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이승만에서 2PM까지'의 저자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김갑수씨의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이승만에서 2PM까지'의 저자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김갑수씨의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명박은 위선적이고 노무현은 위악적이다"

김갑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말이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행적을 '위악'과 '위선'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툭하면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목도리를 주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는데 이것이 바로 위선이다"라며 "정말 서민을 그렇게 위한다면 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안 좋게 만든 세력의 공통점이 위선"이라며 "이는 선을 가장한 것으로 착한 척함을 말하는데 결국 속은 착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승만에서 2PM까지>(한걸음더 펴냄) 출간 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위악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위악은 악하지 않은데 악한 척 하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 자신의 위악적 행위가 불행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은 세종시도 여러 측면을 모두 고려해서 정책을 추진한 것이면서 겉으로는 '재미 좀 봤다'고 말했다"라며 "마음 한 켠에 있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다 말해버림으로써 전체 의미를 가려 쓸데없는 오해를 산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점을 김씨는 안타깝게 본 것이다.

김씨가 이번에 출간한 책 <이승만에서 2PM까지>는 2006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오마이뉴스>에 발표한 66편의 시론을 묶은 것이다. 그는 소설가, 정치·사회문화 비평가로서 100편이 넘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했고, 2008년에는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된 바 있다. 적게는 1만, 많게는 70만의 독자가 클릭했던 글들을 추리고 추렸는데 이승만, 백범, 노무현, 이명박, 2PM의 재범까지 많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김씨는 제목에 등장한 이승만과 2PM 역시 위선과 위악으로 정리했다. 그는 "이승만은 위선적 인물이고 2PM의 재범은 위악적이기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보진영에 울리는 세 가지 경종

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이승만에서 2PM까지'의 저자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김갑수씨의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이승만에서 2PM까지'의 저자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김갑수씨의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날 행사는 '저자와의 대화'였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는 짧게 마쳤다. 이후 그는 작심한 듯 진보진영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진보진영에게 울리는 세 가지 경종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가장 먼저 진보세력의 분열에 대해 날을 세웠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은 작은 새우가 대하 되겠다고 몸통과 머리를 잘라서 송사리 된 꼴"이라며 "심각하게 분열하고 있는 진보진영이 1998년에 있었던 김영삼·김대중 양김씨의 분열을 비판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융합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독설과 배타성이 작용해 분열을 낳았다"며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1차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이 갖고 있던 일말의 배타성이 그를 키우긴 했지만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서 정동영이 최종 후보로 정해진 날 노 전 대통령이 '정동영 후보는 나를 당에서 내쫓은 이유를 말하라'고 말했다"라며 "바로 이것이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배타성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진보진영이 서로를 밀어내며 세력을 줄여갈 것이 아니라 어떤
세력이든지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비슷한 세력을 2차로 지지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분열하지 말고 통합하라'는 주문이다.

"다음 선거를 위한 전략 세워야"

"이명박은 경쟁 상대가 아니다."

진보진영에게 울리는 두 번째 경종은 누구를 상대로 전략을 세울지 뚜렷한 노선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오늘날 민주·진보 세력은 MB에게 반대하면 우군으로 보느냐"며 "그럼 박근혜가 우군이냐"고 물었다. 그는 "세종시는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통과된 법안 아니냐"며 "세종시가 무산되면 1차 책임은 박근혜에게 있으니 이명박과 함께 비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명박만 반대하면 우군이라는 식으로 감정 교류할 것이 아니라 차기대선주자 박근혜에 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렇지 않으면 보나마나 다음 대선에도 실패한다"고 경고했다.

김씨는 또한 "진보·개혁 세력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학자가 '진보도 밥 먹여 준다는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하던데, 이 말 속에는 밥을 먹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것은 사실이냐? 또, 밥은 정치가가 먹여주냐"고 했다. 그는"옳지 않은 말 혹은 뻔한 말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지 말라"며 "유력한 진보인사들이 계속 이런 행태 반복하면 보수로 돌아간 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생각 따라가서 언제 바꿀래?

'진보 세력은 왜 올림픽을 비판하지 못하나?'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보며 김씨가 한 생각이다. 그는 "무슨 경기만 있으면 국가 대항이고 메달만 따면 애국자라 치켜 세운다"며 "'국위선양'이라는 표현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그렇게 좋아하던 말인데 우리는 스포츠에 국위선양 딱지 붙이기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열광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본 것이다.

그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라는 올림픽 슬로건은 최악"이라며 "끝없는 승리를 강조하는 스포츠 경쟁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 가는 것 이상으로 첨예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번 올림픽 때에는 SBS 혼자 중계했다고 들었는데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똑같은 경기를 방송사에서 다하면 그걸 보고 싶지 않은 시청자의 시청권은 어떻게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진보라면 올림픽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소수자 입장을 변호해야 하는 데 왜 이런 말을 못하냐"고 꼬집었다.

그는 "자율학습에 대해서도 진보세력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이 아닌 강제로 모든 고등학생들이 밤 10시까지 감금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뭐냐"며 "진보세력들은 이런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보수의 담론만을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수구 세력들이 갖는 생각을 진보 세력이 따라가서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진보를 비판하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진보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그들에게 따끔한 지적을 해 줄 필요가 있다"며 "진보가 비판을 수용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진보는 점점 더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시간 반 동안의 강의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한 청중이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이 땅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늠할 수 있냐"고 묻자 김씨는 "사전적 의미로 말할 때 보수는 현재적 상황을 유지하려는 태도이고, 진보는 바꿔보려는 태도이다"라며 "딱 정해진 것은 아니고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선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쓰이는 진보와 보수를 나도 차용해서 쓴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승만에서 2PM까지>에 담긴 글의 내용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한 청중이 "책에서 강준만씨를 '위악적이다'라고 평가했던데 어떤 지점인지" 묻자 김씨는 "강준만씨는 교육문제를 얘기할 때 위악적이다"라며 "그는 '사교육은 절대 안 없어진다'고 역설적이고 거칠게 말하는데 이는 사태를 나쁘게만 말해 튀려고 하는 강박관념"이라고 말했다.


이승만에서 2PM까지 - 아! 대한민국, 위선과 위악의 페이소스

김갑수 지음, 한걸음더(2010)


태그:#노무현, #진보, #이명박, #재범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