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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 309조 567억 원을 3분 만에 단독 처리했다. 이 예산안은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만든 수정안이었고, 여야간의 의견차이로 심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쟁점법안 10건도 포함돼 있다.

 

그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던 2011년 예산안의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예산안의 주요 내용은 국방예산, 서해5도 지원, 4대강 사업, 복지/교육여건 개선, 물가안정, 가축질병 예방, 도로건설 등으로 언뜻 보면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이기적으로 예산을 배정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4대강 사업에는 9조 3300억, 무상급식에는 한 푼도 못 줘

 

이번 예산안 처리에서 4대강 사업(수자원공사 예산 포함)에는 총 9조 3300억 원이 배정됐다. 당초 민주당이 6조 7000억 원의 삭감을 주장한 사안이었다.

 

4대강 삽질에 9조를 쏟아붓고 싶다고? 돈이 많은가 보다.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느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근 3년 동안 4대강 때문에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예산이 배정된 적이 있느냔 말이다.

 

결국 다른 곳에서 돈을 빼올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부분만 보건, 복지, 중소기업 지원 등 민생관련 예산 삭감, 도로와 철도 예산 삭감, 서민주택예산 삭감 등 당장 시급한 예산이 태반인 게 현실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예산안 단독처리에는 영유아 예방접종비 400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삽질할 9조 원은 있고 아이들 예방주사비 400억 원은 없다는 거다. 참고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거주할 사택은 부지매입비 70억 원, 건립비 30억 원 등 총 100억 원이 넘게 소요되며,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본인의 지역구(포항, 울릉)에 1700억대의 예산을 증액받았다. 이 의원이 챙긴 울산-포항고속도로 건설, 포항-삼척철도 건설 등의 사업이 최소 2~3년간 시행될 것을 감안하면 그 사업비는 수천억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유아 예방접종비에 이어 야당에서 제안한 무상급식 예산도 철저히 무시됐다. 포퓰리즘 예산은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무상급식이 포퓰리즘 예산이라면 지지하는 사람 하나도 없이 대통령 혼자서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은 뭔가. 무상급식 0원, 사대강 사업 9조 3300억원(2011년 예산만 9조원대, 사업이 끝날 때까지 약 30조원이 소요됨). 이것만큼 이 정권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예가 또 있을까.

 

중요 복지예산 삭감, 물가상승률 감안하면 전체예산도 감소

 

또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03억,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예산 1100억, 한시적 생계구호비 4181억, 실직가정 대부사업비 3000억 등은 전액 삭감됐으며, 일자리창출 지원금 340억, 노인 일자리예산 190억,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비 880억, 저소득층 긴급복지비 1000억, 장애아동 무상보육 지원금 50억, 장애인 차량지원비 116억 등도 각각 삭감됐다.

 

그밖에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올해 163만 2000명에서 내년 160만 5000명으로 2만 7000명 줄였고, 농어민 지원예산도 많은 항목을 삭감시켜 총 5010억원이 줄어든 금액을 배정했다.

 

야당이 대폭 삭감을 요구한 집회시위 관리장비 예산은 344억 1900만원에서 8000만원 삭감되어 처리됐으며, 재해대책비, 인건비, 환율변동으로 인한 원화부족액 보전 경비 외에는 쓸 수 없는 예비비 1조 2000억원의 예산도 예산총칙을 변경하여 '레바논, 아이티, 소말리아 및 아랍에미리트 해외파병경비'에 쓸 수 있도록 변경됐다.

 

한나라당은 현재 복지예산이 총 6.2%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예산에는 예산정책과 무관하게 제도적으로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공적연금, 보훈보상금, 건강보험지원금 등 사회보험 지출액과 보금자리 주택 분양분 등 의무지출이 포함돼 있어 실제 증가율은 1%에 불과하다. 내년 물가상승률이 3.4%인 것에 미루어 봤을 때 실질 복지예산은 대폭 줄어든 셈이다. 한편, 지난 2005년부터 복지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13.1%였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집착, 차기 대권으로 이어질까

 

어쨌든 한나라당이 3년 연속으로 예산안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4대강 사업' 때문임이 명백하다.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은 왜 그렇게 4대강에 집착하는 걸까? 청계천으로 한 번 재미를 봤으니 대통령쯤 되면 온 나라의 강을 재정비해 놔야 업적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관련 건설회사들, 땅 주인들 등등 대한민국 1%의 배를 불려 주기 위해 임기 동안 열심히 봉사하기로 마음먹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전 국토를 공사장화 시켜 일시적으로 경기상승을 도모하는 걸까. 파괴되는 자연과 환경은 어떡하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에 해온 일들은 한 번 되집어 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에서부터 시작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전쟁위기 초래, 실질실업률 10% 달성, 한국 국가채무 증가율, OECD 1위, 한국 물가상승률 OECD 평균 '6배', 의료보험을 포함한 공기업 민영화 준비, 혁신도시 재검토, 자사고 100개 추진, 종부세 완화, 소득세/상속세/법인세/특소세 인하(동시에 세금을 안내던 서민층에 세금 걷기), 미디어법 강행, 실용주의 대북정책, 과거사 규명위원회 폐지 등등등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현실이 이런데도 오는 2012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국민들의 선택은 또 한나라당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노리는 4대강 반짝효과가 그때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3년동안 국회문을 틀어막고 서서 나라의 살림을 날치기 처리하는 여당의 행태를 봐왔지 않나. 그게 도대체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차마 국회의원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조폭과도 다름없는 그 만행을 잊을 수 있나?


태그:#2011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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