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지하철 2호선 최신 전동차
 서울지하철 2호선 최신 전동차
ⓒ 한우진

관련사진보기


유례없는 폭염이 극심했던 올 여름, 서울지하철에서 많이 발생했던 민원은 바로 '전동차 내 온도'였다고 한다. 특히 문자메시지(SMS), 트위터 등 실시간 민원접수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전동차가 운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냉방에 대한 민원은 실시간으로 계속 들어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전동차 내 기온에 대한 느낌은 주관적인 것이다 보니 같은 전동차 내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덥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춥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니 전동차 내의 냉방을 조절하는 기관사는 괴롭다. 운전을 하기에도 바쁘고 집중력이 필요한데, 일일이 에어컨까지 조작을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승객들은 핸드폰으로 춥다, 덥다 민원을 쉽게 보내지만 이것이 실제로 전동차 에어컨 조작으로 바뀌는 데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승객이 문자메시지나 트위터로 온도에 대한 민원을 보내면, 각 지하철 회사 고객센터에서 이를 확인한 후, 운전사령실로 이 사항을 보낸다. 운전사령실에서는 실시간 민원에 기재된 차량번호를 바탕으로 현재 그 차량이 어떤 열차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단말기 조작으로 조회하여 확인한 후, 그 열차의 기관사를 호출한다. 사령실의 호출을 받은 기관사는 민원내용을 전달받은 후 비로소 운전실의 냉방 조절스위치를 조작하여 차내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다.

결국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열차 운행을 감시해야할 사령실과 실제 현장에서 전동차를 운행하고 있는 기관사들이, 안전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에어컨 조작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하고 주의가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기 지하철(5~8호선)인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기관사가 출입문 조작까지 해야 하는 관계로 이러한 에어컨 조작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하철 기관사는 정신집중이 필요한 운전중에 에어컨 조작까지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지하철 기관사는 정신집중이 필요한 운전중에 에어컨 조작까지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 한우진

관련사진보기


물론 차내의 온도를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지하철 서비스 개선에 큰 부분인 것은 맞지만, 안전운전에 집중해야 할 기관사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잘못이다. 더구나 운행 중 한두 번도 아니고 주관적인 느낌에 따라 온도를 낮추고 높이는 것이 무의미하게 반복될 경우 이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단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동차의 에어컨을 기관사가 일일이 조작하는 수동식에서 기계가 상황에 맞게 최적의 냉방을 설정하는 자동식으로 개선해야 하리라고 본다. 

실제로 요즘 자가용 승용차에는 고급 사양으로서 전자동 에어컨이 들어있다. 전자동 에어컨은 운전자가 온도만 설정해놓으면 현재 차내의 온도, 습도, 실외의 온도, 습도 등을 파악하여 최적의 풍량과 풍향으로 동작하는 에어컨이다. 운전자가 일일이 조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운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전동차에도 이러한 전자동 에어컨이 본격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가용보다 훨씬 비싼 전동차에 이런 기능이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아울러 전동차의 전자동 에어컨은 자동차보다 훨씬 지능적으로 동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전동차는 내부가 훨씬 넓기 때문에 전동차 한 칸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온도가 많이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동차가 여러 칸으로 운행되므로 칸마다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도 물론이다.

따라서 아래에 전동차의 지능화된 전자동 에어컨이 가져야 할 기능에 대해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전자동 에어컨은 지금보다 정보를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

일단 차내의 온도센서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 현재 전동차의 온도센서는 한쪽 끝 벽 쪽에 설치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온도파악이 쉽지 않다. 문이 열릴 때마다 바깥 더운 공기가 들어와 승객이 많이 몰려있는 출입문 쪽의 온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동차 한쪽 벽면에 설치된 온도센서. 사람이 몰리는 출입문쪽 온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전동차 한쪽 벽면에 설치된 온도센서. 사람이 몰리는 출입문쪽 온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 한우진

관련사진보기


또한 전동차 바깥의 온도도 측정해야 한다. 현재 전동차의 에어컨은 차내 온도만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더운 지상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차내로 들어온 승객과, 상대적으로 시원한 지하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차내로 들어온 승객이 느끼는 전동차 내부의 체감온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전동차의 에어컨은 사전에 전동차 외부의 온도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빠른 온도 파악을 위해서는 도착 예정 역 승강장에 설치된 온도계와 교신을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스크린도어 설치 때문에 승강장 온도와 터널 온도의 차이가 큰 요즘은 더욱 그러하다.

둘째, 전동차의 에어컨은 지금보다 훨씬 지능적으로 동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승객이 덥다고 말하고 나서야 기관사가 에어컨을 조작해 온도를 낮추는 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자동 에어컨이 상황을 파악하여 이제 곧 승객이 더워지기 시작할 것이니 미리 온도를 낮추는 식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동차 하부에는 공기스프링과 연결된 응하중 제어장치가 달려 있는데 이를 통하면 전동차의 해당 칸이 얼마나 혼잡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승객이 전동차에 한꺼번에 많이 타면 스프링이 눌리게 되고 전자동 에어컨은 이를 인식하여 이 칸에 승객이 갑자기 늘었으니 승객은 더위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에어컨을 더 강하게 동작시키는 것이다.

전동차 바닥의 공기스프링을 통해 차내 혼잡도를 알아낼 수 있다.
 전동차 바닥의 공기스프링을 통해 차내 혼잡도를 알아낼 수 있다.
ⓒ 한우진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 같은 동작은 전동차의 칸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기관사가 조절하는 에어컨은 전동차 전체에서 동시에 동작하다보니 일반적으로 승객이 많은 중간의 칸은 덥고, 승객이 적은 가장자리 칸은 추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동 에어컨은 각 칸의 혼잡도를 응하중제어장치로 파악하여 승객이 적은 칸은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 춥다는 민원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마지막, 전자동 에어컨은 승객들에게 상세한 냉방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 지금 제일 안 되고 있는 부분이 이것이다. 현재의 정확한 냉방상황을 알 수 없으니, 승객들이 단순히 느낌에 근거해서 민원을 쏟아내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자동 에어컨은 전동차 차내의 LCD 모니터를 통하여 현재 칸의 혼잡도와 온도, 습도, 에어컨 동작 상태 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한 4~10량에 이르는 전동차 모든 칸의 칸 별 온도를 각각 알려주어 현재 칸에서 더위나 추위를 느끼는 승객은 무작정 민원을 올릴 게 아니라, 스스로 다른 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다. 그러면 냉방에 대한 민원 횟수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LCD 모니터에서는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여름철 실내 온도, 냉방병에 대한 정보, 현재 에어컨 동작에 소모되고 있는 전력량과 이로 인해 발생중인 온실가스의 양 등을 알려준다면 가급적 냉방을 자제하여 국가 경제와 지구 환경에 도움을 주는 사회적인 분위기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하여 여름마다 폭염이 반복되고 높은 수송분담률로 인하여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는 현 상황에서 지하철 냉방에 대한 민원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다분히 주관적인 차내 온도 느낌 때문에 안전운전에 집중해야 할 지하철 기관사들이 에어컨 조작원 역할까지 해야 하는 현 상황은 문제가 있다.

앞으로 신형 전동차를 도입할 때는 지금보다 훨씬 지능화된 전자동 에어컨을 도입함으로서 기관사들의 업무 부담 완화와 승객들의 서비스 개선을 동시에 실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기자는 철도애호인,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입니다



태그:#지하철, #에어콘, #냉방, #민원, #기관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기에 관심많은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