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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을 짜고 종종 노인들에게 음식과 관련된 상담을 해주었더니 이젠 영양사로 통하더라고요."
 
주부 정정심(58)씨는 매주 금요일이면 '영양사'가 된다. 강원도 춘천의 노인복지 회관으로 급식봉사활동을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찾아간 노인복지회관 식당 입구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창 배식을 하느라 분주한 아주머니들 사이로 환하게 웃으며 노인들에게 다정스레 말을 건네고 있는 정씨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의 메뉴는 자장밥. 정씨가 식탁을 돌며 "어때, 오늘 음식은 입맛에 맞으세요?"라고 묻자 한 노인이 "이거야 이거!"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곳에 찾아오는 노인들은 300여명. 찾아오는 노인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다 보니 그 양 역시 엄청나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배식 한 시간 전부터 나와 재료준비를 한다. 정씨는 많은 양을 준비하느라 힘들지만 노인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양사 정씨에게 통하는 또 다른 별칭이 있다. '베테랑 봉사자'다. 2004년 처음 노인복지회관이 설립되었을 때 그녀도 함께 급식봉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몇 십 년 한 것도 아닌데 베테랑은 무슨. 그 정도 되려면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더 해야지"라며 봉사활동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했다.

 

정씨가 처음부터 급식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6년 전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그녀는 협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식들을 다 키우고 이제 휴식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녀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병을 고칠 생각은 접어둔 채, 한참 방황하고 있을 때 그녀에게 희망을 준 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팔순이 넘어 당신의 몸도 불편했으면서 자식을 위해 협심증에 좋다는 음식들을 다 알아내 그녀에게 준 것. 그렇게 식이요법을 한 끝에 그녀의 병은 점차 호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 무렵 세상을 떠나 버렸다. 그녀는 어머니가 생전에 있을 때 많이 돌봐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돼 다른 노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마침 춘천에 노인복지회관이 설립된지라 그녀는 이 곳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급식봉사를 하게 됐다. 자신이 실천했던 식이요법들이 노인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봉사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럼 그녀에게 가족들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남편은 그녀가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면 항상 직접 봉사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봉사활동이 끝날 때쯤이면 미리 와 그녀를 기다리곤 한다. 봉사활동이 끝난 다음날 행여 아픈 곳은 없는지 몸 상태를 돌봐주는 것도 남편 몫이다. 외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딸은 방학 때면 종종 한국으로 와 그녀의 일손을 도와준다고 한다.

 

그녀는 노인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오히려 자신이 그 안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고 한다. 이제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급식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녀는 "앞으로 내가 도와줄 수 있을 때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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