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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당당한 아름다움

- 글쓴이 : 심상정

- 펴낸곳 : 레디앙 (2008.9.26.)

- 책값 : 13000원

 

 

 (1) 삶과 정치

 

 어제 한낮, 옆지기는 아기를 업고, 저는 기저귀가방이며 장바구니며 챙기고 골목마실을 나왔습니다. 온나라에 이름나다고 하는 신포시장 닭강정이라는 먹을거리를 인천사람으로서는 처음 먹어 보는데, 제 입에는 너무 매운데다가 튀김옷만 너무 두꺼워서 1/3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마침 아기가 쉬를 한 뒤 낑낑대기에 남은 튀김닭은 싸 달라 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집에서도 남은 튀김닭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놓고 망설이게 됩니다. 몇 점 더 먹어 본 옆지기는 도무지 안 되겠으니 버려야겠다고,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망가지는 몸은 되찾기 어려우니 옆지기 뜻대로 따라야 하건만, 먹을거리를 버린다는 일은 영 내키지 않습니다. 양파껍질과 오징어 내장이 아니고서야 우리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라곤 없는데, 버리려는 손이 덜덜 떨립니다. 먹을거리가 없어서 쩔쩔매는 남녘이 아니라,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가운데 못 먹고 버려지는 쓰레기가 온누리에 넘실거리니, 우리들은 죽어서 모두 불지옥에 떨어지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흙을 퍼 와 마련한 거름그릇에 탈탈 털면서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맛있다며 멀리서도 자동차 끌고 찾아와서 여러 시간 줄까지 서며 사먹는 닭강정인데, 우리 입맛하고만 안 맞는 닭강정일지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동네 닭집에서 튀기는 닭이 부피도 훨씬 많으면서도 몸에서 잘 받는다고 여기는 한편, 생협에서 파는 닭을 우리가 집에서 손수 튀겨서 먹으면 더더욱 맛있다고 느끼는데, 이런 우리 입맛이 지나치게 까다로운지 궁금합니다.

 

.. 사범대에 진학한 것은 아벚디와 언니가 교사였던 탓도 있지만, 실제 훌륭한 교육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입학하자마자 나는 소원했던 대로 괜찮은 남자 친구를 고르는 데 열중했다. 그런데 남학생을 찍어 두고 뒤를 쫓다 보면 그는 영락없이 운동권이었다. 그와 가까이하자면 학생운동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맘에 드는 남학생한테 잘 보이려고 열심히 시위 대열을 따라다녔다 ..  (26, 29쪽)

 

 어제 낮, 골목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 드러누웠습니다. 아기가 쉬를 해서 기저귀를 갈 때에도 자리에 누운 채 한 손으로 겨우겨우 갈아 줍고 다시 누웠습니다. 드러누운 채 왜 이렇게 몸이 힘들까 하고 생각해 보는데 잘 떠오르지 않다가, 맞다, 아침부터 이불을 빤다며 힘을 쪽 뺐는데 밥도 안 먹고 골목마실을 나갔다가 속이 미식거리는 것만 집어넣고 돌아왔으니 이렇게 몸이 축났구나 싶습니다.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 어제에 이어 빨래를 합니다. 아기 기저귀 빨래는 날마다 스무 장에서 서른 장이 나오니 하루라도, 아니 잠깐이라도 거르면 안 되기도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입는 옷도 빨아야 합니다. 기저귀 빨래를 하면서 제 옷 빨래는 자꾸 미루게 되고, 하루 더 입고 이틀 더 입다가 한 주 더 입고 나서 비로소 빠는데, 옆지기도 기저귀 빨래는 해도 자기 옷 빨기는 힘이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새벽에 보일러를 잠깐 돌렸기에 뜨거운 물이 나와서 통에 받아 놓고 기저귀를 담가 놓습니다. 옆지기 긴바지를 두 벌 빨고 기저귀를 헹구면서 빱니다. 지난주부터는 뜨거운 물에 담근 뒤 헹구기만 합니다. 아기 오줌은 더러울 일이 없으니 오줌 기운만 빠지도록 해서 빨아야 우리도 덜 힘들다고 해서, 이렇게 하기로 합니다.

