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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언론의 기사를 삐딱하게 보는 편입니다. 바보 소리를 들을 만큼 낙천적이고 어설픈 사람입니다만 언론에 관해선 꽤 혹독한 관점을 가지고 있지요. 아마도 과거의 몇몇 경험이 원인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환상의 안개를 걷자 - 방송도 언론도 100% 리얼은 없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사실 제가 겪은 과정은 환상을 거두는 과정이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꾸밈이 없다고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와 몇몇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방송에는 100% 리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실망할 일도 아니고 놀랄 일도 아닌, 제가 멋대로 만들어 놓은 환상 속에서 뒤늦게 보게 된 진실이었지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1시간 안에 100시간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선 때때로 설정이 필요한 게 당연한데도 방송을 보는 순간에는 잘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거대 방송국이라도 시간과 돈은 무한한 게 아니니까요.

프레스 센터에서 취재를 하고 다음날 각종 언론의 기사를 보며 느낍니다. '이번에는 관계자가 던져주는 말 몇 마디와 보도자료가 아무런 비판 없이 기사화됐구나. 이 신문은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변 한마디를 A4용지 한 페이지 분량으로 늘여 썼구나'하고요.

현장에서 찍어 본 프레스 센터의 모습입니다. 프레스 센터란 사건이나 취재, 보도에 편리하도록 만든 기자 전용의 건물이나 방을 뜻합니다. 기자들은 이곳에서 회견이나 간담회를 가진 후, 기사를 작성하여 신문사로 보냅니다.
 현장에서 찍어 본 프레스 센터의 모습입니다. 프레스 센터란 사건이나 취재, 보도에 편리하도록 만든 기자 전용의 건물이나 방을 뜻합니다. 기자들은 이곳에서 회견이나 간담회를 가진 후, 기사를 작성하여 신문사로 보냅니다.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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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사의 국내보도 같은 경우는 환상을 깨기 가장 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요즘에는 워낙 외국어에 정통하신 분들이 많아 번역이나 뉘앙스 상의 오류를 많이 지적합니다. 저 또한 전공이 일본문학이다 보니 그쪽 기사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편입니다.

당연히도 국내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부풀리거나 축소되는 기사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런 기사들은 현지 특파원들에게 많이 의지를 하게 되는데 소수, 자질이 부족한 특파원들의 엉뚱한 기사 해석을 보면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기자의 위대함은 스트레이트 기사에 있다

때때로 보게 되는 기자 분들은 참 힘들어 보입니다. 우선 사건이 항상 근무시간에 터지라는 법이 없으니 평온한 휴식시간을 깎아 먹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제가 정식 기자가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전 죽었다 깨나도 노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하니까요.

아무리 관련 부서가 따로 있다고 해도 수없이 쏟아지는 관련 정보와 취재거리에 전부 전문적인 식견을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최선의 선택입니다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글 꽤나 쓴다는 분들이 프리랜서 자격으로 기사를 쓸 때, 처음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이것입니다. 온갖 문학적 수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분들이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라며 기자들을 비웃었지만 실제로 써보니 턱하고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그런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사실'을 전달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이트 기사야말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선이 아닌가 합니다. 명철함과 판단력 없이, 그리고 기자 정신이 살아 있지 않는 사람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쓸 수 없습니다.

단순한 사실을 쓰는 기자는 많습니다. 그런 기사는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쓸 수 있지요. 하지만 사실 속에 단긴 진실을 잡아내는 건 서슬 퍼런 기자정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왜일까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취재 당시의 사진입니다. 서거 당일 밤, 서울광장에서는 추모방식을 놓고 경찰과 시민간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장의 분위기 탓에 시민과 경찰, 그리고 기자까지도 쉬이 흥분하거나 자신을 잃어 버릴 수 있습니다. 좋은 기자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확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취재 당시의 사진입니다. 서거 당일 밤, 서울광장에서는 추모방식을 놓고 경찰과 시민간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장의 분위기 탓에 시민과 경찰, 그리고 기자까지도 쉬이 흥분하거나 자신을 잃어 버릴 수 있습니다. 좋은 기자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확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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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라는 건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180도 바뀌는 것이지요. 극단적으로 비유해볼까요? 장님이 코끼리 뒷다리를 만진 경험으로 코끼리에 대한 기사를 쓴다고 합시다. 그 기사는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이라고도 할 수 없지요. '사실의 조각'만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사실은 왜곡됩니다. 경험담이나 르포는 될 수 있지만 스트레이트 기사는 될 수 없습니다.

기사라는 것은 모두에게 객관적인 사실이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항상 냉철한 판단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진실일까. 내가 한쪽에서만 이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베테랑 기자들의 기사 속에는 감정이 없는 듯하지만 눈물이 있고 분노가 있고 현장이 있습니다. 진실의 힘이라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지요.

비판기사는 광고로 퉁친다?

언론감시가 활발해지고 정보공개가 가속화 되면서 우리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사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사의 진실과 언론의 논조를 과거보다 몇 배는 쉽게 비판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왜? 이제 우리도 알건 다 아니까.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다 보면 '이것도 기사냐.', '나도 기자하겠다', '돈 받아먹고 쓰냐' 등의 비판적인 댓글을 많이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자의 자질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아무리 기자정신이 살아 있어도 편집부에서 엎으면 그만입니다. 기사 중, 기자정신이 살아 있는 부분은 사측의 이해나 사주의 참견으로 수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기자의 입장에서는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고 억울하신 분도 많을 듯합니다. '난 이렇게 안 썼는데. 데스크에서 마음대로 고친 건데'라고 하면서.

둘째, 광고주와의 관계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의 특성상 대부분의 수입은 광고로 대체됩니다. 오히려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지요.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의 비판기사는 쓰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몇몇 신문은 그런 비판기사를 썼다가 광고가 잘리기도 합니다.

신문사의 입장에서 광고가 떨어지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몇천에서 몇억에 달하는 수입이 갑자기 없어져 버리니까요. 아무리 기자정신을 강조하지만 당장 부모님 병원비와 자식 등록금을 충당할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면 인간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판국에 당연히 기업에 관한 비리나 나쁜 이미지를 주는 내용은 쓰기 어렵습니다. 때때로 기사와 광고의 교환이 일어나기도 하죠. 신문 1판을 먼저 입수한 기업 홍보실에서 비판 기사를 지워 주는 대신 5천짜리 광고 하나로 '딜'을 한다는 식입니다(물론 소수의 언론과 기업에서 벌어지는 경우이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 되면 왜 많은 사람들이 노조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아실 겁니다. 만약 기업이 아니라 노조가 신문사에 광고를 주는 입장이라면 사람들이 갖게 되는 이미지는 상당히 바뀌었겠지요?

여러분이라면 이 광경을 보고 어떤 기사를 쓰시겠습니까.
 여러분이라면 이 광경을 보고 어떤 기사를 쓰시겠습니까.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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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파업이나 노사간의 대립을 놓고 신문의 헤드라인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실업 대란 시대, 배부른 노조, 국민은 분노한다'에서 '실업 대란 핑계, 가속화 되는 노동 착취, 국민은 분노한다'라고 말이지요.   

이제부터는 이런 점들을 잘 염두해서 기사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용을 뒤집어 보면 블로거와 시민기자가 뜨는 이유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편에는 그 이유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스트레이트 기사의 벽을 허문 혁명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현대증권 칼럼으로 연재중입니다. (http://blog.naver.com/e_adventure/170000373086)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합니다.



태그:#블로거, #시민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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