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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4일 오전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탤런트 故 최진실의 운구차량이 경기도 성남시 갈현동 영생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탤런트 故 최진실의 운구차량이 경기도 성남시 갈현동 영생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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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들이 대량으로 처음 기소된 것은 지난 2005년 7월 임수경씨의 아들이 사망했을 때 조선닷컴에 단 댓글 때문이다.

7월 22일 임씨 아들의 사망 소식이 조선닷컴에 실렸을 때 '이런 빨갱이○ 자식 잘 죽었다' '인과응보, 사필귀정' 등의 댓글이 달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조선닷컴의 댓글은 실명제다. 그러나 악플러들은 이에 상관하지 않았다.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을 없앨 것이라는 주장에 나는 약간 회의적인데 이는 실명제인 조선닷컴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다. )

현재 조선닷컴에서 그 기사를 찾아보면 댓글이 모두 삭제되고 없다. 그러나 한 블로그에 당시 일부 댓글 내용이 남아있다. 임씨는 그 가운데 표현이 심한 25명을 고소했다.

임수경 악플러 40~60대 대학교수·대기업 임원들

그 다음 해인 2006년 1월에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또 다른 화젯거리가 생겼다. 악플러 25명을 소환해 보니 자식을 키워본 경험이 없는 10대와 20대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이른바 '찌질이' 10대와 20대는 단 한명도 없었다.

40대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7명, 60대 5명, 30대 4명이었다. 이 가운데는 대학교수 1명과 금융기관 임원 3명, 대기업 직원 4명 등 고학력층이 많았다. 당시 검찰은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은 1~2명뿐이었다, 거의가 이른바 식자층"이라고 밝혔다. 

악플러 가운데는 부산 지역의 한 대학 교수도 있었는데 그는 검찰의 소환 요구에 "뭘 그런 것 가지고 서울 가서 조사받아야 하느냐(☞ 해당 기사 바로가기)"며 버텼다.

1월 26일자 <조선일보>에는 "악의적 댓글 '악플' 교수님까지…, '임수경씨 악플' 25명 대부분 멀쩡한 중년남성, 검찰 댓글처벌 놓고 일부선 "표현자유 위축"이라는 제목의 기사(☞ 해당 기사 바로가기)를 실었다.

이 기사 끝에는 너무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인터넷 댓글을 사법 처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담겨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나은영 교수는 "악플은 이념적으로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진영에 대한 편견이 균형잡힌 판단을 가로막아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너무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인터넷 댓글을 사법 처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인터넷 실명제를 획일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을 밝혀낸 생명공학도들의 익명 게시판 블릭(BRIC)이 좋은 예다. 건국대 황용석 교수는 '교수사회처럼 위계가 엄격한 그룹에서 약자인 연구원들이 진실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수경 악플러 처벌을 비난하더니, 최진실법은 환영?

당시 검찰이 임수경 악플러에 대해 형사처벌 방침을 밝혔고 이 사실을 전하는 <연합뉴스> 기사가 조선닷컴에 실리자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출처는 앞에서 소개했던 블로그)

"아무리 봐도 청와대의 특별지시가 내려진 것 같은 악취를 지울 수가 없다. 워낙 국민들에게 욕 처먹는 글로 인해 곤욕에 빠진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임수경이를 부추겨 노무현, 청와대, 집권여당을 욕 못하게 차단할려는 음모로 보인다...." (id:boston40, 김**)

"언론탄압 시작의 경고 신호탄. 이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침묵의 시대가 오는가. 빨xx들 빼고 모두들 입조심 하삼." (id:h747, 이**)

당시 보수 진영은 임수경 악플러 처벌을 인터넷 통제 의도가 있다고 반발했다.

그런데 이번에 최진실이 사망하자 입장이 바뀌었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최진실법'을 추진할 태세다.  그리고 조선닷컴에는 찬성 댓글이 많이 달린다.

최진실법은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에 대해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당국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법안과 별도로, 한나라당은 인터넷 댓글에 의해 피해를 당한 사람이 포털에 임시 조처, 삭제를 요구하면 24시간 안에 감추기, 삭제 등을 반드시 해야 하며, 만약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방송통신심위의원회가 72시간 안에 판단하도록 하는 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이라면 인터넷 상의 정부·여당 또는 기업에 비판적인 글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뻔하다. 그 기준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일 테니 '사이버 계엄령'이 따로 없다.

최진실 사건을 계기로 악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지만 이를 빌미로 무차별적 인터넷 통제를 하겠다는 의도는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참고로 인터넷 글쓰기가 5년이 넘는 나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악플에 협박성 이메일 숱하게 받아봤다.

