 이렇게 버스 한 대가 흡수하는 승객의 양이 많으면 적은 수의 운전 기사로도 노선을 유지할 수 있어 버스 노선의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버스의 적자는 우리나라 지자체 공통의 고민이다. 또한 버스 정류장이나 차고지 같은 공간을 덜 차지하는 것도 장점이다.

승객이 많을 때 버스 1대의 수송력이 적으면 버스를 위해 더 많은 정류장 공간, 터미널 부지, 차고지 시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2층 버스는 수평으로 확장하는 대신 수직으로 확장함으로써 공간을 절약하게 해준다.

결국 2층 버스의 이 같은 대용량 수송 능력은 홍콩 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부족한 버스 수송력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경기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층 버스를 도입하면 환승센터 공간도 절약할 수 있다 (홍콩역 버스환승센터)
 2층 버스를 도입하면 환승센터 공간도 절약할 수 있다 (홍콩역 버스환승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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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용 2층 저상버스와 관광용 2층 버스는 다르다. (관광용도 지붕이 있을 수 있으나 높이구조가 다름)
 시내버스용 2층 저상버스와 관광용 2층 버스는 다르다. (관광용도 지붕이 있을 수 있으나 높이구조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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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첨언할 부분은, 홍콩에서 시내 및 광역버스로 쓰이는 '2층 저상버스'와 관광용으로 쓰이는 '2층 버스'는 다르다는 점이다. 시내용 2층 저상 버스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1, 2층 모두 차내 높이도 충분하다. 승하차를 위해 자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설계이다.

반면 관광용 2층 버스는 2층에 지붕이 없는 구조다. 전망을 중시하는 승객이 기본적으로 2층에 올라가는 것을 염두에 둔 형태다. 또한 2층에 지붕이 있더라도 관광객이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2층의 높이가 낮게 제작된다.

홍콩 시내교통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2층 저상버스
 홍콩 시내교통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2층 저상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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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도 관광버스용 2층 차량과 시내버스용 2층 차량은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에서 2층 버스를 도입할 때 이 같은 2층 버스의 종류 선정에 대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지붕있는 관광버스 차량을 시내버스 노선에 사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경기도에서는 그동안 수도권 거리 비례 요금제 도입, 경기 순환 버스운행 등 여러 개선 사항을 많이 시행해왔지만, 근본적으로 버스의 낮은 수송력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2층 버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은 공항버스, 광역버스, 시내버스 등의 다양한 노선 체계와, 도심지에서의 부족한 도로와 심한 혼잡 등에서 경기도와 닮은 점이 많다. 따라서 어려운 환경에서 2층 버스를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교통난을 해결하고 있는 홍콩의 사례는 경기도가 상당히 연구해볼 만하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의 공공교통애호인, 교통평론가입니다



태그:#2층버스, #홍콩, #공공교통, #저상버스,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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