 

.. 나는 귀국 후 출장 보고 첫머리에, 다시는 그 기금을 요청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스웨덴 금속노조는 당시 우리와 조직이나 예산 규모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스웨덴 노조는 어려운 나라의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연대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  (54쪽)

 

 빨래를 마친 뒤 쌀을 씻습니다. 누런쌀 한 주먹에 보리 조금, 수수 조금, 두 가지 콩 한 주먹, 옥수수 한 주먹, 팥 반 줌을 넣습니다. 쌀보다 콩팥이 훨씬 많고, 옥수수 또한 쌀보다 많습니다. 우리 집에 놀러온 분한테 이 밥을 내어주면 거의 못 먹거나 못 씹으시지만, 우리는 하얗기만 한 밥을 먹으면 못 씹습니다. 흰쌀로 지은 밥은 입에서 녹아서 밥을 먹어도 먹은 듯하지 않습니다. 겨만 벗긴 누런쌀로 밥을 지으면 반 그릇만으로도 배가 부르지만, 콩팥과 갖은 곡식을 넣으면 쌀은 1/3 그릇이나 1/4 그릇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하루 동안 꼬박.

 

 따로 채식을 한다는 생각이 없이 이렇게 먹습니다. 몸에서 바라고 입에서 바라기 때문이지만, 몸이 훨씬 좋아하고 입도 주전부리를 바라지 않습니다.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고구마를 날것으로 먹거나 살짝 쪄서 먹습니다. 달걀을 반만 익히듯 고구마도 반쯤 익혀서 먹는 맛이 새삼스럽습니다.

 

.. 노동운동을 하던 시절, 당시 남성 지도부에서 어디를 가든 심 사무처장은 슈퍼우먼이라고 치켜세우곤 했다. 잘났다는 말이니까 우쭐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가 된 이후 여성들이 ‘슈퍼우먼’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감내햐야 할 짐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절감하였다. ‘슈퍼우먼’이란 말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여성 개인의 능력으로 치환하는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로구나! 나는 선언하였다. 더는 나에게 슈퍼우먼이란 소릴 하지 마세요! ..  (122쪽)

 

 아침에 빨래를 하고 밥을 짓고 또 집안을 치우면서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세탁기를 쓰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쌍할까 하고. 저 혼자만 품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세탁기를 쓴다고 집안일이 조금도 덜어지지 않습니다. 청소기를 쓴다고 청소 일감이 줄지 않습니다. 냉장고를 쓴다고 밥하기가 한결 낫지 않으며, 전자레인지를 쓴다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집안 전기제품은 집일을 맡는 살림꾼한테 일손만 더 가게 하면서 자원은 더 들고 골머리를 더 썩이게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두 손이 아닌 기계에 휙 던져넣기만 하니, 옷을 대수로이 여기면서 더 자주 빨게 됩니다. 옷을 더 자주 빨게 되면서 더 많은 옷을 사게 되고, 더 많은 옷을 사느라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안 입는 옷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두 손이 아닌 청소기를 돌리니 서서 치우느라 허리가 덜 아픈 듯하지만, 청소기가 닿지 않는 자리는 따로 손으로 치우고 닦아야 하니 외려 일손은 곱배기입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지고 무릎으로 이곳저곳 디디면서 닦는 방바닥과 서서 슥슥 움직이며 미는 방바닥은 사뭇 다릅니다. 냉장고가 먹을거리를 오래 간수해 준다고들 믿지만, 참말 오래 간수하게 해 줄까요. 그리고 오래 간수된 먹을거리는 참말로 우리 몸에 도움이 될는지요. 냉장고가 자꾸만 커지면서 자가용 끌고 ㅇ마트 ㄹ마트 또 무슨 마트에 가서 수레에 그득그득 물건을 쟁이게 되지 않는지요. 안 사도 되는 물건을 사고, 덜 사도 되는 물건을 사며, 조금씩 맛을 보면서 고마움을 느낄 밥이 아니라 싼맛에 덩어리째 쌓아놓고 지겹게 먹어치우는 밥귀신이 되어 가지는 않는지요.

 

 삶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 생각과 넋이 달라집니다. 삶이 뿌리내린 자리에 따라서 우리 세상이 달라집니다. 정치든 문화든 교육이든 경제든 과학이든, 우리가 뿌리를 두는 삶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온통 더 쓰고 더 누리고 더 가지려고 하는 삶을 우리 스스로 붙잡고 있는 동안, 우리 정치는 진보로 갈 수 없을 뿐더러 개혁조차도 아닌, 그리고 보수조차도 되지 못하는 수구가 되어 버립니다. 흔히 말하는 조중동 매체만 꼴통이 아닙니다. 삶을 바꾸지 못하는 우리 스스로 꼴통입니다. 조중동 매체가 꼴통이 아니라 조중동을 즐겨 보는 우리가 꼴통이며, 조중동을 비판하느라 애먼 시간을 헤프게 써야 하는 우리가 바로 꼴통입니다.

