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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초 화창한 가을날, 자전거를 타고 인천에서 부천을 지나 서울 구로디지털단지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서울에 입성해서는 화곡역과 강서구청을 지나 공항로를 따라 한강과 안양천이 만나는 목동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마천루와 고층아파트, 도로 사이의 안양천과 도림천변에 쭉뻗은 자전거도로를 이용했습니다.

 

그 길에 눈에 띈 것은 다름아니라, 하천변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시민들이 계단을 이용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모습이었습니다. 드문드문 하천변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가 있었지만, 경사로 대신 계단이 설치된 곳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높은 계단을 자전거를 '번쩍' 들지 않고 끌고 올라가더군요. 계단의 중심부나 한편에 자전거 바퀴를 끼워놓고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작은 이동경사로(홈)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림역 근처에 이르러 저도 자전거도로에서 일반도로로 오르기 위해, 계단에 나있는 이동경사로를 이용해 자전거를 끌고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늦은밤 기륭전자 공장을 찾아가다가 마주친 독산역 인근 육교에서도 이런 자전거 이동경사로가 투박하지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도심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이곳저곳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육교나 계단이 많아 서울시가 지난 2005년 자전거를 끌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한 것이었습니다.  

 

쑥골고가교에 자전거 이동경사로 설치 좀 해주세요!!

 

반면 제가 살고 있는 '동북아의 허브'라는 인천시는 어떨까요?

 

이동경사로를 이용해 육교와 지하보도, 계단을 자전거나 짐가방을 끌고 오를 수 있는 서울과 달리, '명품도시'라는 인천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이동경사로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인천도 서울만큼 경인고속도로나 국철의 철로 때문에 육교나 고가교가 많은데 말입니다. 도심의 자전거도로도 그리 잘 정비되어 있지 않고요.

 

예를 들어, 인천대나 인하대와 인접한 길목인 도화오거리에서 주안 방향으로 나아가는 고가교가 있습니다.

 

바로 옆은 도화역이 자리하고 있어 경인선 철로 위를 가로지르는 쑥골고가교에는 차도와 분리된 보행자를 위한 계단이 있습니다. 이 높은 계단과 육교 앞에서 자전거는 무조건 멈춰 설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높은 계단을 이용할 작정이면 자전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낑낑'거리며 두세번 나눠 쉬면서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야 합니다.

 





 



 

사람들의 통행이 그리 많지 않아 그런건지, 자전거를 끌고 오를 만한 이동경사로나 우회할 길이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힘겹게 무사히 자전거를 들고 계단에 올라서서, 철망 뒤로 쭉뻗은 철로를 굽어보고 숨을 고른 뒤에는 또다시 자전거를 들고 경사진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는게' 아니라 '들고서' 높은 고가교를 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현재 인천시는 송도-청라경제자유구역개발, 주택정비 및 재건축사업, 뉴타운-신도시개발, 인천아시안게임 준비 등등 수많은 개발사업들을 곳곳에서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시민과 주민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들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삶의 질'은 계속 악화되는데 '명품도시' 건설에 눈이 멀어 그러신지 모르겠지만, 제발 자전거라도 편히 타고 다닐 수 있는 그런 도시를 고민해줬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괜한 보도블록 뜯어내지 마시고요. 부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고가교, #육교, #계단, #이동경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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