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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문용관 감독은 김학민을 두고 필자에게 “동양인답지 않은 점프력을 가진 선수“라고 했다. 실제로 그의 서전트 점프는 80cm다. 국내 프로배구 선수들 가운데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작은 신장(193cm)이지만 2m가 넘는 상대 블로커들의 손을 피해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스파이크 순간 강한 힘을 실어 때리는 모습에 많은 이들은 그를 두고 ‘제2의 신진식’이라 불렀다.

실제로 '갈색폭격기'신진식(은퇴)은 김학민이 존경하는 대선배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제2의...' 꼬리표가 달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는 28일부터 마산에서 열리는 KOVO컵 활약이 중요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지난 9월 15일 대한항공팀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인하대학교 체육관을 찾아 그를 만났다.

지난 시즌 팀의 첫 플레이오프를 이끌었던 '해결사' 보비는 KOVO컵에 출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학민은 "그 빈자리를 자신이 메울 것"이라 말했다. 배구대표팀과 대학시절까지 라이트 공격수를 맡아 큰 문제는 없지만, 현재 그의 몸 상태는 정상은 아니다.

V리그가 끝난 후에도 대표팀 일정 때문에 제대로 한번 쉬지 못했다. 결국 그는 지난 월드리그 기간에 조금씩 어깨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8베이징올림픽 예선 티켓이 걸려 있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브라질 전지훈련은 참가했지만 재활과 운동을 병행하며 KOVO컵을 준비했다. 100% 완쾌한 몸은 아니지만 코트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보비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대한항공의 '신형날개' 신영수와 강동진 역시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동진은 무릎 연골 수술로 정상적인 훈련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학민은 언제나 그랬듯 코트 안으로 배구공을 펑펑 날릴 기세다. 중학교 3학년부터 배구공을 잡았지만 아직까지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V리그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V리그의 전초전 성격의 대회인 만큼 KOVO컵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반드시 이기고 싶다“

프로 2년차인 그는 어느덧 배구대표팀에서도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지난 7월에 열린 2007 아시아최강전에서 거의 모든 경기에 선발출장하며, 대표팀의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했다.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공격을 보여주며 2경기에서 총 49점을 뽑아냈다.

일본전에 유달리 강한 것 같다고 하자 “축구만큼이나 배구에서도 한일전의 의미는 크다. 그래서인지 더욱 집중하게 되고 열심히 뛰려고 한다”며 진지하게 답변했다.

김학민은 또 일본과 유독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경희대학교 3학년 시절,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치른 경기가 일본전이었던 것. 결과도 언제나 좋았다고 했다.

업그레이드, 김학민

‘제2의 신진식’이란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서는 좀 더 성장한 모습이 필요하다. 대표팀과 전지훈련을 통해 그가 얻은 소득은 무엇일까.

그는 “월드리그에서 서브의 중요성을 느꼈다. 브라질 전지훈련도 마찬가지였지만 서브 하나로 팀 분위기가 뒤바뀌는 것을 많이 보았다”며 강력한 서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시즌 김학민은 13개의 서브를 성공시켰다. 세트당 평균 0.19개로 그리 높지 않은 성공률이었지만 특유의 높은 타점과 함께 달려 들어오면서 때리는 스카이서브로 상대팀을 긴장시켰다. 서브의 중요성을 느낀 만큼 훈련과 실전을 통해 2007-2008시즌에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그의 강서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그는 부족한 수비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잠깐 말했듯이 그가 주로 뛰었던 자리는 오른쪽 날개였다. 하지만 프로에 오면서 ‘해결사’ 보비에게 오른쪽을 내주면서 왼쪽으로 이동했다.

레프트 공격수는 수비까지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에 김학민은 공을 받는 것에 더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문 감독에게 김학민의 단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단숨에 ‘수비력’이라 했다. 다른 것들에 비해 수비가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학민은 수비 부분에 비중을 두어 업그레이드 하려고 노력중이다. “팀 내 계시는 코치님들과 함께 야간에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문 감독님 역시 연습 시에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보충해 주시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하자, “10년 가까이 배구를 해왔지만 운이 없었는지 우승 한번 못해 봤다. 그래서 (KOVO컵에서)반드시 우승 해보고 싶다”고 그는 대답했다.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그의 눈 빛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포홀릭에도 송고했습니다.
대한항공 김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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