 

 정치가 진보가 되려면 삶이 먼저 진보여야 합니다. 사회가 진보로 나아가려면 삶이 먼저 진보여야 합니다. 교육이 진보로 아름답게 피어나려면 삶이 먼저 진보여야 합니다. 경제가 모든 사람한테 골고루 나누어지는 슬기로움으로 가지를 뻗자면 삶이 먼저 진보여야 합니다.

 

 노래꾼 신해철 님이 부른 〈재즈 카페〉에 나오는 노래말,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데이”와 〈나에게 쓰는 편지〉에 나오는 노래말 “돈 큰집 빠른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는 우리한테 얼마나 크고 기쁘며 아름다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겠습니까.

 

 진보운동이 뜻을 이루지 못하는 까닭은, 목소리는 높이 외칠는지 모르지만 정작 자기 삶을 진보로 바꾸지 않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입으로는 진보를 외지만, 자기들이 비판해 마지 않는 무리와 마찬가지로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데이”를 즐기고, “돈 큰집 빠른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에 매여 있는데, 어찌 세상을 바꾸면서 우리가 더 나은 길로 나아가면서 아름다워지겠어요. ‘서민한테 다가가기’나 ‘서민이 있는 자리로 내려가기’가 아니라 ‘서민과 함께 살기’나 ‘서민처럼 살기’가 되어야 하고, ‘서민’이란 어떤 사람인지를 몸과 마음으로 함께 깨우쳐야 합니다.

 

 

 (2) 2%가 아니라 98%가 아쉬운 《당당한 아름다움》

 

.. 세 번째 직장인 대우어패럴은 종업원 2천 명의 의류 봉제 수출회사로 옛 원림산업을 대우그룹이 인수해 이름을 바꿨다. 자본금 25억 원으로 26억 원 흑자(1984년 등 엄청난 이윤을 내면서도 노동자들이 일당 100원 인상을 요구하자, 깡패를 동원해 전기를 끄고 어둠 속에서 살인적 폭력을 휘두르게 한 그런 회사다 ..  (38쪽)

 

 진보신당을 이끄는 두 바퀴 가운데 하나인 심상정 님이 쓴 《당당한 아름다움》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사서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에 쥡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가는 내내 마음 한쪽이 트이지 않습니다. 이 책 하나 읽으면서 뿌듯하게 피어오르거나 넉넉하게 채워질 가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는 민주노동당 당내 경선 무렵에 나왔다면 모르되, 이제서야 이와 같은 책을 내는 뜻을 읽어내기조차 어려웠습니다.

 

.. 진보 정치는 ‘관념’에서 ‘생활’ 속으로 내려와야 한다. 진보 정치에 대한 신뢰는 몇 가지 정책 제시만으로 획득될 수 없다.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생활 정치의 모범을 만드는 일, 그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을 생략한 것,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패배가 준 가장 큰 교훈이었다. 노동자 밀집 지역뿐 아니라 장사하는 사람, 기업하는 사람, 학생, 노인, 주부, 그 모든 사람이 사는 곳에서, 국민 속에서 보수를 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집권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것 아닌가! ..  (213쪽)

 

 왜 그럴까, 왜 아쉬울까, 왜 허전할까 하면서, 요새 떠도는 말로 ‘2%가 모자라기’ 때문일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떨떠름함이 풀리지 않습니다. 책상맡에 다 읽은 책을 올려놓고 두 달쯤 시간을 보내면서 곱씹어 봅니다. 아무래도 2%가 아닌 ‘98%가 모자라기’ 때문에 이토록 떨떠름하거나 아쉽지 않으랴 싶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당당한 아름다움’이라 한다면, 첫째로, 심상정 님 삶에서 이웃사람 앞에 무엇을 떳떳하고 다부지게 내놓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둘째로, 둘레사람들과 어떤 아름다움을 즐겁게 나누려고 하는가를 펼쳐 보여야 합니다.

