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 '디태치먼트(detachment)'는 '방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교육의 주체가 누가 되든간에 '교육'에서 방관은 과연 어울리는 말인가를 진단해 봐야 한다. 영화는 그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논픽션과 픽션 사이

영화 <디태치먼트>는 교사들이 왜 교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논픽션 다큐멘터리 인터뷰 부분을 삽입했다. 왜 이 시대의 교사들이 그 직업을 선택했는지, 교사가 되면서 그 직업이 어떤지를 담담하게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디태치먼트에서 기간제 교사 헨리 바스가 아이들과 첫 대면을 하고 있는 모습

영화 디태치먼트에서 기간제 교사 헨리 바스가 아이들과 첫 대면을 하고 있는 모습 ⓒ ㈜프레인글로벌


이 영화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왜 교사는 학생들을 이끌어 줘야 하고, 왜 교육은 성적올리기의 수단이 되어선 안되며, 왜 교육은 복종이 아닌 믿음과 신뢰가 필요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논픽션 다큐멘터리 인터뷰 꼭지를 이 영화에 삽입시킨 건 이런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그들이 학교와 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인터뷰를 한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사명감으로 교사가 된 이들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교육 현실의 모습일 것이다. 사명감으로 교사가 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학생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은 암담하다.

왜 교사는 학생들을 이끌어야 하나

여기 문제의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일하게 된 헨리 바스(애드리언 브로디 분) 역시 정규 교사의 삶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학교와 학생들에게 치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몇 개월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교를 떠나기 때문에 다른 정규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에서는 좀 더 자유롭다.

하지만 그럼에도 교사가 왜 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서는 그 역시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비록 기간제 교사이지만 그 기간 동안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 부임 첫날 그가 수업을 맡은 반의 한 남학생이 메레디스라는 여학생에게 레즈비언이라는 욕을 한다. 헨리 바스는 그 남학생이 자신에게 게이라고 욕을 한 순간에는 그 학생을 내보내지 않지만 여학생 메레디스를 모욕한 벌로 남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낸다.

교육은 학생중심이어야 하고 그 기준에서 학생이 교사인 자신을 모욕했기 때문에 벌을 준 것이 아닌 다른 학생을 인격적으로 모욕했기에 벌을 준 것이다. 헨리 바스는 아이들과 오랫동안 인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 기간제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했지만 그가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한 그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아이들을 이끌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교사는 학생들을 이끌어야 하나'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그 나이 때 자신이 뭐든지 다 안다고 생각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그 과정을 먼저 거쳐온 교사들은 교육자이기도 하지만 어른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행동들을 올바르게 이끌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제목인 디태치먼트 즉, 방관이라는 단어는 교사라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학생들이 잘못 행동할 수록 교사는 절대로 방관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왜 교육은 성적 올리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는가

영화 <디태치먼트> 속 등장하는 학교는 문제아들이 다니는 학교들이다. 그러다보니 성적이 인근 학교 중에서 가장 최하위다. 교육감은 학교 성적이 낮아 부동산도 내려간다며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교사들을 설득한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고만 있던 교사들이 반발한다.

이 부분은 제일 놀라운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감과 교장이 있는 자리에서 교사들이 정면으로 잘못된 생각을 꼬집어 비판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지 않은가.

이 영화의 교육감과 교장처럼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는 대부분이 성적을 위주로 한다. 인성교육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여기서 '왜 교육은 성적 올리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는가'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교육이란 단순히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지식이라는 말도 경험에 의해 쌓인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뜻인데, 이 경험이 단순하게 교과서적인 앎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반쪽자리 교육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교육은 복종이 아닌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나

영화에서 기간제 교사로 나오는 헨리 바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사들은 문제의 학생들을 잘 이끌려고 노력하지만 그 학생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학생이 교사의 진심을 몰라줄 때 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헨리 바스 역시 앞서 언급한 메레디스 여학생에게 진심을 다해 인도하려고 하지만 그 여학생은 헨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에 상처를 받게 된다. 결국은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고 헨리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교육이라는 것은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 역시 학생들에 의해 성장하고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현장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건 서로간의 신뢰가 쌓였을 때만 가능하다. 작금의 교육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 원인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영화의 마지막처럼 학생이 없고 학교도 폐허가 된 곳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건 우리 모두가 원하지 않는 교육현장이다. 따라서 이 영화 <디태치먼트>는 반어법으로 교육에 있어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당신이 교육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살펴볼 만한 영화이다. 무너진 교육현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영화 '디태치먼트' - 방관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교육현실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제 블로그인 '간이역, 공연 읽어주는 역장'에서 먼저 발행했던 글(http://playwith.egloos.com/4024832)을 재 가공해서 발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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