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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검은 대륙 아프리카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광활한 대자연'이나 '투자 가치 있는 신흥 경제대국'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곤·질병 그리고 차별·소외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13년 밀알복지재단이 추진하는 캠페인 '우리의 눈은 아프리카를 향합니다'를 후원하며 지구촌 빈곤의 현주소를 전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말]
<타잔>과 <아웃오브아프리카> <라이온킹> <어린왕자>로 기억되던 미지의 나라 아프리카가 남다른 아픔으로 가슴에 박혀 온 날. 그날은 3년 전인 2010년 4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부활절 특집으로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 울지마, 톤즈>.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송돼 10년간 의사로 성직자로 봉사하다 48세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은 이 기록은 당시 방송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물론 저에게도 깊고 강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한센병에 걸린 아프리카인들의 발을 닦아주고 떨어져 나간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그 발에 신을 신겨주던 이태석 신부의 모습을 보며 한없이 울었습니다. 잔잔한 감동이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봉사활동과는 차원이 다른 그 영상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에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적인 삶,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평생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많은 사람들을 울린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 <울지마, 톤즈>는 그의 소회를 담백한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며 끝납니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아프리카를 직접 도울 방법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먼 나라 아프리카를 직접 돕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닌지라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지원하는 단체에 작은 후원을 하며 그렇게 아프리카를 가슴에 안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3년. <울지마, 톤즈>의 감동이 조금씩 잊힐 무렵, 생각지도 않은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1%, 세상 바꿀 수 있을 텐데"

가난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풀을 베러 다닐 수밖에 없는 에티오피아의 아쑤파 드보라.
 가난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풀을 베러 다닐 수밖에 없는 에티오피아의 아쑤파 드보라.
ⓒ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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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님, 저희와 함께 아프리카에 가실 수 있으세요?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 그리고 일선에서 구호를 실행하는 복지단체가 연합해 아프리카의 빈곤과 질병, 차별과 소외 등의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오마이뉴스>를 통해 연재했던 '장애아 부모로 산다는 것'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했던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서 아프리카와 관련된 기획물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보내왔습니다.

그동안 공중파 방송사 등 각종 언론과 함께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저개발국의 빈민과 난민들을 위해 다양한 구호 사업을 펼쳐 온 밀알복지재단이 시민기자라는 힘을 가진 <오마이뉴스>와 함께 지구촌의 가난과 질병, 소외와 차별을 해결할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시민기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제안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답하기에는 두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전업주부다 보니 긴 시간 집을 비워야하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오십 줄 아줌마 시민기자일 뿐인 제가 과연 저들의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을까, 그곳까지 간 목적을 잘 이뤄낼 수 있을까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제안을 받은 후 집에 돌아와 한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3년 전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영상 <울지마, 톤즈>를 찾아 다시 봤습니다. 화면 속 이태석 신부는 환한 웃음으로 한센병에 걸린 아이의 발에 약을 발라주고 그 아이를 위한 신발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쓰레기를 만드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생각하면 세상이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1%만이라도 이들과 나누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입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굶주림이나 갖가지 질병 앞에서 너무나 쉽게 죽어가는 이곳 사람들, 좋은 병원에서 좋은 약으로, 좋은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죽음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그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이곳 사람들을 볼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옴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운명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시민기자로 해야 할, 혹은 시민기자인 내게 맡겨진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도 지면과 기사를 통해 아프리카 기획을 후원할 뜻을 밝혔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비단 대한민국의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시민을 향한 외침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신분으로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대륙의 동쪽 나라 에티오피아로 갑니다. 해발 2400미터 고산지대에 위치한 나라 에티오피아는 장년들에게는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로 기억되는 나라이며 커피를 좋아하는 신세대들에게는 시다모와 예가체프라는 고급 커피의 산지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 국가로는 유일하게 자국군을 UN군 형태로 참전시킨 나라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화두 '빈곤', 대안 찾으러 떠납니다

지난 2011년 밀알복지재단과 긴급구호 활동을 펼친 배우 예지원.
 지난 2011년 밀알복지재단과 긴급구호 활동을 펼친 배우 예지원.
ⓒ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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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들어 에티오피아는 기아와 가난, 에이즈와 가뭄으로 상징되는 나라가 됐습니다. 에티오피아에 최악의 가뭄이 닥친 지난 2011년, 방송을 통해 소개된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지워지지 않습니다. 배고픔과 목마름, 피부병과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세계인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시 수많은 국제사회의 지원이 아프리카로 향했으며 구호의 손길은 죽어가는 많은 생명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적인 구호의 손길에도 여전히 가난과 굶주림, 질병과 목마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제구호 전문가들이 아프리카로 들어가고 또 아프리카를 떠납니다. 아프리카를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지난날의 희생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일방적 원조로는 희망 없는 대륙 아프리카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 말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요

에티오피아 한별학교에서 수업중인 아이들.
 에티오피아 한별학교에서 수업중인 아이들.
ⓒ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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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대안을 찾기 위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자동차로 아홉 시간 거리에 위치한 딜라(Dilla) 지역 학교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6년 전 한국인 봉사자 부부에 의해 설립된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꿈이 자라고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굶주림과 목마름을 참는 법을 배운 아이들에게 빈곤은 극복할 수 없는 운명이며, 신이 내린 저주였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어두운 땅에 교육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기 시작한지 6년. 매일 매일 죽음과 싸우며 절망을 배우던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살 수 있다'는 꿈을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배고픔과 목마름, 전염병으로 죽어가던 아이들이 절망 대신 꿈과 희망을 노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아프리카를 가난과 질병, 슬픔과 탄식으로부터 구해낼 대안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2011년 밀알복지재단이 긴급구호를 펼쳤던 가뭄지역을 다시 찾아가 볼 예정입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가축과 아이들이 죽어나간 야벨로 지역을 찾아가 천형의 땅을 버리지 못하는 원주민의 삶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전력보급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해 밤이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살아야 하는 마을에 태양열 랜턴을 기증하며 빛이 이들에게 희망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생산지인 예가체프 지역을 방문해 커피 생산자와 노동자들을 만나 볼 예정입니다. 세계 최고급의 커피를 생산해 내면서도 여전히 가난과 빚에 쪼들리며 빈곤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시민의 입장에서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기사를 쓰고 있는 2013년 3월 31일, 이날은 마침 부활절입니다. 제 가슴에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깊이 심어 주었던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가 방영된 지 꼭 3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오늘(1일) 에티오피아 행 비행기에 오를 것입니다.

아프리카를 안고 기도하고 눈물 흘렸던 이태석 신부처럼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을 가장 낮은 눈높이로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갑니다. 4월 2일부터 4월 13일까지 에티오피아 남부지역 딜라·두불로·예가체프 지역을 찾을 예정입니다. 돌아와 소식을 전할 때까지 많은 응원과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시민기자인 저를 향한 응원과 기대보다는 지구촌 시민들의 격려과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이웃들을 위한 응원과 격려를 부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전달해 주세요. 밀알복지재단(02-3411-4664)에 전화하시면 후원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밀알복지재단 누리집]을 통해서도 사랑을 실천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밀알복지재단, #아프리카 구호사업, #에티오피아, #한별학교, #예가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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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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