 

 일찌감치 여러 가지 밝고 훌륭한 일을 하신 분으로서는 자기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내놓기란 쑥스럽기도 하고 번거로운 노릇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난생 처음 들어 보는 낯선 용어와 차단된 정보, 보수 정치권의 역공 속에서 나의 특위 활동은 고단할 수밖에 없었다(112쪽)”는 핑계로는, “‘진보’라는 언어는 이미 노무현 정권에 의해 오염된 상태였다. 국민의 눈에 진보는 미래가 아닌 서민 배신과 무능으로 보였고, 냉혹한 심판의 대상이었다(168쪽)”는 상식(?) 아닌 상식 같은 둘러댐으로는, 조금도 ‘당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거나 나누어 줄 수 없습니다. “출발점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지역과 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서민들과 함께 생활 정치의 모범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머리말)”는 말에서 스스로 털어놓고 있는데, ‘서민과 함께 살아가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낱낱이 보여주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외침으로만 ‘서민과 함께 살아가는 정치’라고 말한들, 무엇이 서민과 함께 살아가는 정치이며, 서민이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어디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노릇이 없습니다. 삼성재벌과 싸우고 노무현 한미자유무역협정과 싸운 일을 못했다는 소리가 아니라, 이러한 이야기를 ‘그동안 알려진 이야기’를 살짝 겉핥고 지나가는 목소리가 아니라, 세상에 내어놓지 못하고 있던 속알맹이 이야기를, 그리고 이러한 일을 구태여 맡아 하려고 정치권에 뛰어든 속다짐을 《당당한 아름다움》에 담아내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차라리, 심상정 님 어린 날 이야기에다가 형제와 식구와 동무들 이야기를 더 길게 들려주었더라면,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심상정 님 오늘날 모습을 헤아리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또는, 진보신당을 새로 꾸리면서 느낀 보람과 아쉬움과 웃음과 눈물을 스스럼없이 담아내었다면, 민주노동당을 나와서 새로운 진보를 외치는 정당을 꼭 꾸려야만 했다는 뜻을 ‘진보는 서민 배신과 무능으로 본다’는 그이들한테 읽히면서 깨우쳐 줄 수 있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책, 그렇다고 선거 때 인기몰이를 할 책도 아니면서 정치꾼 심상정 속모습을 찬찬히 보여주지도 못하는 책을 따로 펴내야 했던 까닭이 있을까 몹시 궁금합니다.

 

.. 갈수록 악화되는 미국 경제 상황과 맞물려 한미FTA는 우리 경제와 서민 생활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  (109쪽)

 

 대답은 우리가 아닌 심상정 님이 해야 합니다. 책을 읽는 우리가 이 물음에 대답해야 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우리는 늘 우리 삶에서 부딪히고 있기에, 언제나 묻고 그때그때 대답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심상정 님은 여느 사람들 삶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자꾸만 정치꾼 자리에서 바라보면서 여느 사람들 속을 시원하게 긁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전거를 즐겨탑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면 좋은 여러 가지를 깨닫고, 우리네 길형편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깨닫습니다. 공무원 가운데, 또 정치꾼 가운데 자전거를 즐겨타는 분이 있다면, 이 나라 교통법이 이토록 엉망진창인 채로 남아 있거나, 돈 떼어먹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허울뿐인 자전거문화 정책’이 나오지 않습니다.

 

 노동자로 고된 삶을 보내 보기도 하고 노동운동도 했던 심상정 님이기에 노동자 삶과 아픔을 남보다 더 잘 안다고 할 테지요. 그러면 심상정 님은 노동자 삶을 넘어서 다른 삶들, 이를테면 자전거 삶이라든지 헌책방 삶이라든지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피를 보는 농사꾼’뿐 아니라 ‘유전자 건드린 곡식이 아닌 깨끗하고 우리 몸에 살이 되는 곡식을 바라는 집살림꾼’ 삶이라든지 골목길 삶이라든지 책마을 삶이라든지를 얼마나 알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고, 즐겨 몸에 익히지 않고서는 생각을 여밀 수 없습니다. 삶이 진보이기 앞서 정치만 진보를 말할 때에는, 얼핏 보기로는 달콤하면서 멋져 보일 수 있을 뿐입니다. 2퍼센트가 아쉬운 진보정치가 아니라 2퍼센트밖에 없는 진보정치가 되고 말 걱정이 큰산과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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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아름다움

심상정 지음, 레디앙(2008)


태그:#진보정치, #진보정당, #심상정, #책읽기,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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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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