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진 살인에 나선 복남

▲ 영화사진 살인에 나선 복남 ⓒ (주)스폰지이엔티

김기덕 사단 출신 장철수 감독의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오락영화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오락영화란 감독이 영화를 만들때 대중적 흥행을 충분히 염두에 두었으며 관객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굳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속에 펼쳐지는 잔혹복수극 그 자체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든 섬뜩함을 느끼든 그것은 관객의 자유이지만 그 이상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서영희가 맡은 주인공 복남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며 소외된 여성입니다. 문명과 여성인권으로부터 한없이 소외된 무도라는 외딴섬 그리고 그속에서 가족뿐만 아니라  어린시절 절친했던 친구에게 조차 소외된 한 여성의 비극적인 역할에 서영희는 더할 나위없이 적역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낫을 치켜든 복남은 더 이상 나홍진 감독의 영화<추격자>(2008)속의 불행한 희생자 미진이 아닙니다. 장철수 감독은 후반부 복남의 처절한 복수의 개연성을 충분히 다지기 위해 전반부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를 향한 가족과 이웃들의 학대와 모욕신으로 채웠습니다. 그녀가 시어머니, 남편, 시동생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천대받으며 모욕 당할수록 객석 관객의 '분노치'는 복남의 마음처럼 한없이 높아집니다.

 

의도적인 감독의 상승장치들은 후반부 복남의 딸이 당한 사건 이후 뜨거운 용암처럼 분출합니다. 통상적인 잔혹영화나 슬래셔 무비에 무관심 혹은 혹평으로 일갈하길 좋아하는 평론가들 조차 후련한 후반부 전개라고 할만큼 후반부 잔혹복수극은 이상하리만큼 시원시원하다는 생각입니다.

 

복남이 맡은 역할은 어찌보면 모순된 구조속에서 인내와 희생만을 강요당해온 한국근대사속 여성들에게 바치는 추모사이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세상의 모순된 구조에서 여전히 핍박받는 소외된 여성들에 대한 폭력적 위안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실, 무도는 외딴섬으로 답답하고 한정된 공간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인간들이 사는 어느 곳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웃의 불행, 이웃의 슬픔에 애써 무표정한 얼굴로 대하기 일쑤인 우리들에게 무도에서 벌어진 며칠간의 참극은 많은 생각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여름시즌 <아저씨>,<악마를 보았다>등 폭력 잔혹극의 잇달은 개봉과 스토리전개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지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의도적으로 잔혹한 살인 영상위주의 전개로 관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주려는 슬래셔 영화와는 분명히 구분되야 할 듯합니다.

 

극한으로 치닫는 복남의 행보를 지켜보면 관객 누군가에겐 후련한 복수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복수가 모든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게 영화를 본 후 느껴지는 생각입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지난 5월 열린 제63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해 좋은 평을 받았고, 7월 열린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장편부문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지필름 이터나상 등 3관왕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지난 2일 저예산에 소규모 개봉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점차 상영관을 넓혀가고 있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추석시즌까지 흥행성적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2010.09.06 15:04 ⓒ 2010 OhmyNews
장철수 서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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