황당한 것은 최진실의 죽음을 오직 악플 하나로만 몰고 가는 한나라당의 태도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로도 최진실은 조성민과 이혼한 뒤 우울증에 시달렸고, 언제 톱스타 자리에서 떨어질지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고, 여기에 안재환 사망 사건 뒤 사채설 등이 뒤엉키면서 충동적으로 자살했다.  최진실 사망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연예인 관련 괴담의 진원지는 증권가 찌라시다

더구나 그 최진실 사채설 괴담은 인터넷의 한 누리꾼이 제멋대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증권가의 사설 정보지,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가 유력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진실 사채설의 경우 증권가 찌라시의 출처가 청와대 경호과장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해당 기사 바로가기).

원래 증권가 찌라시는 수사·정보기관, 언론인, 기업체 정보 수집 책임자, 증권맨 등이 2주에 한번 정도 모여 각자가 수집한 정보를 교환하고, 그 가운데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종합해 배포하면서 탄생했다.

'찌라시'의 발생지 겸 서식처가 증권가가 된 것은 이 곳 사람들에게는 정보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들에게 정보는 '성감대'나 마찬가지다.

증권가 메신저는 특히 다수의 사람에게 대량의 정보를 전달하기 편리해서 유통력이 뛰어나다.

'찌라시'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관련 각종 '설'이 집대성되어 있는데 연예인 관련 각종 루머의 진원지는 거의 100% 증권가 '찌라시'다. 연예계 일부에서만 나도는 소문도 종합·집대성 되는 곳은 증권가 찌라시다. 증권가는 연예인 관련 괴담의 생산공장이자 대량 유통처다.

지난 2005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연예인 X파일이 여의도 증권가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됐다. 현재는 이른바 연예인 X파일 2탄이 유행 중인데 "○○○은 성적으로 변태" "톱스타 ○○○은 유명인 ○○○의 첩" 등의 내용이다.

과거 정권에서 여러 번 증권가 찌라시를 단속했지만 그 때뿐 다시 회생했다. 지난 2005년 이른바 연예인 X파일 사건 때도 증권가 찌라시를 집중 단속했지만 결국 별 소용 없었다.

최진실 죽음이 사채설 등 악플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은 사이버모욕죄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악플? 기사가 있고 괴담이 있으니 인터넷에 유통되고 악플이 달린다. 한나라당의 발본색원 의지가 진실이라면 최진실법과 같은 미봉책 말고 아예 찌라시의 주요 서식처인 증권가와 최초 대량 유통 수단인 메신저를 없애 버리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멜라민이 문제가 되면 그 생산공장과 사용처를 없애야지, 멜라민 함유 식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유통망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만 단속하면 되겠나?

조선·동아의 친절한 최진실 괴담 소개

10월3일 동아닷컴에는 최진실 관련 사채설 괴담이 일목요연하게 소개됐다.
 10월3일 동아닷컴에는 최진실 관련 사채설 괴담이 일목요연하게 소개됐다.
ⓒ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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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괴담과 관련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른바 각종 연예·스포츠 언론 그리고 케이블 TV의 연예인 관련 보도다. 이들은 괴담을 가지고 기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괴담을 마치 정설인 양 만들어 주는 게 이런 매체들이다.

몇 달 전 한 케이블 TV를 보니 "한 유명 개그맨은 갑자기 아이디어 회의하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찾아가 무조건 섹스를 한다"는 소문에 대해 확인 취재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스포츠 전문지의 기자들 몇 명이 등장해 사실일 가능성 몇 %식으로 진행했다. 맨 마지막에 "이 소문은 몇 % 사실" 이런 식이다. 이 개그맨이 누구인지 세상사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막말로 '빤스 벗고 뛰는' 이른바 '듣보잡 매체'와 비슷한 짓을 이번 최진실 사망 사건 때 일부 보수 언론도 했다.

10월 3일 오전 11시49분 현재 <동아닷컴>에는 "사채설… 정략중매설… 난 상관 없는 고통 호소"라는 제목의 기사(☞ 해당 기사 바로가기)가 실렸다. 이 기사에는 최진실의 사채설과 관련한 시중에 나도는 소문이 괴담1, 괴담2, 괴담3으로 일목요연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기사는 출처가 <연합뉴스>도 아니고 제휴 스포츠 찌라시도 아니다. 기사 작성자는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다.

<조선닷컴>도 마찬가지다. 3일 11시 21분 현재 <스포츠조선> 발 '괴담은 괴담일 뿐... 사채업 관련 온갖 추측 난무'라는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 바로가기).

제목은 그럴싸한데 내용은 이른바 최진실 사채설을 요약해 놓은 것이다. 이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정말 고인을 두 번 죽이고 있군요. 괴담은 괴담일 뿐이라고 하면서 거론할 가치도 없는 내용을 이리 친절하게도 자세히 엮어서 다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다니, 꼭 그런 식으로라도 해서 신문을 팔아야 한답니까? 천박한 괴담유포에 가장 큰 일조를 하고 계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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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진실법, #최진실, #임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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