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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한나라당, 저들이 말한다.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서울 덕수궁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 추모의 공간에 대해선 물샐 틈 없는 통제를 가한다. 경찰차들이 겹겹이 분향소를 에워싸고 있다. 그러면서 서울역 광장과 서울역사박물관에 '관제' 분향소를 설치했다.

 

또 다시 불순세력이라는 상투적인 낱말을 들먹일 생각인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면 불순세력이 암약하는가? 그래서 순수한 마음에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을 꼬드길까봐 불안한가? 그래서 줄줄이 순진한 젊은이들을 지하철 출구 곳곳마다 배치해, 공안정국의 연장선에서 철통같은 '공포 추모 정국'을 조성하는가? 그러면서 최대한의 예우를 언급하는가? 스스로 돌아보기에 가증스럽지 않은가?

 

'관제' 분향소를 포함해 당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짓은 '경찰 계엄령'일 뿐이다. '최대한의 예우'를 들먹이며 보이는 행동은 또 다른 '명박산성'일 뿐이다. 왜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 얼굴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는가? 앞으로 이들이 거리의 집회에서 참석하는지 안 하는지 채증을 시작한 것인가? 앞으로 도심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엽기 행각을 저지르겠다고 했으니, 여기에 동원할 자료를 지금부터 만들고 있는 것인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진심으로 충고한다. 지금이라도 영화 <밀양>을 다 같이 모여 청와대에서 관람하기를 바란다.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용서한다는 식의 만용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부르는지를 헤아려. 덧붙여, 그 영화를 보면서 여전히 신성모독 운운하는 이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멀리 내쳐도 당신들이 이로우면 이로웠지 나쁠 게 없는 자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한나라당 그 누구도 봉하마을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물벼락을 맞았다. 그러니 아서라. 봉하마을에 직접 조문하러 가겠다는 치기를 접기 바란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도 조문도 못하게 방해하다니 말이 되는가?'라는 식의 역공을 취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최대한의 예우를 할 의향이 있거든,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맞다. 그리고 정말로 진정성이 있거든 서울시청 앞 광장에 국민 분향소를 설치하는 게 순서다. 서울시청 앞 광장 1㎞ 주변에 경찰을 물려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자신의 사옥 앞에는 경비를 세워달라고 사정하면 그곳에만 배치해라. 경찰들이 물샐 틈 없이 경비하면서 봉하마을에 직접 조문하겠다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발상은 그저 '꼼수'일 뿐이다. 자신에 유리한 악재를 만들어내겠다는 식의 저질 꼼수라는 말이다. 하기야, 언론자유를 침탈하면서 대의민주주의를 언급하는 당신들의 철면피함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우리는 그 비판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한국의 경제민주주의가 발전하고 한국의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염원하고, 이 땅에서 참다운 언론의 자유가 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와는 다른 길을 간다고 봤고 그래서 아낌없는 비판을 가했고, 그에 대해 조금의 후회가 없다.

 

우리가 그토록 비판했던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이 땅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위해 지금까지처럼 계속 싸워나갈 것임을 머리 숙여 다짐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

 

2009년 5월 25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약칭 : 언론연대)


태그:#미디어, #언론, #언론연대,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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